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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즈 해리스 부인이 디올 전시에 간다면

<크리스챤 디올 : 디자이너 오브 드림스> 전시회

by 해브빈

만약 영화 <미시즈 해리스 파리에 가다>의 주인공 에이다 해리스가 이번 전시장을 방문한다면, 어떤 감상을 남길지 궁금해진다. 영화 속 그녀는 크리스챤 디올의 오뜨 꾸뛰르 드레스를 갖기 위해 런던에서 파리까지 떠난 인물이다. 그녀가 그토록 동경했던 우아함과 아름다움이 바로 이곳, '크리스챤 디올: 디자이너 오브 드림스' 전시장에 그대로 펼쳐져 있다. 영화와 현실의 경계가 흐려지는 순간, 그녀의 눈을 따라 이 특별한 전시장을 천천히 걸어보자.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크리스챤 디올의 첫 컬렉션이 열린 '몽테뉴가 30번지 디올 하우스'의 입구가 보인다. "모든 것이 완전히 새로운 하우스를 꿈꿨다"던 크리스챤 디올의 말처럼, 이곳은 과거의 정교함과 현대의 감각이 섬세하게 어우러진 새로운 공간이다. 또각거리는 구두 소리가 공간을 채우고, 마치 누군가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중앙 계단을 우아하게 내려오는 듯한 환상에 빠져든다. 이 입구를 지나면 영화 속 에이다가 꿈에 그리던 오뜨 꾸뛰르의 성지가 펼쳐진다.



아치형 통로에서는 벽면을 가득 채운 크리스챤 디올의 스케치를 만날 수 있다. 그의 첫 컬렉션인 '뉴 룩'의 주요 실루엣을 보여주는 이 스케치들은 디올의 창의적인 여정을 보여준다. 영화 속 에이다도 크리스챤 디올의 말처럼 이곳에서 이렇게 외쳤을까, 'Oh, j'adore!' (오! 완전 마음에 들어!)



디올 하우스의 상징, 뉴 룩(New Look)의 대표작 《바 수트》다. 영화에서 파리 디올 컬렉션 쇼를 찾은 에이다가 처음으로 보았던 드레스이기도 하다. 우아하게 잘록한 허리와 풍성한 스커트의 대비는 전쟁으로 억눌린 여성성을 해방시키고,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을 대담하게 표현했다. 바 수트 옆으로 다양하게 재해석된 작품들은 무슈 디올의 혁신적 미학이 시대를 넘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무슈'는 프랑스어로 '선생님' 또는 '남자'를 의미하며, 크리스챤 디올을 존칭 하는 표현으로 사용된다.)



영화 속 에이다가 파리에서 머무는 동안 사랑했던 장소 중 하나는 꽃 시장이다. 그 장면과 절묘하게 연결되는 전시 공간이 바로 '디올 정원'이다. 자연은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의 상징이자 디올 스타일의 영감의 원천이기도 하다. 크리스챤 디올이 어린 시절의 정원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시킨 팜므 플뢰르 실루엣은 꽃잎처럼 부드럽게 퍼지는 드레스와 날렵한 상의로, 여성 본연의 우아함을 강조한다. 한국 아티스트 김현주와 협업한 이 공간에서는 사계절을 닮은 작품들이 우아하게 자리하며 마치 살아있는 정원 속에 서 있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정원을 지나 만난 '디올 아뜰리에' 공간에서는 크리스챤 디올이 생각한 럭셔리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디올은 럭셔리를 '좋은 소재와 탁월한 장인 정신'에서 찾았다. 숙련된 장인들이 있어야 비로소 화려한 아이디어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도 에이다가 하얀 가운을 입은 재봉사들에게 둘러싸여 드레스 가봉을 했듯, 아뜰리에의 재봉사들은 흰 가운을 입고 무려 1,000시간 이상의 정성을 담아 오뜨 꾸뛰르 작품을 만들어냈다. 이 공간에서 에이다의 꿈이 실현되었던 순간을 떠올리며, 완벽한 장인 정신에 경외감을 느끼게 된다.



전시장 후반부에서는 영화에서 디올 하우스의 현대화를 이끈 변화를 다시금 떠올릴 수 있다. 드레스뿐 아니라 슈즈와 가방, 향수 등 다양한 제품들이 아름답게 배열된 공간은 디올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에이다는 영화에서 디올의 현대화를 촉진했던 인물로 등장하는데, 실제 디올 하우스 역시 전통적인 오뜨 꾸뛰르뿐 아니라 액세서리와 퍼퓸, 메이크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디테일을 아우르는 '토탈 룩'을 창조하며 새로운 시대에 적응했다.




마지막 전시 공간에서는 화려한 디올 무도회가 펼쳐진다. 영화 속에서 드레스를 입고 댄스파티에 참석했던 에이다처럼, 이곳의 드레스들도 각자의 시대를 반영하면서도 크리스챤 디올의 독창성을 간직하고 있다. 풍성한 실루엣과 섬세한 자수 장식은 보는 이로 하여금 우아한 춤을 추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한국 작가 수 써니 박의 빛나는 설치 작품과 함께 마치 꿈속의 무도회장에 발을 들인 듯한 환상을 경험할 수 있다.



이 전시는 단순히 패션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영화 속 에이다 해리스가 경험했던 것처럼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과 우아한 애티튜드를 일깨운다. 전쟁과 억압의 시간을 딛고 탄생한 디올의 스타일은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꿈틀거리고 있으며, 진정한 아름다움은 옷을 입는 이의 마음가짐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오늘, 이 전시장을 방문한 에이다 해리스는 이렇게 말할 것 같다.

"아름다움이란 화려한 옷이 아니라 각자의 꿈에서부터 시작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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