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나쁜 이유라도 말해주겠니?
첫째는 딸이고, 둘째는 아들이다.
첫째가 8개월이 되었을 때 둘째가 알아서 찾아왔다.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첫째를 시험관으로 어렵게 가졌기에 둘째도 당연히 시험관을 생각했었다. 자궁경부가 짧아 임신 중 수술도 하고, 조기 진통으로 임신 기간 내내 누워있었던 첫째와는 다르게 둘째 때는 수술은 했지만 조기 진통이 없었다.
불러 나온 배 위를 마치 의자처럼 사용했다. 첫째를 걸쳐 앉히고 온 동네를 돌아다녔다. 뱃속에 찾아온 것도 기적이었고, 임신 기간 내내 엄마 걱정 한번 안 시키고 순하게 뱃속에서 컸던 것도 감사했던 둘째다. 오히려 첫째와 다르게 태어난 후에 엄마 손이 가기 시작했다.
크면 괜찮겠지, 했다. 아직 어리고, 아들이라 고집이 세다고만 생각했으니. 우리는 첫째를 잘 키웠으니 둘째도 걱정 없을 거라고 자만했다.
하지만, 쉽지 않은 순간들이 생겼다. 할머니와 여행을 가서 식당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울기 시작했다. 뭐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활처럼 온몸을 뒤로 져치고 악을 쓰고 울었다. 남편은 허겁지겁 밥을 먹고 둘째를 데리고 차에 갔고, 남은 밥을 어머니와 나, 딸이 급하게 먹고 나왔다. 어디로 들어갔는지도 모르겠다.
"아고, 와그라노, 정말. 손이 올라갈뻔 해다이!"
어머니도 참고 참으시다가 결국 이 소리까지 하고야 말았다. 그 마음 안다. 나도 그러고 싶을 때 많으니.
친한 친구 가족과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갑자기 몸을 활처럼 휘기 시작했다. 바닥에 드러눕는 아이를 신랑이 데리고 나간다. 남은 사람들은 이유를 모르니 답답하다. 또 저녁 식사 자리가 급하게 마무리 지어진다. 한참을 신랑과 이야기하고 울음을 삼키며 돌아온 아들에게 친구네 신랑이 말했다.
"OO아, 너는 엄마, 아빠한테 감사해야 돼. 아저씨 아들이었으면 한 대 맞았어."
매를 들고 싶지 않았다. 나만의 육아철칙이기도 했다. 말로 뭐든지 가능하다 생각했다. 첫째도 그렇게 키웠고, 학교에서도 그렇게 가르쳤으니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부부의 고민은 깊어졌다. 우리가 너무 엄하지 않아서 그럴까, 우리가 놓치는 게 있지는 않을까, 왜 이유 없이 자꾸 뒤집어지지? 엄마, 아빠는 한다고 하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니?
아이가 고집을 피울 때마다 엄마의 언성은 높아져만 갔다. 엄마한테 혼난 아이는 어느 순간부터 눈에 보이는 공책에 "엄마 나빠"라는 글씨를 썼다. 글씨를 배운 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니 문장으로 쓴 첫 글이 하필 이거다. 칠판에 뿔이 달린 도깨비 그림을 그려놓고 엄마라고도 했다.
억울했다. 잘못은 자기가 하고 혼을 내면 나쁘다고 말하는 아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언니에게 전화해서 도대체 이 상황에서 내가 뭘 잘못한 거냐 답답한 마음 한 바가지 쏟아냈다.
일하는 엄마라 그런가 자책했다. 아이와 오랜 시간 함께 해주지 못해서 그런가 미안하기도 했다. 어린 아이라 대화가 통하지 않아서 그렇지 말이 되면 제대로 가르쳐야지 생각도 했다.
유치원에 들어갔다. 말이 통했지만 이유 없이 고집을 부리는 아이가 여전히 엄마는 힘들다. 유치원에서 전화 오는 게 제일 무섭다. 아이가 아프거나 다른 친구와 갈등이 생기는 상황이었으니. 아이는 아침에 엄마에게 화를 내고 유치원에서 죄송하다는 편지를 써왔다. 화를 내고 아침에 '엄마 나빠' 한번 쓰고, 유치원에 가서 오후에 '죄송하다' 한번 써왔다.
죄송할 짓을 하지 말지. 울화통이 터졌지만 아이가 써온 편지는 정성껏 앨범에 모아놓았다.
나름의 위로였을거다. 그래, 지가 잘못하는 건 아나보다, 이렇게 계속 미안하다 쓰다 보면 언젠간 멈추겠지.
그렇게 학교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