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 수업

by 후이빈

매주 화요일 새벽 4:30 분 기상.

요즘처럼 깜깜한 계절에는 몸을 일으키는 것이 쉽지가 않다. 가끔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게 아닌가 생각하지만 날씨 탓이라고 밀어붙이는 게 정신건강에 좋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한다.

다들 자는 새벽이라 교양이 마냥 살금살금 전기포트에 물을 따르고, 끓는 동안 출근복장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그래봐야 레깅스차림이지만 내가 아무렇게나 입고 운동할 때랑은 다르게 깔끔하게 입고 다니려고 노력한다. 새벽같이 운동을 나오는 멤버들에게 기운 없어 보이거나 침대에서 바로 나온듯한 인상을 주는 것이 좋은 에너지를 주는 것 같지 않아서다.


바늘이 다섯을 가리키기 전 집을 나선다. 싸한 바람이 있지만 어디 한국에 비하랴. 이 정도면 그저 봄가을 날씨 그 이상은 아니다.

조용한 길거리에 서 있는 차에 들어앉아 시동을 켜는 동안 차가 한 두 대가 지나간다. 이런 새벽에도 나처럼 깨는 사람이 또 있구나 하는 생각에 덜 외로워지는 걸 보면 사람은 확실히 사회적 동물이다.

가는데 15분. 새벽이라 트래픽이 없어서 지각할 일은 전혀 없다.

출근하는 세 군데 스튜디오 중 한 군데 도착하면 맞은편 Gym 이 다섯 시에 문을 여는 것이 보인다. 같은 쇼핑몰 안에 비슷한 종류의 비즈니스들에게 렌트를 주는 미국의 특성상 이 몰도 운동스튜디오들이 같이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들어가기 위해 파킹한 여러 대의 차들. 얼마나 부지런한가.

내가 새벽에 나오지 않는다면 절대 볼 수 없는 광경인데 비로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새벽을 활용하며 살아가는지 체험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나 또한 아침형 인간이라 모든지 저녁보다는 새벽에 능률이 잘 오르고 집중력이 가장 높다. 머리도 몸도 새벽에 가장 쌩쌩하며 오후 네시를 기점으로 2-3배 움직임이 느려지는 것을 느낀다. 이것도 나이가 들면서 더 하......... 아니다. 그만 생각하자.

어쨌든 아이를 보면서 유일하게 자유로운 시간도 새벽이어서 지금까지 필라테스를 하는 모든 시간을 다 합쳐도 거의 80%가 아침을 넘기지 않았던 것 같다.

조용히 혼자 스튜디오를 열고 불을 켜고 천천히 몸을 풀기 시작한다.

6시 수업인데 나는 5시에 출근한다. 그만큼 몸이 풀리는 시간과 수업을 다시금 시뮬레이션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 두 명이 아닌 단체 수업에서는 강사의 리더십이 무척 중요하다. 말 한마디에 동작이 바뀌기 때문이다. 더구나 원어민이 아닌 이상 머리가 덜 깬 상태에서 하는 제2 외국어는 그야말로 삐끗하면 골로 간다. Right을 Left로 바꿔 말하는 건 애교고 second(초) 줄임말로 sec을 말하는 대신 sex로 말한 적도 있다. 푸하하하. 그러고 보면 경력과 함께 내 얼굴도 점점 두꺼워지는 것 같다.


이미 이 시간을 가르친 지 2년이 넘었기 때문에 단골들이 있다. 운동 후 출근을 하거나 아침 일찍 눈이 떠지는 은퇴자들, 에너지가 넘치는 20대 등 다양하다. 그중에 한 분은 50대이신데 터마이트(흰개미) 방제작업을 업으로 하시는 싱글맘이다. 거의 일주일 내내 일하시는데 한 시간 이상 거리 출장은 그분에겐 아무것도 아니다. 장비를 옮기고 내리고 사람들을 지시하고 웬만한 장부가 아니면 힘든 일이라고 생각한다. 수업에 들어오는 멤버들은 자신이 항상 운동하는 자리를 고수하는 경향이 있어 그분 역시 스튜디오에 들어오면 자기 자리를 자동으로 찾으신다. 마치 이름표라도 붙여 놓은 마냥.


최근에 그분이 내가 했던 강사자격증 과정을 시작하셨다. 아니나 다를까 첫 두 달간 이어지는 살인적인 워크숍스케줄에 파김치가 되어 6시 수업에 나오셨는데 저러다 쓰러질까 싶게 걱정이 되었다. 자신의 비즈니스가 계절을 타는데 겨울시즌엔 필라테스를 가르쳐보고 싶다고 하셨다. 필라테스를 시작한 지 오 년이 넘으신 베테랑인 데다 성실함을 장착했으니 시작하신다면 금방 인기강사가 될 거라고 기운을 북돋아주었다.

새벽을 깨우는 멤버들과 정이 들었는지 다른 시간대로 옮기고 싶다가도 그분들을 떠올리며 무거운 몸을 일으키는 나를 발견한다. 같이 서로 북돋우면서 운동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걸 보면 신기하면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오늘도 열심히 잔소리해야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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