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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츄 May 23. 2024

임용고시 vs 수능

03. 내 인생의 시험들 

 우리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태어난 죄로 수많은 시험들과 마주해야 합니다. 당연히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대충 계산해 봐도 100번 이상의 시험을 쳤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시험을 꼽으라면 역시, 수능과 임용고시 이 두 개일 것입니다. 오늘은 수능 vs 임용, 두 시험을 한 번 비교해 보겠습니다. 




 먼저, 여러분께 생소할 초등 임용 시험에 대해 간략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초등 임용 시험은 1차 필기, 2차 실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차에서는 교육학, 교과 과목에 대한 지식, 교육과정, 논술 등을 평가하며 2차 실기는 수업 실연, 면접, 영어 수업 실연 및 면접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담임교사가 모든 과목을 가르치는 초등학교의 특성상 국영수사과음미체실도 등 많은 과목을 동시에 공부해야 한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여러모로 수능과는 많은 차이점이 있는데요,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수능은 기본적으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암기를 지향하는 시험입니다. 교과지식에 대한 응용력이 당락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수학 주관식을 제외하고는 모두 객관식으로 시험 문제가 구성되어 있으며,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시험인 만큼 출제오류도 매우 적습니다. 

 하지만 초등 임용시험은 암기가 가장 중요합니다. 두꺼운 지도서와 교재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으며 달달 외우는 것이 기본적인 임용 공부법입니다. 게다가 임용은 전 과목, 모든 문항이 주관식 또는 서술형입니다. 따라서 명확한 정답이 없는 문제도 있으며, 정답도 공개되지 않습니다. 합격자들의 답안을 모아 "아 이 문제는 이렇게 쓰면 정답이겠구나~" 추론하는 게 전부입니다. 따라서 답안을 작성하는 센스가 당락을 결정하곤 합니다.  




 두 시험을 모두 치러본 제게 어떤 게 더 어렵냐고 여쭤보신다면.. 저는 임용을 고르겠습니다. 저는 학창 시절 암기에는 자신이 있는 편이었지만. 임용의 경우 워낙 방대한 양을 암기하다 보니 까먹고 까먹고 까먹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공부 방식. 게다가 운이 크게 작용하는 시험인 만큼 아무리 열심히 해도 합격할 거란 자신이 들지 않았습니다. 제가 입학할 당시 교대는 각 학교의 전교권이 모이는 곳이었습니다. 때문에 잰 천재인가? 싶은 동기들을 보며 자괴감에 몸부린 친 것도 여러 번이었죠. 고3 때는 나름의 즐거움이 있었던 것 같은데, 임고생 때는... 어우,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임용 시험을 치던 날, 확신도 없는 답을 시험지에 적어 놓고선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했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합니다.

'제발 합격하게 해 주세요. 정말 좋은 선생님이 될게요.' 

 종교도 없는 주제에 간절히 기도했던 그 마음을, 지금의 저는 여전히 간직하고 있을까요? 나를 돌아보게 되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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