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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이리엔 Jun 11. 2024

이름을 잃어버린 아이

14시간 비행을 견딘 결과는 이름 상실


프랑스에 온 지 50일이 넘어가는 시점

나는 두 번의 한국인들, 혹은 한국인 무리(?)를 만났다.


지난 주말 남편과 1시간 여정의 길을 나섰다.

무려 이곳에 사는 한국 사람들을 만나러.


꼭 한인사회에 녹아들어 보려는 의지는 아니다. 반대로, 꼭 기피하고자 하는 마음도 없다.

그저, 대화가 통하는 사람들이 만나고 싶고, 다들 이곳을 어떻게 살아내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렇게 우리는 늦은 오후 길을 나섰다.

아직 한국어 인식표를 달고 다니는 반려견, 율무와 함께




이곳에서 한인들 혹은 한국어를 하는 외국인들을 만날 때마다 재미있는 일들이 생긴다.

이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프랑스인과 결혼한 분께서 남편과 자리에 동행했고, 이야기 꽃이 무럭무럭 피어났다.

다른 도시에서 프랑스에 온 지 막 한 달 좀 넘은 젊은 부부가 왔다. 그것도 한국에서부터 같이 온 반려견과 함께! 우리의 이야기는 서서히 잦아들고, 자연스레 우리 '율무'에게도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율무는 9살의 어느 날, 프랑스에서 이름을 2번 잃어버리게 된다.



<첫 번째 이름 상실의 난>


두 번을 만났으니, 지인이라고 봐도 될 분이 물었다.

"어머, 얘 이름이 뭐라 했더라? 메밀!!! 이리 와봐!"


아마도 내가 율무의 이름을 설명하면서, '율무차'와 색이 비슷해서 그렇게 지었다고 설명한 걸 기억하신 듯하다.

먹는 것이었고, 곡물이었다고 생각하시니 메밀이라고 기억하신 거다.




<두 번째 이름 상실의 난>


첫 번째는 실수였다고 볼 수 있는 단기 상실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는 달랐다. 이름을 아예 잃어버렸다.


모임에 있던 두 명의 프랑스인에게 율무의 이름을 설명해주고 싶었던 우리들.

번역기를 돌려 '율무'의 프랑스어를 찾기 시작했다.


프랑스어로 율무는 'coix'라고 나온다. 그렇게 보여드렸지만 아무도 알지 못했고, 주변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며 이미지 검색으로 온갖 율무(곡물) 사진을 보여줬다.


음..... 결과적으로 율무는 프랑스에서 흔하지 않은 곡물이었다.


그리고 돌아온 프랑스인 남편분의 대답

"just céréale"

그냥 '시리얼'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율무는 프랑스에서 진짜 곡식 율무로 설명되기는 글렀다.

이제 그냥 '시리얼'이라고 불러야겠다.




그래, 율무야

우리는 여기서 생존 중이니까, 이름은 잠시 넣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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