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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이리엔 May 30. 2024

의식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식'과 '주'더라

어색한 해외에서 생활의 본질로 돌아가다

남프랑스로 이주한 지 3주 차

드디어 나는 조금은 나의 생활이 적응되기 시작했다.


인간욕구의 본질 중, 제대로 본질로 돌아가며



살다 보니, 다시 의식주의 소중함을 깨닫다


식(食)

새로운 보금자리가 정리되고 나니, 내가 가장 먼저 파헤친 건 결국 '요리'였다. 

남편이 몇 달간 혼자 생활하며 볶음밥+밑반찬으로 연명(?) 했고, 왠지 시장/마트에 가면 새로운 식재료들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행히 한국에서 짐으로 부쳐온 통조림류, 라면, 식자재들이 있다.

다만, 요 몇 주간 그 식자재들을 많이 사용하지는 않았다.


아마도 마트에서 눈이 휘둥그레 해지게 만드는 치즈, 버터, 고기들을 맛보고 싶어서일 듯하다.


한국에선 두 번 세 번 고민하고 장바구니에 넣어야 했던 치즈들이 물만큼 저렴하고, 돼지/소/닭고기도 한국보다는 저렴한 편에 속한다.


야채영역으로 넘어가면, '바질'을 화분 채로 2유로(원화 3,500원) 정도에 팔고 있다. 한국에서 한 주먹에 8천원을 호가하던 방울토마토는 두 주먹 정도에 1유로면 달달하고 맛난 것을 가져올 수 있다.


한국과 다른 것이 많지만 그래도 우리의 입맛이 많이 서양화되었기에....

파스타, 스테이크, 샐러드 등등 생각보다 저렴하고 건강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결론적으로, 남프랑스 생활 3주 차 음식에 대한 걱정은 거의 사라졌다.


양식처럼 먹고 싶으면, 신선하고 신선한 재료고 그냥 만들어낼 수 있다.

2018년쯤 친구에게 선물 받은 샤프란을 여기서 요리에 처음 써봤다니. 사실, 이것으로 적응이 끝난 것을 알 수 있다.





한식처럼 먹고 싶으면 물론 그것도 가능하다.

아직까지 한식은 고기류, 주먹밥, 한국에서 가져온 밑반찬이 메인이다.

한국에선  엄마에게 그렇게 보내지 말라고 성화를 피우던 밑반찬들이 상할까 봐, 닳을까 봐 안달이다.






주(住)

한국에서 가져온 물건들로 채워진 집에 적응하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었다.

베개 커버까지 집에서 쓰던 것이라니, 얼마나 포근한가.


그럼에도 새로운 나만의 책상, 주방, 거실장을 꾸미는 건 매우 중요하다. 여기에선 남편보다 내가 집에 있는 시간이 훨씬 길다. 그리고, 난 집에 있는 시간을 최대한 행복하게 보낼 수 있어야 잘 살아낼 수 있다.


물건을 많이 늘릴 수도 없을뿐더러, 프랑스의 살벌한 물가 때문에라도, 그저 가져온 물건들로 단출하게 공간들을 메꿔나가고 있다.


지금까지 내가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은 '책상'이다.


조명이 밝지 않고 벽이 어두워서, 전반적으로 다소 침침한 거실. 내가 가진 작고 밝은 불빛을 최대한 모아놓은 곳.

지금은 구조가 조금 바뀌었지만, 여전히 우리 집에서 가장 밝은 곳이다!

외국의 집들은 왜이리 다 어두운지, LED 백열등 그립다!



그리고 이곳저곳 작지만 내 맘대로 쓰고 있는 공간들


설거지 더미와 신선한 야채로 채워진 주방

집에서 거의 온전한 나만의 공간으로 채워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곳

심혈을 기울여 깨끗하게 청소한 발코니!

바닥에 먼지와 나뭇잎들을 물청소로 싹 치웠더니 개운하다.


날씨가 곧 빠르게 따듯해질 테니, 어서 발코니를 꾸며서 휴식을 즐길 거다.


이제 새싹이 움트고 있는 채소들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에서 가져온 씨앗들이 생각보다 높은 발아율로 풍성하다.


어서 깻잎이 자라 닭갈비를 만들어 먹는 그 날이 오길 바라본다.




여기까지 정리를 해보니 더욱 평이한 나의 평일 생활

첫 2주는 혼자 나가는 것이 무서워서, 집안에만 있었다.


3주 차에 우리 동네가 평일 점심이 되면 관광객으로 붐비기 시작한다는 걸 알았다.


조금 적응하고 보니 그래서인지 마트/식당 직원들이 모두 친절한 것 같다. 전반적으로 영어도 꽤 잘하고, 외국인으로 보이면 굳이 프랑스어를 고집하지도 않는다.


아비뇽교황청까지 걸어가 보면,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 관광객을 볼 수 있다. 그렇게 몇 번, 경험이 쌓이고 나니 이제는 혼자 나가는 것이 무섭지 않다.


지금까지는 의식주 중 '식(食)'&'주(住)'에 집중했던 기간들이었다. 이젠 밖으로 나가서 소셜활동에 중요한 '의(衣)'가  중요한 시간들을 보내볼 용기가 생겼다. 단골집도 만들고, 인사하며 안부 묻는 사람도 필요하다. 




아직은 활동반경이 철저히 집 안에 국한되어 있지만, 이렇게 자주 좋아하는 것들이 생겨난다면 언젠간 이제 '남프랑스 생활' 적응했다고 떠들고 다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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