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나를 힘들게 하는가 생각해 봤다.
내 능력 이상의 무거운 책임감이었다.
아무도 내게 쥐어주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하나씩 짊어진 책임감이 문제였다.
부모님은, 나의 도움이 없다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아님에도, 굳이 내가 돕고 굳이 내가 그들의 모든 문제에 개입하고 해결하려 했다.
마음 여린 엄마의 작은 넋두리 조차도 내가 해결해주려 애썼다.
내가 아니면 누가 해결하겠느냐며, 그래도 내가 좀 더 강하니 내가 좀 더 힘든 게 낫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그들이 건네는 소소한 넋두리마저 신경을 곤두 세워 듣기 시작했고, 이내 모든 이야기가 부담스러운 짐이 되었다.
이는 부모님과 만의 문제가 아니다.
내 모든 관계에 영향을 끼쳤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줄도 알아야 하며, 타인의 고민에 공감만 해 줘도 되는 것인데,
굳이 하나하나 귀기울여 듣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과 내가 할 수 있는 도움이 무엇인지 고민하다보니, 타인의 고민을 듣는 것 마저 무거운 짐으로 느껴질 때가 있었다.
이 모든 것이 내게 에너지가 충만할 때에는 괜찮다.
하지만, 나 하나 건사하기 벅찰만큼 힘이 들때 조차, 나의 에너지를 분산시켜 사용하려니 버겁고 힘이 든 것이다.
이 문제의 가장 큰 핵심은, 공감보단 해결책을 우선시하는 내 성격의 문제도 있겠지만
나는 남들보다 강하다고 생각하는 오만함이 가장 큰 문제였다.
나 없이도 다들 잘 살아갈 수 있다.
나는 남 없이도 잘 살면서, 그들은 나 없이 못 살거라는 오만한 착각이 나를 쓸대 없는 책임감에 눌려 살게 한 것이다.
그 오만한 생각만 버려도, 마음의 짐은 꽤나 덜어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