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못 하고 떠나보내는 것 같았지만, 꽤나 큰일들이 여럿 있었던 2020년.
추락하는 코스피 앞에서, 12년간 냉담했던 주님께 "정말 다시는 주식 안 할게요, 제발 제 돈 돌려주세요"라고 기도해놓고, 떨어질 때마다 물타기를 하는 표리부동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지금은, 비정상적으로 거침없이 상승하는 주가 앞에서 일희일비하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내가 꼬셔서 예약했으나, 친구가 취소할 수 없다 하여 다녀왔던 2월의 미얀마 여행은, 이젠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2020년 처음이자 마지막 해외여행으로 남았다.
내 덕분이 아닌 친구 덕분에 다녀왔던 '그때 다녀오길 정말 잘 했어'라 곱씹는 여행으로 남았고 말야.
20년도 신부는 다이어트 스트레스에서 해방시켜 줘야 한다고 외치고 싶을 만큼,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고, 모든 게 처음이라 모두가 혼란스러운 코시국의 예식도 무사히 이루어 냈다.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국내로의 신혼 여행도 다녀왔고 말야.
나의 세상이 무너짐을 경험했고, 내게는 큰 트라우마가 남았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슬픈 일들이 줄을 지어 나를 기다리는 슬픔의 시한부 인생과 가까워 진다는 것.
그 슬픔은 사랑을 받은 만큼, 더 많이 아파야 하는 점에서, 인생은 참 쓸데없이 공평하다는 것.
이 두 가지 생각이 뒤엉켜 꽤나 버겁다가도, 나의 세상의 손을 잡고 새로운 세상에 걸어 들어갈 수 있었음에는 하늘에 감사해.
2020년 키워드는, 주식, 여행, 결혼 그리고 나의 세상으로 함축시킬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