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없다 보니 환자인 걸 잊고 살았다며, 아빠가 쓰러진 것에 대하여 본인의 잘못이라 자책하는 엄마한테 이야기했다.
“어느 정도는 환자인 걸 잊고 사는 게 맞는 것 같아.
매일매일 걱정하고 전전 긍긍하며 어떻게 살아.
밤새 쓰러지면 어쩌나 잠도 안 자고 보고 있을 순 없잖아.
우리는 이렇게 일상을 살다가, 이렇게 문제가 생기면, 또 잘 해결하면 돼.
엄마 잘못이 아냐. 엄마의 일상을 불안과 걱정으로 잠식시키지 마.
엄마가 매일 안 자고 들여다볼 수 없었어. 앞으로도 그럴 수 없어. 엄마 잘못이 아냐 절대"
엄마를 위로하며, '날 위로해주던 사람이 아빠였는데, 아빠가 아프니, 날 이렇게 위로해줄 사람이 없네' 싶었다.
아빠는 항상 덤덤하게 나를 위로했다.
“너에게만 일어나는 불행한 일이 아니야.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이고, 다들 그렇게 살아.
네 잘못이 아냐.
혹여 네 잘못이라면, 까짓 거 벌 받으면 돼
근데 내가 보기엔 네 잘못 아냐”
그리고 궁금해졌다.
아빠가 힘들고 위기에 봉착했을 때
아빠를 위로하던 사람은 누구였을까
가장의 삶, 너무 무겁고 퍽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