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게 깨졌으면 됐잖아
한계에 부딪혀볼 수 있는 경험을 했다는 것은 소중한 일이다. 번듯한 직장을 가지고 비로소 안정감을 취득했을 때 한계에 부딪히게 되면, 잃을게 너무나도 많고 동시에 잃을 수 없는 것들도 많기에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겠지.
그렇지만 지금의 나는 잃을 게 시간밖에 없다. 직장도 명예도 이미지도 그 무엇도 잃을 수 있는, 잃어도 되는 상황. 아니 아직 얻지 않아 잃지 않는 상황에서 그저 나의 청춘만 태웠을 뿐이다. 최대의 노력을 했고 내 실력의 최대치를 끌어올렸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실력발휘를 못해서가 아닌 실력이 부족했다는 걸 깨닫고 나서는 생각보다 덤덤했다. 그래서 후회가 없었거든.
오랜 기간 하나의 꿈을 향해 달려오면서 크게 실패한 적이 없었다. 항상 내 계획대로, 최선이 안된다면 차선으로 해결이 되는 인생이었다. 그래서 겁이 났다. 실패를 마주하면 얼마나 무너질까? 얼마나 오래 힘들어할까? 내 힘만으로 이겨낼 수 있을까? 그러나 쓸데없는 고민이었다.
큰 실패는 없었지만, 나는 성장하고 있었다. 한계를 마주했을 때, 지금이라서 다행이라 생각할 수 있을 만큼 단단한 사람이 되었다.
한계라는 벽에 멋지게 부딪혀서 장렬하게 깨졌다. 온전히 하나에 집중하여 쏟아부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것저것 목표를 낮추면서 노력을 분산시켰다면 한계를 마주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지금 한계에 부딪혀봤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영원히 기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