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건반이 내는 음 하나가 한번씩 마음에 큰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비가 한참을 내린 후,
한없이 맑게 갠 하늘 속에서
한줄기의 눈부신 햇살이 창가를 비추는듯한 느낌.
그 따뜻하고 청아하고 찬란한 느낌.
나는 그 느낌을 너무나 좋아한다.
그리고 그 느낌은,
새벽에 조용히 앉아
밤공기에 어울리는 음악을 듣다보면,
문득 내 가슴 깊은 곳에 탁, 하고 닿는다.
단 하나의 피아노 건반이 내는 소리.
나는 그 소리를 온몸에 소름이 돋을만큼 좋다.
그 어떤 하모니나 멋진 협주보다,
그 어떤 화려하고 뛰어난 연주보다,
약간의 습기를 머금은 채
마음을 탁, 하고 건드는
그 단 하나의 피아노 음을
나는 진심을 다해 좋아한다.
그 하나의 음을 들을 때면,
온 몸에 전율이 이는 것을 느낀다.
도대체 무슨 신묘한 이치일까.
수천번을 고쳐쓴 단어와 문장들로 이루어진
최고의 반열에 오른 고전문학작품도 아닌,
그 짧은 순간 하나의 음이
그렇게나 내 마음과 영혼을 요동치게도,
눈물짓게도, 벅차오르게도 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기적같은 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