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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우 Jul 30. 2023

내향인 죽이기

상대의 행동과 말에 하나하나 의미 부여하며 자신의 생각으로 이렇다 정의내리는 사람들이 있다. 심하게는 어긋나게 자아가 강하거나 편견에 빠져있다. 나름의 기준으로 이미 재단된 사람을 그들은 아주 좁게 본다. 재단을 벗어나기란 몹시 어렵다. 새어 나오는 의중이 또렷한 말들을 하나하나 주워내 지적하다 보면 어느새 쪼잔하고, 쉽게 삐지는 사람이 되기 십상이다. 슬프게도 관계 속을 떠다니는 미묘한 기류들은 내 살끝 하나하나에 스며든다. 누구는 눈치 본다고 말하는 인간관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의 성향 때문이다.


가끔의 선의와 대부분의 진심을 곁들인 말들이 왜곡되어 다가간다고 느껴질 땐 나의 사회성을 넘어 인간성을 의심해 보기도 한다. “모든 사람은 나와 다르다”는 진리 격의 격언은 아마, 이 사회에서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듯싶다.


물론, 이들은 스스로 자각하지 못한다. 이들의 잘못일리도 없다. 나와는 감정선이 다르달까. 그들은 보통이고, 나는 아주 높다. 나는 보통의 사회에서 동떨어진 갈곳없는 방량자이자, 가해자없는 피해자다.


고등학교 2학년, 나보고 많이 변해버렸다고 말한 친구가 생각난다. 지금에서야 대답한다. "그래, 난 이제 모두를 사랑할 자신이 없어." 보통의 사회에 맞춰져간다. 누군가에게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상처를 주게돼고, 무례한 말도 한다. 모두를 사랑한다는 건 많은 걸 감내해야한다. 난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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