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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솔레미욤 Dec 07. 2020

나의 으르렁은 애사심이라기 보단, 책임감이었다.

친구가 말했다.

“너도 어찌 보면 사서 고생한다. 그냥 위에 보고 드린다고 말하고 떠넘기면 되지, 너보다 높은 사람을 상대로 뭐하러 대들어.

네가 매번 대든다고, 그 사람이 바뀌어? 안 바뀌지.

그냥 너만 욕먹는 거야.

애사심도 많다. 네 잘못으로 떠넘기면 그냥 알겠다고 하고 넘기면 되지, 뭘 더 좋은 회사로 만들려고 싸워. 회사가 물어내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그러게. 내가 왜 굳이, 나보다 센 상사를 상대로, 매번 으르렁 거리며 대들었을까

물론 내 잘못이 아니더라도

“네, 알겠습니다”라고 하면 안됐을까.


나의 으르렁에 대한 변명을 하자면

내가 그들의 억지를 받아주면, 앞으로 후배들도 그 억지를 받아줘야 한다는 생각에, 나 만큼은 받아주지 않아야 한다며 발버둥 쳤다.

근데, 친구 말도 맞다.

어차피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상대도 아니고

지금 이긴 들, 다음에 또 똑같은 상황이 발생하여 또 싸워야 하는 상대라면, 굳이 매번 싸울 필요가 있을까. 매번 기분만 나쁘지.


상부에 보고 드린다 한들, 제대로 해결되지 않기에 내가 해결하려 했던 것도 사실이다.

상부에 보고하면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온 적이 많아서,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 때는 대부분이 스스로 해결하려 했다.

사서 고생이지. 잘 못 해결 되어도 그때는, 내 손을 떠난 일이기에 상사를 탓하면 되는데 말야.


우리 팀은 다른 팀에 비해 비빌 언덕이 낮은 팀이기에, 내가 비빌 언덕은 없다.

비빌 언덕이 없어서 힘든 지금이기에, 팀원들에게만큼은 작은 언덕이라도 되어주고 싶었고, 언덕이 되지 못하더라도 괜한 일을 떠안아 짐을 떠 넘기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더욱 으르렁 거렸다.



나의 으르렁은 애사심이라기 보단, 책임감이었다.

그런데 이게, 잘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틀린 건 틀렸다고 말해주는 게 맞는데

좋은 게 좋은 것도 사실이기에

어디까지 좋게 넘어가야 하며

어디까지 이해해 줘야 하는가

팀원들과 내가 덜 고생하는 이해의 선이 어디인가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선에서는 좋은 게 좋은 거고

내가 해결할 수 없는 선에서는 명확하게 하고 싶은데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데, 내가 책임을 지면서까지, 직급에 눌려 주어야 하는가.


적고 보니, 나의 으르렁은 성격의 영향이 크다

잘못을 떠넘기려하는 사람에게 생기는 반발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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