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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는선생 Jan 07. 2018

중1, 뜨거운 맛은 피해라.

#010





  중1 첫 중간고사가 끝나고 나면 이런 상담이 많다.


겨울방학부터 신나게 놀던데,
그냥 뒀어요. 이번에 뜨거운 맛을 한 번 봤으니까 정신 차리겠죠.



 뜨거운 맛을 보면 정신을 차리던가? 컵라면 국물 급하게 마시고 입천장 까진 적이 딱 한 번 있었나? 뜨거운 맛 한 번 봤다고 정신 차린다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냥 입천장만 까진다. 중학교 진학 후 치는 첫 시험이 그렇다. 못 치면 정신을 차리는 게 아니라 그 상 깊이 아서 두고두고 애를 먹는다. 공부를 함에 있어 가장 기본은 자신감인데, 그 크기는 첫 시험 결과에 많이 좌우된다. 이런 이유로 중학교 진학 후 첫 시험의 결과의 의미는 상당히 크다.


 2018년부터는 자유학기제가 확대된다고 하니 처음 뜨거운 맛을 보게 되는 시기는 점차 중2로 미뤄지는 듯하다. 각설하고, 뜨거운 맛은 되도록 안보는 게 좋다.


자유학기제 : 중학교 한 학기 동안 중간ㆍ기말고사를 보지 않는 대신 토론ㆍ실습수업이나 직장 체험활동과 같은 진로교육을 받는 제도
(출처: 네이버 시사상식사전)


 내로라하는 명문대를 졸업했어도 갓 입사한 신입사원은 할 줄 아는 것이 별로 없다. 그래서 잘 적응하여 잠재된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도록 선배 사원이 돌보는 것이다. 하지만 중학교는 어떤가? 회사처럼 세심하게 돌봐주는 사람이 있던가? 결국 혼자 적응해서 첫 시험부터 좋은 결과를 내야 한다. 아니 좋은 결과를 부모들이 바란다. 그렇기 때문에 더 제대로 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또 일찍부터 선행 학습을 하라는 이야기 아니?"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본질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전문가의 입장에서 보면 "선행학습"의 주된 목적과 효과는 실력 향상이 아니라 고등학교 수학(특히, 자연계 수학)에 대한 양적 배분에 있다. 그런데도 선행학습을 통해서 실력을 올리겠다는 생각을 가진 부모들이 여전히 많다. 


 중1 수학, 특히 1학기에 대한 준비는 난이도 점프에 대한 대비이기 때문에, 양적 배분을 주목적으로 하는 "선행학습" 본질부터 다르다. 그렇다고 어중간한 초등수학 실력으로는 일찍 중학 수학을 시작한다 해도 효과가 없다.  그러니, 수학을 잘 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선행학습을 먼저 생각하기 보다는 바른 심화학습으로 초등수학을 튼튼하게 하고 공부하는 바른 태도를 익히도록 하는것이 중요하다. (초등 저학년 자녀가 있다면 <틀려도 괜찮아>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초등 수학에서 중등 수학으로 가는 길은 대형마트의 완만한 경사의 무빙워크(Moving walkway) 같은 게 아니라 한 칸이 아주 높은 계단과 같다. 어느 날, 갑자기 엄마 손을 꼭 잡으며 "어머니, 중학교에 가서 수학을 잘하기 위해서는 지금 중1 공부를 시작해야 해요. 좀 시켜주세요.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하는 초등학생이 과연 몇 명이나 되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적어도 중학교 1학년 1학기에 대한 준비는 부모가 좀 주도적이어도 좋다. 주도권을 갖고 계획을 짜라는 말이지 곡해하여 공부했는지 안 했는지 확인하고 잔소리를 하라는 말 절대 아니다. 또 언급할 기회가 있겠지만, 집에서 "공"라는  들리지 않을수록 좋다.

< 수학 난이도 변화 >


  다시 강조하지만 중학 수학은 난이도가 갑자기 올라가기 때문에 진도 위주의 어설픈 선행수업으로는 진짜 실력을 쌓을 수 없다. 올바른 방법으로 공부했다면 수학을 잘 수 있는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1학년 내용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2, 3학년 과정을 배우느라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그러고 나서 첫 시험에서 뜨거운 맛보게 된다. 정말 안타깝다. 이 글을 쓰는 이유도 그런 아이들이 적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공부를 했음에도 잘 모른다면 모르는 부분을 다시 보는 것이 상식이다.  중학교 1학년 과정을 잘 모르면 그 부분을 다시 공부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보다 어려운 중2, 3 수학을 하면 채워질 수 있다고 하거나, 그렇게 하면서 막연하게 채워지기를 바라는 경우가 너무 많다. 그런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나면 중2, 중3 내용은 물론이고 중1 수학 조차도 잘 모르는 경우도 빈번하다.


 중학교 수학을 준비할 때, 어차피 여러 번 공부할 것이니까 지금은 대충 넘어가도 된다고 하는 자세도 좋지 않다. 반복학습이라 함은 "모르는 건 일단 넘기고 다음에 다시 본다."의 의미가 아니라 "최대한 이해하고 반복하면서 난이도를 조금씩 높인다."로 생각해야 한다. 모르거나 틀린 문제를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 넘긴다면 후속 내용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실력도 쌓이지 않는다. 수학은 연계성 과목이라 기초가 중요하다고 하지 않던가. 허투루 들을 말이 아니다.

 

 초등수학을 등한시하는 경우도 많은데, 감히 말하건 데 가장 중요한 것이 초등수학이다. 잘 하던 아이가 계속 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크게 역전하는 경우도 있지만 흔하지 않다. 결국, 초등수학의 실력 차이는 중등수학으로 연결되고 고등학교까지 지속되는 상황이 된다. 이로서 초등수학의 중요성은 충분히 설명된다.


 초등수학을 배우는 동안 공부하는 방법과 태도를 익히게 되는데, 이것이 공부의 핵심 아니던가. 난이도의 급격한 변화를 고려한다면 적어도 중1 수학은 여러 번 반복 학습할 수 있도록 학습계획을 세우기를 권한다. 여러 번 공부하느라 처음엔 진도가 느려 보일 수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진짜 실력의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할 것이다.

  

 초등수학을 기본으로 잘 쌓은 중1 실력은 단단하게 뭉친 한 주먹의 눈 뭉치이며 한 바가지의 마중물과 같다. 별것 아닌 한 주먹의 눈 뭉치, 한 바가지의 물이지만 커다란 눈사람이 되고 하고 힘찬 물줄기를 올라오게 한다.


 공부에 대한 자신감과 욕심은 진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실력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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