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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크seek Jul 19. 2021

클래식은 모르지만 마음이 행복하잖아

[낭만 그리스도인 #20]

  낯선 것으로부터 마음의 위안을 받는다는 것은 지금 상황을 재해석해보려는 작은 몸부림일 수 있다. 평소에는 무관심했던 것이 어느 날 새로운 의미로 다가와 사기나 자존감이 앙양된다면 그 또한 소박한 기쁨일 것이다. 내 경우, 비가 그렇다. 이상하게 비가 내리는 날엔 도전정신이 꿈틀댄다. 최상의 컨디션과 적합한 환경이 갖춰지더라도 마음이 싫으면 그만이나 지금처럼 비가 내리는 날은 다르다. "하기 싫어도 해라. 싫었던 감정은 사라지지만, 결과는 남는다."는 어느 댓글의 일침처럼 비만 내리면 모든 상황을 뛰어넘어 도전을 불태우는 의지는 나도 이해하기 힘든 동기부여가 되어있다. (비 내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중 캠핑가고 싶은 마음과 독서모임 멤버들 집에 초대해 저녁 대접해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뜻밖이었다. 비 오는 거 말고도 내 마음을 흔연하게 하는, 최근 마음이 어두워질 때마다 등불을 밝혀주는 비밀 아지트가 하나 생겼다. 클래식의 ㅋ에도 관심 없는 나인데, 어느 순간 한 유튜브의 채널이 내 마음을 파고든 것이다. 어쩌다가 그랬는지 구독에는 몹시 인색한 나조차도 두고두고 방문할 정도로 애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상하지 않은가? 유명한 뮤지션들, 탁월한 경연대회 참가자들의 유튜브도 많은데 (클래식에 무관심한 일반인 기준) 한 무명의 채널에 팬이 된 것이다. 그것도 그가 직접 작곡한 두 곡의 피아노 연주를 듣고 말이다. 처음 내 마음을 살랑살랑 간질이며, 제목 그대로 희망을 선사해준 음악. 3분 34초 동안 들으며 행복했고, 듣고 나서도 여운이 오래가며 참으로 기분 좋아진 연주곡, '희망적 왈츠'는 괜찮다며, 넌 잘할 수 있을 거라 내게 용기를 주는 우정 어린 친구 그 자체였다.   


https://www.youtube.com/watch?v=jINC_wScOy0  [희망적 왈츠(A Hopeful Waltz)]


  갑자기 분위기 종교적이지만, 이 노래를 들으면 왠지 또 삭개오의 마음이 상상된다. 예수님이 여리고를 지나가실 때, 주님이 몹시 보고 싶어 돌무화나무에 올라갔던 삭개오. 세리로 살면서 사람들에게 지탄의 대상이 되고, 키가 작아 항상 소외되었던 그의 마음에 예수님은 한 줄기 희망이었을 것이다. '예수님은 세리와 죄인의 친구'라는 제자 마태의 표현처럼 그에게는 구원자요, 유일한 친구가 되어줄 수 있는 존재가 예수님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그 예수님이 시선을 맞춘 뒤 내려오라고, 오늘 너희 집에 거하겠다고 말씀한 순간, 삭개오는 자신을 바라봐준 주님의 시선이 얼마나 기뻤을까. 마음이 시리던 그의 일상에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따사로운 봄처럼 그의 달뜬 마음을 표현한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왈츠를 추는 삭개오의 스탭이 그려진다. 


  두 번째 음악은 이 채널을 정주행 하다 듣게 된, 요 근래 참 오랜만에 마음이 촉촉해진 음악이다. 몇 번을 들었는지 모른다. 스무 번, 서른 번은 물론이고 한동안 출근길에 항상 들으며 위로받던 곡이다. 이 곡을 들을 때마다 5년 전, 내 인생 가장 설레던 감정이 오롯이 되살아난다. 당시 마음에 두던 소개팅녀가 미국에 연수 갔었을 때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 어렵게 영상 통화가 연결되고, 바로 그때 순식간에 터져나오던 (입틀막) 감격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그리고 지금은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내 옆에서 환히 미소 지으며 내가 듣는 이 곡을 함께 듣고 있다. "음악이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렇다고 침묵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다."라는 빅토르 위고의 말처럼 이 곡은 가사 없이도 깊이 공감되는 선율의 흐름이 나를 그때의 시간으로 데려가 준다. 

  

  신승훈이나 이승환 혹은 유영석, 김현철도 좋다. 발라드 앨범 타이틀곡에 앞서 첫 트랙에 들어가도 좋을 인트로의 느낌이다. 그래서 이 음악에 대한 감상평은 무엇일까? 한 마디로 "고맙다". 채널 주인의 감성 넘치는 자작곡과 연주곡으로 인해 가끔 기분이 번잡해질 땐, 잠시 음악에 빠져 마음의 평화를 누릴 수 있었다. 피아노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사람의 감정을 울렁이게 하는 매력이 있다니, 'Mendes'라는 유튜버 덕분에 클래식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능성은 높지 않겠으나 혹 그가 크리스천이라면 묵상 음악을 만들어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깊이 주님과 친밀해질 수 있을 것만 느낌이다. 그만큼 나에겐 빛나는 보석 같은 음악이다. 어디선가 표류하고 있을 인생들에게도, 당신은 지금 꿈의 나라에서 유영하고 있다고 말해 주는 그런 음악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mFq-fftZNLc [두 번째 로맨스(2nd Rom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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