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내일도, 하루커피한잔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두었던 일들이 많다. 마음 속 짐처럼 남아있던 일들 중 하나는 하루커피한잔 컨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하루커피한잔은 쉽게 말해 <카페 방문기>이다. 커피를 마시고, 공간을 보고, 동네를 구경하고, 사람과 나눴던 대화를 남기는 점에서 <카페를 방문했던 날의 일기>에 가깝기도 하다. 평소 맛있는 커피와 멋진 공간을 경험할 수 있는 카페를 좋아했다. 리스트를 작성해 시간이 생길 때 마다 찾아다녔다. 하루는 이렇게 찾아 다니기만 하는게 아쉬웠다. 카페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무엇인가 결과물로 남겨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에 접어들었다.
그 후로부턴 마음이 맞는 친구 몇 명과 함께 카페에 다니며 그 경험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기 시작했다. 왠지 단순한 카페 리뷰로 비춰지고 싶진 않았다. 우리만의 차별점을 갖기 위해선 어떤 것들을 해야할까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그 당시 우리는 학업, 졸업, 취업 등 비슷한 부류의 고민을 갖고 있었다. 남들과 비슷한 모습의 삶을 쫓으며 정신없이 살아가는 것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우리 사이의 공통점을 찾게 되었다. 이를 해소하고 극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보기로 했다. 바쁘게 사는 와중에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나선다면 삶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거창하지 않더라도 소소한 순간에서 만족감을 얻은 이야기를 담은 컨텐츠를 만들기로 했다.
이제는 일상적인 상징으로 자리잡은 커피. 일 할 때, 책 읽을 때, 친구를 만날 때도 커피를 마시기에 <하루커피한잔>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커피를 마시고, 그 경험 중 흥미로웠던 부분을 필름 사진과 글로 남겼다. 스쳐 지나가는 순간을 곱씹어보니, 그 속에서도 얻을 수 있는 작은 배움 같은 것들이 있었다. 그 것을 글로 남기니 오래도록 내 것으로 간직할 수 있었다.
아쉽게도 취업을 하게 되며 이 활동을 오래 지속하진 못했다. 재작년 겨울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인턴 자리를 찾고 있었다. 평소 좋아한 커피와 최대한 접점이 있는 곳에서 일을 하고 싶었다. 운이 좋게도 커피 미디어를 운영하는 지금 회사의 대표님께서 내가 하루커피한잔을 통해 쓴 글을 읽고 연락을 주셨고, 인턴을 거쳐 정식으로 입사하게 되었다. 부족한 점이 많았던 활동이었지만, 우연함이 더해져 생각지도 못한 기회로 돌아왔던 셈이다. 1년 정도 일하며 적응 기간을 마쳤으니, 미뤘던 일들을 하나씩 시작해보려고 한다. 언젠가 찾아올 새로운 도약과 성장의 기회를 기대하며, 내가 가치있다고 여기는 것들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차곡차곡 쌓아나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