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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솔레미욤 Jan 14. 2023

인생 223일차

나의 문제였다.

지율이는 생후 63일부터 통잠을 자기 시작해서 100일 넘어서까지 중간에 깨지 않고 잠을 자는 일명 갓기였다.

이정도면 키울만 하다며, 육아 별거 아니라 생각했다.

그러다 4개월에 접어들 무렵부터 한두 번 씩 깨었다.

저녁 7시에 잠이 들면 새벽 2시에서 3시쯤 낑낑 거렸고, 이내 빠르게 쪽쪽이를 물리면 바로 잠들 곤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정도면 둘도 키우겠다 생각했다.

5개월에 접어들 무렵에도 하루 한두 번의 쪽쪽이 셔틀은 동일했다.

바뀐 게 있다면, 구강기의 시작으로 밤잠을 시작할 때 쪽쪽이를 물고 자려 했다.

밤잠 만큼은 쪽쪽이를 물고 시작하지 않으려 했으나, 구강기에는 어쩔 수 없겠다 싶어서 물려 재우고 잠들면 빼주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6개월 중순부터 자주 깨기 시작했다.

하루에 한두 번 하던 쪽쪽이 셔틀이 계속 늘어 하루 다섯 번 이상은 기본으로 바뀌었고

잠든 후 5~6시간 사이에는 절대 깨지 않던 아가가, 잠든지 한 시간 후 부터 두 시간 간격으로 깨기도 했다.


수유량의 문제인가 싶어서, 적게도 먹여보고 많이도 먹여봤다. 변하지 않았다.

낮잠의 문제인가 싶어서, 원하는 만큼 푹 재워도 보고 마지막 낮잠을 중간에 끊어도 봤다. 허나 변하지 않았다.

온도와 습도의 문제인가 싶어서, 온습도를 변화시켜 보기도 했으나, 변하지 않았다.

원더윅스인가 찾아봤으나, 원더윅스 기간이 아니었다.

혹시 이앓이인가 싶었으나, 이앓이라고 하기엔 이미 아랫니가 꽤 많이 올라왔고, 윗니는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도무지 이유를 모르겠어서, 결론은 성장통이구나 생각하며,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9개월 쯤 되면 괜찮아 지는 것 같으니 2개월만 참자’라고 나를 위로했다.


그렇게 나를 위로하면서도 마음 한 켠에는 이유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놓지 못했다.

왜냐면.. 나 너무 피곤했다 ㅠㅠ 진짜 ㅠㅠ 넘 피곤했어 ㅜㅜㅜㅜㅜㅜ 이유를 알고 싶었다 ㅜㅜ 왜냐믄 좀 잘 자고 싶으니까 ㅠㅠ


잘 자던 아가가 못 자는 이유가 뭘까

5개월에서 6개월 사이에 변한게 무엇이 있을 까

그것은 소화였다.


지율이는 워낙 잘 게워내는 아기였기에, 생후 3개월까지는 밤수 후 트림을 하더라도 20분은 안고 있다가 눕혔다.

4개월에는 15분, 5개월에는 10분은 안고 있다가 눕혔다.

그러다 6개월 무렵부터는 위가 자리를 잡아서 밤수 후 바로 눕혀도 게워내지 않았기에, 9분 8분 7분 5분 이렇게 찬찬히 줄여가다가 요즘은 트림만 하면 바로 눕혔다.

가끔은 바로 잠들어서 트림을 할 생각이 없어보이면 그냥 눕힐때도 있었다.

그냥 눕히는 날은 어김없이 2시간 후에 자지러지게 울었고, 안아주면 트림을 했다. 그럼 또 바로 눕혀 다시 재웠다.


그렇다. 이게 문제였다.

소화가 안 되어 힘들어 깼던 것이었다.

아무리 트림을 했더라도 소화가 다 안되었기 때문에 힘든 것이었다.


다시 트림을 하더라도 10분을 채워 안아주고 재우니, 깨지 않았다.

거진 3주 만인 듯 싶다. 이런 평온함. 조용함.


지율이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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