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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들빈 Jul 28. 2024

당신의 주문은 무엇인가요

말이 주문이 되는 순간들


비 오어제 스타벅스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아 동네 구청 로비에 있는 북카페에 들렀다.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켜놓고선 이상하게 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구경이나 해야겠다 싶어 로비 쪽 벽면에 비치되어 있는 책들을 구경했다. 한 손엔 인테리어 잡지 하나를 집어 들고 어린이도서 코너를 훑어보다 그림책 한 권을 집었다.


'당신의 마음에 이름을 붙인다면'이라는 제목의 표지엔 바다를 배경으로 백발 노부부 그림이 있고 그 옆엔 '카푸네'라는 단어가 적혀있다. 함께 적힌 뜻처럼 바다를 바라보던 부부는 곧 '서로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빗어 내릴 것' 같았다. 


책을 펼치자 영어 말고는 접해본 적 없는 세계 각국 단어들의 향연이었다. 그림 그리듯 다정하게 풀어놓은 해석을 보니 단어라기보다는 어떤 주문처럼 보였다. 사전 검색을

해봐도 표면적인 뜻이거나 대부분은 검색이 되지도 않았다.

단어와 해석의 패턴을 보면 단순 풀이가 아닌 상황 묘사에 가까웠다. 


사진출처 : pixabay

예를들면, 어떤 여자가 새벽 동이 틀 무렵 드디어 작업하던 노트북을 덮고선 그녀가 사랑하는 푹신한 침대에 몸을 던지며 외친다. 바로 이 상황에 내뱉는 말은 이렇다.


'스트라이크히도니아!'


그림책 단어들의 첫인상은 슈퍼배드 시리즈의 미니언즈에 나오는 미니언 언어처럼 정체불명의 어떤 느낌을 준다. 그리고선 영화 '세 얼간이'의 '알 이즈 웰'처럼 위안을 주는

구호같기도 하다. 책을 단숨에 두 번이나 읽었다. 71개 단어의 정확한 사전적 정의 여부는 어쩌면 중요한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책에 실린 단어와 해석을 보고 '이 단어는 이 뜻이야' 라며 하나로 정의할 수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사진출처 : pixabay

내 마음에 주문 같은 단어가 있다면 추억의 영화 해리포터에서 주인공 해리의 마법 주문 '익스펙토 페트로눔'이다. 이 주문은 악한 존재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는 소망이 담겨있다. 그런데 머릿속으로 자신을 지켜줄 형상을 구체적으로 그려야 주문이 실현된다. 해리는 이 주문을 외울 때 한 번도 만나 본 적 없는 부모님의 모습을 상상하고, 친구들과 마음을 나눴던 기억을 소환했다.


사진출처 : pixabay

내가 해석한 이 영화의 교훈처럼, 행동하고 교류하며 느꼈던 감정들이 동반될 때 우리가 내뱉는 말에도 힘이 실리는 것 같다. 러시아어로 게으름을 뜻하는 '프라즈나스티'는 부정적인 말이지만 상황을 이해할 기회를 일컫는 말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더불어 어떤 대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마음을 알아야 하는 것 같다. 정확하게 알 수는 없어도 적어도 노력의 과정은 필요하다. 대상이 왜 그런지 자세히 들여다 보고, 묘사하고, 소통하며 쉽게 단정하지 않은 것에서 이해를 해보는거다. 때때로 이를 망각하고선 툭툭 튀어나오는 말로 상처를 주거나 받을 것이다. 가끔 이 그림책의 말들을 마음 한구석 사전으로 여기고 내적 주문 삼아 외쳐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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