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리스트45] 부모님과 함께 해외여행,녹록지 않다.

부모님과 함께 해외여행, 녹록지 않다.

by 허솔레미욤

1. 국토대장정 (2008)

2. 제주도 하이킹 (2009)

3. 마라톤 완주(2008,2009)

4. 한강 다리 라이딩 (2009)

5. 100개의 산 등반

6. 1년에 100권 돌파 (2009)

7. 특전사 체험 (2009)

8. 스킨스쿠버 다이빙 & 자격증 (2010)

9. 이탈리아 건축탐방 (2012)

10. 헌혈 금장 (45/50)

11. 미국 센트럴파크(2017)

12. 인도 배낭여행

13. 태국 카오산로드(2014)

14. 크리스마스 봉사활동 (2009)

15. 해외 봉사활동 (2011)

16. 기차 전국 여행(2010,2012)

17. 대학생 기자단 (2010,2011)

18. 이집트 피라미드

19. 진심 어린 카운슬링(ing)

20. 전국 무전여행

21. 백두대간 종주

22. 허솔 티 만들기(2010)

23. 독도 탐방

24. 제주도 올레길 탐방(2011)

25. 프랑스 에펠탑 보기 (2012)

26. 스페인 가우디 건축 탐방 (2012)

27. 1004 역사서 편찬-> 달력으로 대체 (2013)

28. 산에서 농사지으며 자급자족 생활

29. 외국에서 한복 입기 (2019)

30. 울릉도 탐방 (2013)

31. 스마트폰 유저(2011)

32. 소규모 허솔 복지 재단 설립 ->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기

33. 전국 자동차 여행

34. 제주도 자동차 여행(2015)

35. 20대에 10개국 여행하기(2015)

36. '젊다는 것만으로도 넌 충분히 아름답다' 출판

37. 34세에 5개 국어 구사

38. 프랑스 여행 한 번 더(2015)

39. 서른 전에 남미 배낭여행

40. <프랑스에 취하다> 출판 <청춘 여행스케치> 출판 (2018)

41. 캄보디아 천년의 역사 앙코르와트(2018)

42. 대만 맛 집 탐방(2014)

43. 사랑하는 사람과 결 to the 혼

44. 집안에 1평짜리 커피숍 설계.

45. 부모님과 함께 해외여행(2019)

46. 나만의 뮤직비디오 만들기

47. 호주에서 스킨스쿠버 다이빙

48. 영어로 외국인을 인터뷰하기

49. 몽골의 대자연과 만나기 (2018)

50. 시베리아 횡단 열차 타기

51. 터키에 하늘을 날아보기(2015)

52. 없는 재능이라도 만들어서 재능 기부

53. 직장인의 10개국 배낭여행(2017)

54. 한 손으로 운전하는 베스트 드라이버

55. 9첩 반상 요리왕

56. 내가 찍은 사진으로 엽서 만들기(2016)

57. 아이유 단독 콘서트 가기(2015)

58. 아빠가 김연아를 만날 수 있게 해 주기

59. 아빠의 꿈 귀농, 엄마의 꿈 가족끼리 해외여행을 이룰 수 있게 돕기

60. 한국사, 한국어, 한자 3단 콤보

61. 스위스에서 패러글라이딩(2016)

62. 독립(2017)

63. 친근한 상담사

64. 진심을 담은 강연가

65. 인세로 오빠와 새언니에게 해외여행을 선물하기(2018)

66. 노희경 작가 만나서, 노희경 작가 책에 사인받기




지금, 방황하는 사람들

그대들의 방황은 정녕 옳은 것이다.

그러나 그대의 어머니가 살아있는 그 시간 안에서 방황을 멈춰라.

아픈 기억이 아무리 삶의 자양분이 된다 해도 부모에 대한 불효만은 할게 아니다.

-노희경, 내가 사랑한 여자 내가 사랑한 남자 중에서



스물네 살의 남자와 스물네 살의 여자가 만나 서로 사랑했고, 세상 무서울 것 없다며 스물여덟이 되던 해에 결혼했다.

첫해에 아들을 낳았고, 세 번째 되는 해에 딸을 낳았다.

가진 것이 없어서 더 열심히 살았지만, 세상은 생각보다 어려웠고, 차가웠고, 무서웠다.

민주화다 IMF다 쉼 없이 몰아치는 폭풍 속에서 이를 악물고 견뎌야 했고, 눈물을 흘릴 시간도 없이 흐르는 땀방울로 세상을 견뎌야 했다.

그리고 한숨 돌리려고 뒤를 돌아보니, 계단을 오를 때면 무릎이 아프고, 가까운 글씨는 잘 안 보이고, 상처가 나면 잘 아물지도 않는 나이가 되었다.

그런 엄마에게 “엄마는 언제가 가장 행복했어?”라고 묻자 엄마는 대답했다.
“이렇게 잘 큰 너네를 보는 지금"
지금까지의 인생이 충분히 행복했기를.
그리고 앞으로의 인생의 행복에 내가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 내가 사랑한 여자 내가 사랑한 남자를 읽은, 2013년 11월 13일 작성




지금은 내게 "네가 결혼을 하건 안 하건 네 선택이야. 안 해도 좋아. 네가 원하는 대로 해. 앞으로도 네게 결혼하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을 거야"라고 말하는 아빠지만, 6년 전쯤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솔아, 만약 네가 결혼할 때 남자가 집을 해온다는 건, 그 남자의 능력이 아니라 그 남자 부모님의 능력인 거야. 그런데 엄마 아빠 세대에는 지금보다 더 못 살고 힘들었어. 그 힘든 시기에 돈 벌어서 자식들 집 해줄 재산 모으기란 쉽지 않아. 아빠도 오빠한테 집 못해줘. 그러니 너도 남자한테 바라지 마"


결혼 생각 따위는 전혀 없던 20대 중반의 나였기에, 그 당시 내 귀에 꽂혔던 이야기는, '남자가 집 해오길 바라지마'가 아닌, ‘엄마 아빠 세대는 지금보다 더 못 살았어'였다.
엄마 아빠는 누리지 못했지만, 엄마 아빠 세대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 내가 누리는 것들.

엄마 아빠가 젊었을 때엔 누리지 못했지만, 지금 내가 젊음이란 감투를 쓰고 누리는 것들.

조금은 늦었지만 돌려드리고 싶었다.

'용돈’을 선물 선물하기 보단, '경험'을 선물하고 싶었다.


그런 마음으로 2018년에는 엄마와 영국&프랑스 배낭여행을 다녀왔고, 2019년에는 엄마 아빠와 일본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그리고 느낀점은 '부모님과의 여행, 녹록지 않다'이다.


부모님과의 첫 번째 해외 배낭 여행은, 2018년 엄마와의 영국&프랑스 배낭여행이었다.


엄마의 사진을 예쁘게 찍어준 후, "엄마 나도 이렇게 찍어줘"라고 말하며 휴대폰을 넘기면, 엄마는 건물을 자르거나 나를 잘랐다.

그때마다 나는 "사랑하면 사진을 예쁘게 찍어 준다던데, 엄마는 나를 사랑하지 않나 봐"라며 애교 섞인 투정을 부렸다.

그러다 사진 때문에 툴툴 거리는 것이 잦아질 때쯤 생각했다.

'내 사진은 지난 파리 여행에서 많이 남겼고, 남들한테 보여줄 사진 찍으러 온 여행도 아니고, 엄마와 여행하는 것이 더 중요한데, 왜 더 중요한 것은 잊고 서운해 하나'

그리고 깨달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내 사진이 아니라 엄마와 함께 유럽 여행을 왔다는 것이기에, 다시 오지 않을 지금 이 시간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는 것을.

이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며 엄마가 찍어주는 사진들은 보지 않고 주머니에 넣었다. 쏘옥-


여행지에서 유명하다는 커피숍에서 커피도 마시고, 근사한 식당에서 에스카르고와 스테이크도 맛보게 해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엄마는 스테이크와 파스타보다는 피자를 좋아하고, 달고 느끼한 음식은 즐기지 않으시며, 드셔도 한 조각 정도가 딱인 분이셨다.

음식은 가리진 않으나 하루 한 끼 정도는 한국식으로 드셨을 때 만족감이 높으셨고, 빵보다는 끼니가 되는 식사(스테이크나 밥 따위)를 좋아하는 분이셨다.

식후 커피 한 잔을 좋아하지만, 커피숍의 쓴 맛이나 신 맛이 강한 커피보다는 물 500ml에 카누 하나 탄 연한 커피를 좋아하는 분이셨다.

그런 엄마한테 나는 "먹어야 할 게 얼마나 많은데 무슨 라면이야. 안돼."라며 파스타와 스테이크를 강요했고, "엄마 여기가 런던에서 가장 유명한 커피숍이래"라며 쓰디쓰고 시디신 커피를 강요했다.

이왕 왔으니 유명하다는 음식은 다 먹어보고 '어라 이건 내 입에 안 맞네' 또는 '어라 이건 내 입에 딱 맞네' 따위의 지표를 만들어 드리고 싶다는 게 나의 변명이었다.

사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좋은 걸 대접하고 싶다는 내 욕심으로 유명하다는 음식점을 강요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비싸고 유명한 음식이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 내 입에 맞는 음식이 맛있는 음식이고, 내 마음 편한 게 효도가 아니라 부모님 마음 편하게 해 드리는 게 효도라는 것을


지금까지 많은 여행을 다녀봤기에, 엄마 한 분 모시고 여행하는 것쯤은 껌이라 생각했다.

이것은 나의 오만이었다.

내 역할은 가이드가 끝이 아니었다.

나는 24시간 붙어있는 수행비서이자 보디가드였고, 통역사이자 내비게이션이었다.


1) 상황에 따라 스케줄을 변동시키며 어디에 가야 할지 생각하고

2) 어느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어떻게 가야 할지 알아봐야 하며

3) 교통수단에서 내리면 gps로 방향을 확인해서 목적지로 인도해야 한다.

4) 혹 gps가 방향을 인식 못 할 경우 도로명 주소로 길을 확인해야 하고

5) 식 때가 되면 근처 맛집을 찾아야 안내해야 한다.

6) 시간과 컨디션을 확인해서 스케줄을 재정비하고

7) 쇼핑하러 가서는 되지도 않는 영어 실력으로 통역을 하고

8) 쇼핑 후에는 짐도 들어야 한다.


가이드 하나만 잘하면 되는 줄 알고 갔었기에, 이외의 역할들은 꽤 버거웠다.

물론 버거울 때마다 말했다.

"엄마 나도 런던을 처음이야. 그리고 대중교통에서 내리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나도 찾아봐야 해. 급하게 앞서 나가면 나도 급해져서 길을 더 헤매.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 줘"

무조건 참는 것이 답이 아니라 생각해서, 소통하려 했다.

그러다 생각했다.

내가 어릴 때 엄마는 나의 24시간 수행 비서이자 보디가드, 통역사이자 내비게이션, 가이드이자 운전기 사였겠구나. 심지어 그때의 나는, 말도 안 통했을 텐데 말이야.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엄마에게는 프랑스 파리가 딱이라 생각했으나, 나는 이미 파리를 두 번 다녀왔기 때문에 다녀오지 않았고 꼭 가고 싶었던 런던을 억지로 끼워 넣었었다.

여행이 끝나고 "엄마는 런던이랑 파리 중 어디가 가장 좋았어?"라고 묻자 엄마가 대답했다.

"둘 다 좋았는데, 엄마는 아기자기하고 자연스럽고 예쁜 맛이 있는 런던이 더 좋았어"

몰랐었다. 엄마는 화려함보다는 아기자기함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영국은 모든 거리가 다 예뻐"라고 했을 때 보다, "와보니까 별거 아니네 유럽"이라는 말이 더 좋았다.


엄마 젊었을 때에는 쉽지 않았던 일이었기에 괜히 더 부럽고 멋있어 보였다던 유럽 배낭여행.

막상 와보니 그리 대단하고 어려운 게 아닌 것 같다며 뿌듯해하는 얼굴을 보니 내가 더 뿌듯하고 행복했다.

"런던은 아기자기하고 예뻐서 좋고, 파리는 웅장하고 화려해서 좋고, 두바이는 기가 막힌 동네야"라고 말하며, 경험한 도시를 표현하는 모습에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여행을 마치고 행복한 표정으로 "다음에 아빠랑 이탈리아 가자"라고 말하는 엄마한테 "다음엔 엄마랑 아빠랑 둘이 다녀오는 게 좋겠어"라고 말했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말했었다.

"부모님과의 여행은 정말 뿌듯하고 행복한 여행이야

하지만, 한 번이면 족해. 내 인생에 두 번은 없다"




사람이란 자고로 한 입 가지고 두 말하는 법.
2019년엔 아빠까지 모시고 해외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당시의 고난과 역경은, 생각의 흐름대로 적었던 메모장의 일기를 통해 되새길 수 있었다.


1. 옷은 한 벌이면 된다며 캐리어는 필요 없다 해놓고, 라면 2박스(12개)와 튜브로 된 고추장을 챙기라고 했다고 한다. 고작 3박 4일 여행인데 말이야. (feat. 아빠 이야기)

2. 지하철과 연결된 좋은 호텔을 예약했다며 생색냈더니, “지하철을 타고 호텔로 가? 공항 도착하면 차가 모시러 오는 거 아냐?”라며, 데려다주고 데리러 오는 게 여행이라 셨다. (feat. 또 아빠 이야기)

3. 아빠가 어디까지 투덜거리나 적어보려 한다. (feat. 계속 아빠 이야기)

4. 결국 엄마가 아빠한테 "그냥 호텔에서 나오지 마"라고 했다. 하지만 아빤 전혀 개의치 않는다.

5. 그렇다고 엄마도 내 편은 아니다. 엄마는 짐이 생기면, 그게 내 것인 양 내게 건넨다.
도착한 지 2시간밖에 안 됐는데, 벌써 피곤하다.

6. 첫 식사는 구글 평점 4.4 맛집으로 결정.
구글 맛집을 찾아가니 앞에 대기가 두 팀 있었고, 첫 식사만에 대기 있는 식당 금지당했다.

7. 호텔에 도착했다. 아빠는 나가지 않겠다며 엄마와 나만 나가 놀라 했다.

8. 결국 나도 호텔에서 잠이 들었다.

9. 고기는 속이 부담스러워서 안 되고, 파스타는 느끼해서 안 되고, 생선은 못 먹어서 안 되고, 꼬치는 밥이 안 된다고 하셔서 식당 찾다 포기했다.
결국 아빠는 호텔서 라면이랑 빵을 먹고 나는 엄마와 밖에서 우동을 먹었다.

10. 아빠가 산책 간다길래 “웬일?” 했더니, 산책은 22층 흡연실이라고 하셨다.

11. 엄마가 말하길, 아빠가 여행 와서 민폐 안 끼치려고 여행 전에 운동하셨다고 한다. 그것도 모르고 투덜이라고 계속 놀리며 웃었네. 쏴리

12. 여행 2일 차, 23층 식당에서 조식을 먹으며 “여기서 다 보이네 어디 갈 필요 없네”라고 하길래 “응 아빤 여기서 다 봐ㅋㅋ 내가 호텔 하나는 정말 잘 선택했네”라고 했다.

13. 관광지 입구에서 “저거야? 다 봤네”라며, 엄마랑 둘이만 다녀오라 해서 엄마랑 둘이 보고 왔다.

14. 저녁 먹을 식당을 찾다가 또 호텔에서 먹었다. 사온 라면 다 먹을 것 같다.

15. 어른들이 패키지여행을 가는 이유는, 계획을 세우고 예약을 하고 길을 찾기 힘들어서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저, 데려다주고 데리러 오기 때문이었다.

16. 저녁식사 후 아빠는 호텔에 두고 엄마랑 둘이 나왔다. 대단해.

17. 동네 아주머니들 줄 선물을 자그마치 18만 원어치 구매함. 양손 가득 구매한 엄마는 “좀 창피하긴 하다 빨리 숙소로 들어가자”라고 했다. (feat. 엄마 이야기)

18. 숙소에 들어가서 침대에 있는 아빠와 눈이 마주치자, 아빠가 “엄마한테 졌지?”라고 했다. 한참 웃었다. 엄마도 “창피하긴 했어”라고 했다.

19. 음식점을 찾다가 "여기 유명한 곳이야"라고 했더니 “유명한 곳은 안 돼”라며, 사람 많은 곳은 싫으니 맛이 없어도 한산한 곳이 가자 셨다.

20. “걸어 다니면서 맘에 드는 식당이 있으면 들어가자”라고 해놓고, 그 어떤 것도 아빠 마음에 들지 않아 또 마트에서 도시락 사서 호텔에서 먹었다.

21. 소화가 안 되는 사람의 고통을 몰라서 짜증이 난 듯하다. 소화가 안 되는 아빠는 얼마나 힘들까.

22. “내일은 어디 가? 뭐가 유명해?”라고 묻길래, “유명한 절이 세 개 있어”라고 말하자 “그럼 하나만 가자. 그리고 너무 유명한 곳은 사람 많으니까 셋 중에 덜 유명한데 가.”라고 하셨다.

23. 여행 3일 차, 기차를 잘못 탄 줄 알고 전전긍긍했다. 이런 나를 보며 아빠가 “잘못 타면 어때 돌아가면 되지”라셨다. 뭐야 감동이잖아.

24. 유튜브나 책을 보면, 할머니나 부모님들이 손주나 자식과 함께 자유여행을 하며 새로운 경험에 행복해하시던데ㅋㅋ 내 인생은 책과 유튜브처럼 낭만적이지 않았다. 가보지 않아서 모를 뿐, 아빠도 자유여행에 로망이 있을 줄 알았던 것은 나의 큰 착각이었다. 내가 상상하던 여행이 아니다ㅋㅋ 지금은 내가 기묘한 이야기의 윌이다. ㅋㅋㅋ 윌처럼 핵 힘듦 ㅋㅋㅋ

25. 길막하는 비둘기에게 “날아가”라고 하자 “우리 길 안내해주는 거야”라고 하는데, 이래서 아빠가 엄마를 좋아하나 했다. (feat. 엄마 이야기)

26. 2시간 기차 타고 와서 2시간 봤는데, 이제 그만 돌아가자고 하신다ㅋㅋㅋ 휴 ㅋㅋ 버스가 가장 좋으시다고ㅋㅋㅋ 휴 ㅋㅋㅋㅋ

27. 소화가 안 되는데 빵을 먹는 건 괜찮은지 모르겠네. 말 정말 안 들어요.

28. 도착한 지 2시간 30분 만에 호텔로 돌아가는 중

29. 그거 아니?? 나 여행 와서 기묘한 이야기 보고 있다. 예상치 못한 강제 호캉스

30. 스모킹 룸은 기가 막히게 찾으시는 군



투덜이 소년같은 아빠와 티없이 맑은 소녀같은 엄마 모습을 메모장에 담으며 한참을 웃었다.



유튜브나 책에서는 분명, 손주나 자식 손에 이끌려 자유여행을 하시는 할머니나 부모님들이 새로운 경험에 행복해하셨는데, 그건 유튜브에서나 볼 수 있는 남의 이야기였다.
내 삶은, 유튜브나 책처럼 그리 낭만적이지 않았다.
대기 있는 식당 금지에 이어 유명한 식당 금지와 유명 관광지 금지
게다가 오후 한 시면 끝내야 하는 일정 탓에 예상치 못한 강제 호캉스로 기묘한 이야기 3 정주행
경험해 보지 못해서 모르시는 거라며, 내가 이끌면 즐겁게 잘 따라오실 거라는 유토피아적 생각
지나친 오만이었다.
내 생각의 폭이 몹시 좁았다.
인생은 유튜브로 배우는 게 아닌가 봐요 아빠.
- 2019년 7월 30일, 여행을 마친 후의 일기


관광 목적의 자유여행을 좋아하는 엄마와, 여행을 좋아하진 않지만 가야 한다면 휴양 목적의 패키지여행을 추구하던 아빠와의 여행.
나름 10년 차 여행 경력을 살려, 엄마가 선호하는 관광 목적의 자유여행으로 가되, 아빠가 좋아할 전망 좋고 비싼 호텔을 예약했다.
아빠가 싫어하지 않도록 느슨하게 일정을 짜되, 느슨한 일정을 싫어하는 엄마를 모시고 따로 나갈 계획을 세웠었다.
하지만, 내 예상보다 둘의 갭은 컸고, 큰 갭만큼이나 더 거센 여행이었다.
30년을 지켜보았기에 어느 정도 잘 알고 있다 자부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엄마는 여행을 좋아하고, 여행보다 쇼핑을 좋아하며, 작은 풍경에도 감동을 받고, 휴식보단 관광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아빠는 여행을 안 좋아하는 쪽에 가깝고, 쇼핑을 몹시 귀찮아하며, 관광보단 휴식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막내딸이 엄마 아빠의 환갑 선물로 여행을 선물한다 하니, 그저 따라오신 것이었다.
것도 민폐 안 끼치겠다며 여행 전에 운동까지 하고 말이다.


부모님 두 분을 함께 모시고 가는 게 더 의미 있는 여행이라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
혹 더 의미가 있더라도, 의미가 더 큰 즐거움과 더 큰 행복에 방해가 된다면 의미 따위는 좀 없어도 된다는 몹시 큰 깨달음을 얻었다.


사랑해 엄마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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