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는 법부터 다시

by 후이빈

필라테스 호흡은 기본적으로 흉곽호흡이다.

갈비뼈와 복횡근을 이용하여 코로 숨을 마시고 입으로 숨을 내쉬는 식이다. 숨을 들이마실 때 흉곽이 전체적으로 커졌다가 내쉬면서 복부를 단단하게 안쪽으로 당긴다. 이때 갈비뼈가 아닌 가슴을 부풀려도 안되고 내 쉴 때 과도하게 배를 집어넣는 것도 맞지 않다. 막상 해 보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머릿속 잡생각을 멈추고 집중해서 그 느낌을 찾아내야 한다. 인간은 하루 종일 아무렇지 않게 숨을 쉬는데 필라테스 수업을 가면 그 호흡은 배우는 거라고 했다. 리포머에 가만히 누워 숨쉬기에 집중할 때 그런 생각을 했다. 이것은 운동인가 명상인가.


그렇게 마음이 편해지려고 할 때쯤 몸을 확실하게 깨우는 각종 동작들이 시작된다. 발꿈치, 햄스트링을 이렇게 자극해 준다고? 엉덩이근육까지 쫙 떙길 때쯤 수업은 팔을 이용한 동작으로 바뀐다. 그리고 다리, 등. 동작들이 얼마나 다양한 지 몸 부분 부분을 다 거덜 낼 때쯤 수업이 끝난다. 처음 몇 달간은 수업하는 도중에 몸 곳곳에서 쥐가 났다. 발가락에도 쥐가 나 본적은 정말이지 이때가 처음이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수업을 쫓아가기 바쁠 무렵 나는 진심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강사를 존경하기 시작했다. 저렇게 다양한 수업을 매 번 새롭게 가르치며 나처럼 엉터리로 하는 회원을 교정해 준다는 건 엄청난 집중력이라고 생각했다. 강사는 수업을 시작하기 전 항상 회원들에게 신체적 이슈가 있는지를 물어보고 그에 맞게 동작을 변형해서 가르쳤다. 다들 이슈가 어찌나 많은지 무릎수술부터 고관절, 허리디스크, 발가락부상, 다양한 지병 등 지금도 한 번에 알아듣기 힘든 병명이 이곳저곳에서 나왔다. '아픈 사람들이 더 필라테스를 많이 하나? 재활운동이라더니 그 말이 맞나 보네. 이렇게 아픈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면.'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나 또한 꼬리뼈통증이 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훨씬 먼저 말로치고 나가는 다른 회원들에 묻혀 언제나 그렇듯 조용히 내 자리로 가기 일쑤였다. 그리고 왠지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나는 큰 문제가 아닌 것만 같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아줌마 또는 할머니들도 많았고, 아저씨들도 있었으며, 신체 어느 한 부분은 다 이슈가 있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이상하게 마음이 편했다. 나만 아픈 거 아니구나. 저 할머니도 이슈가 줄줄줄 나오는데 저렇게 활기차게 운동하고 가는구나. 너무 쿨한데. 나는 왠지 좀 위안을 받는 것 같았다.


필라테스는 기구 또한 많아서 침대처럼 생긴 리포머 말고도 체어, 바렐, 스프링보드, 캐딜락 거기에 이어지는 소도구들까지 한 시간 안에 모든 기구를 다 사용할 수 없을 정도다. 기구마다 특징이 있고 다양한 신체상황에 맞추어 운동하게 도와주지만 사실 무슨 기구를 이용하든 운동하는 몸은 동일하다는 사실은 한참 뒤에 깨닫게 된다. 보이는 모습이 달라 보이고 어떤 것은 더 멋져 보일 수는 있지만 오히려 아무 기구 없이 매트에서 온전히 한 동작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며 많은 동작뒤에 움직이는 내 몸의 근육은 하나라는 뜻이다.



그렇게 언어장벽과 생소함의 바다에서 헤엄치며 시작했던 아침 여섯 시 필라테스 수업은 주 1회에서 주 2회 급기야는 무제한 레슨권으로 이어지며 나의 힘든 육아노동시대에 한 줄기 빛이 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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