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뎌지는 감정들
어린 시절에는 조그마한 기쁨과 슬픔, 헤어짐과 아쉬움 이 모든 감정들을 솔직하게 마주하고 깊게 빠져도 보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다양한 경험을 하며 여러 사람들을 거칠수록, 하나의 감정에 사로잡히는 횟수가 줄었다. 내가 너무 힘들었고, 내가 너무 휘청이는 듯했다. 그렇게 내 감정을 그냥 포기한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천천히 벽을 쌓는다.
결국 정을 주지 않으려 노력하게 된다. 살 날이 기대되기보다는, 다가오는 죽음이 느껴지는 때가 온다면, 막상 죽음에 대해 큰 감흥이 없어질지 모른다. 수시로 들려오는 부고소식에 더는 예전처럼 깊게 아파하고 슬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렇게 되고 싶어서 일부러 그런 감정을 느끼기까지의 관계를 맺지 않을지도 모른다. 힘들어지기 싫어서 앞선 행복조차 포기한다.
우리 그러지 말자. 감정을 포기하진 말자. 내 감정을 버릴 필요까지는 없잖아. 홀로 살아가려 애쓰진 말자. 몇 번을 겪어도 익숙지 않은 고통이 밀려올 때, 그때는 그저 지금처럼 이렇게 글을 쓰자. 그 감정을 전해준 사람을 위해 글을 쓰자. 언젠가 닿을 수 있을 때까지.
다채로운 감정들을 온전히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