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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허실 Nov 27. 2018

삶은 명료하지 않다

네, 아니오

유형의 제품이든 무형의 서비스든 최신 트렌드들의 주요 마케팅 포인트를 보면 단순함과 간결함이다. 인간 관계도 두루두루 원만하게 잘 지내는 것보다는 가까운 사람 몇몇과 소소하게 관계 맺으며 살아가는 것이 마치 삶의 중요한 화두처럼 등장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봐도 제품 디자인부터 기본적인 사용자 환경까지 단순함을 마치 지상 과제인 것처럼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추구하는 삶의 방향과 다르게 우리의 일상을 돌아보면 별 것 아닌 일에도 이런 저런 생각들로 마음이 복잡해지고 간단하게 해결될 일도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뒤섞이면서 얽힌 실타래처럼 꼬여가는 경우가 많다.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한다고 멀쩡한 가구를 내다버리고 욜로 라이프를 지향한다고 멀쩡한 삶을 내다버린다. 내다버린 것들의 가치를 뒤늦게 깨닫게 되면서 후회를 한다. 제법 합리적인 존재라고 생각했던 개개인의 삶을 돌아보면 이상과 일상이 잘 들어맞는 경우는 많지 않다. 카뮈가 이야기한 것처럼 인간 존재는 부조리하다.


내가 도대체 왜 그랬지?


한 때 명료한 삶을 꿈 꾼 적이 있다. 명석한 두뇌를 가지지는 못했지만 기록과 정리를 좋아하는 성향과 다소 차갑고 건조한 기질, 그리고 제법 다양하게 경험한 삶의 과정을 돌아보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일상에서 겪는 모든 경험은 벽돌처럼 동일한 크기가 아니어서 차곡차곡 쌓일 수 없다는 것을 요즘 깨닫는 중이다. 어떤 것은 삐죽하고 어떤 것은 크기가 크고 어떤 것은 둥글다. 서로 다른 형태의 경험들을 벽돌처럼 일괄적으로 쌓는 것은 불가능하다. 쌓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서로 아귀가 맞는 돌들을 찾아 ‘그냥’ 쌓는 것이다.


우리의 사고는 평면인데 인생은 입체야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그 당시의 삶이 답답했는지 노트앱에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명료함을 추구할수록 더욱 복잡해지는 나의 삶에 대해 고민하다가 내린 해석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요즘에는 이 말이 계속 생각난다. 내가 명료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인생은 입체라는 것과 입체적인 삶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는 지극히 단순한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밖에 없다. 복잡해야 명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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