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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려도 괜찮아."
이렇게 제목을 정하니 이 한 문장이 글의 핵심을 콕 찌른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자주 방문하는 교육 관련 인터넷 카페의 글을 읽다 보면, "우리애는 쉬운 문제도 자꾸 틀려요.", "초등학교 2학년인데 덧셈, 뺄셈도 잘 틀려요.", "초3인데 단원평가 풀면 한 두 개씩 꼭 틀려서 걱정이에요." 이런 글을 자주 접하게 된다. 내가 보기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엄마들은 아주 큰 일인 것처럼 걱정하고, 또 안 틀리게 해 주는 학원이 있는지 백방으로 수소문을 한다.
틀리면 안되나?
초등학교 2학년이 이제 막 수학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하자. 아이가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틀리지 않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가? 모든 아이들이 한 번 배우고 나면 다 알아듣고 술술 문제를 풀 수 있게 되는 건가? 엄마의 마음에는 다른 집 아이들은 몰라도 내 아이는 술술 풀어내야 한다는 욕심이 차 있는 것 같다. 이해는 한다. 나도 한 아이의 아빠로서 그랬었으니까. 딱 보기만 해도 답이 탁 튀어나오는 문제를 열 손가락, 발가락을 다 동원해서도 못 풀고 앉아 있으니 왜 답답하지 않겠나.
공부를 집에서 엄마랑 하든 학원에서 선생님이랑 하든 아이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자리 잡아야 할 것은 틀려도 괜찮다는 인식이다. 아이가 그런 인식을 가지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사람은 과연 누굴까? 학원 선생님이 그런 노력까지 해 줄까? 결과로 보여줘야 하는 학원 선생님에게 그런 걸 기대하는 건 과욕이다. 그러니, 아이가 틀려도 괜찮다는 인식을 가지려면 엄마가 먼저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어느 토요일 오후, 한 도넛 매장을 아들과 들렀는데, 옆 테이블에 초등학교 2학년 정도로 보이는 딸과 엄마가 있었다. 수학 문제를 풀고 있었는데 아이는 하기 싫어 징징거리며 몸을 뒤틀고 있고 엄마는 왜 이런 걸 틀리냐며 야단치고 있는 상황이었다. 수학을 싫어하게 되는 지름길로 엄마가 끌고 가는 것 같아 안타까웠지만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엄마는 처음부터 맞히는 걸 좋아할 뿐, 틀린 문제에서 얻을 것이 많다는 것을 모른다.
'틀려도 괜찮다.'는 인식이 왜 필요한지 보자. 일반적으로 풀었을 때 65~70% 정도 맞힐 수 있는 문제집을 적정한 문제집이라 한다. 30~35%의 틀린 문제를 다시 공부하면서 생각의 오류를 수정하거나 몰랐던 것을 알게 되고, 65~70% 의 맞힌 문제를 통해서는 불확실했던 생각에 확신을 더하고 또 익숙해지는 연습을 하게 되는 거다. 그야말로 "배울 학(學), 익힐 습(習)."인 것이다. 틀리는 문제가 없다면 배울 것이 없고 결국 실력은 제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어쩌면 틀리기 위해서 문제를 푼다고 말할 수도 있다. 결국, 틀리는게 문제가 아니라 틀린 문제를 다시 공부하지 않는게 문제다.
수학을 처음 배울 때부터 "틀리면 안 돼."라는 말을 들으며 자란 아이의 마음은 어떻겠는가? 틀리는 것에 대해 자꾸 야단을 친다면, 아이는 틀리는 것이 두려워 틀릴만한 어려운 문제는 점점 풀지 않으려 하게 된다. 이런 성향을 보이는 아이는 사실 엄청 많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이 되면 채점을 똑바로 하지 않기도 하고 급기야 답안지를 베끼기도 한다. 이런 일이 있으면 다들 아이 탓을 하는데, 처음 공부를 시작하던 때로 돌아가서 아이에게 어떻게 말했는지 상기해보자. 혹시, 엄마 본인이 그렇게 만든 건 아닌가?
아이가 이제 막 공부를 시작하려 하는가? 그럼 먼저 마음속으로 연습 많이 하시라.
'틀려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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