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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치써니 Aug 16. 2024

엄마, 학교도 학원처럼 끊고 싶어!

학교 안 가면 엄마 잡혀간다, 아들아!

2020년, 코로나19가 한참 기승을 부릴 때다. 학교가 멈췄다. 단 한 번뿐인 학교 입학식도 취소되었다.


처음 맞이하는 상황에 부모로서, 교사로서도 당황스러웠다.


텅 빈 교실. 아이들이 학교에 오지 않았다. 더불어 우리 아이들도 학교에 가지 않았다. 집에 아이들만 두고 아침마다 아이들이 먹을 도시락을 싸놓고, 부랴부랴 출근했다. 학교에서도 언제 상황이 바뀔지 모르니 늘 긴장상태였다.


단체 생활을 힘들어했던 아들. 학교에 가지 않으니 문제가 생기지 않아 편하기도 했다.


2학기가 되어 일주일에 1-2번 등교하기 시작했다. 아이는 학교가 처음이었다. 학교에 가면 긴장했고, 책만 읽었다. 가끔 가는 학교에서도 수업보다는 아이들 게임, 활동 위주로 수업이 진행되었다. 승부욕 강한 아들. 게임에 누구보다 열심히 참여했을 거다. 1학년 담임선생님에게 칭찬이 쏟아졌다.


다 큰 줄 알았다. 역시 고집 피우던 모습도 한 때라고, 어릴 적 멋모를 때 일이라고. 기다려주면 알아서 큰다고 기뻐했다. 그렇게 2학년이 되었다.



2학년이 되면서  매일 등교가 결정되었다. 일주일에 한, 두 번 가던 학교를 매일 가야 하니 아침마다 전쟁이었다.

가지 않겠다는 아들 vs
등교시키고 출근해야 하는 엄마


울며 등교하는 날도 있었다. 출근하는 엄마의 뒤꽁무니 쫓아오기도 했다.


그래도 학교에 가면 잘할 줄 알았다. 선생님 말씀 잘 듣고, 학교 규칙 잘 지키고, 친구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줄 알았다. 3월 상담이 있긴 전까지는 말이다.


코로나로 전화 상담이 이루어졌다. 제대로 된 학교 생활은 처음이었기에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1학년 담임선생님에게 이미 칭찬을 들었으니 이제는 고개 숙이는 것도 끝난 줄 알았다. 마음 편히 선생님의 전화를 받는다. 자세히 말씀하시진 않지만, 알겠다. 선생님이 아이로 인해 힘들어하고 있다는 걸.


전화를 끊고 나니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다. 내 일이 바쁘다고 학교에 보내면 다인 줄 알았다.


며칠 전 아이가 했던 말이 떠 올랐다.

엄마, 학교 끊으면 안 돼?
학원은 끊을 수 있는데 학교는 왜 안돼?


학교를 끊겠다 말하는 아들. 전쟁 같은 아침이 설명되었다. 아이는 학교를 학원같이 끊을 수 있는 곳이라 여겼다. 그럴 법도 하다. 코로나로 학교 등교가 마치 학원처럼 일주일 2번밖에 되지 않았으니.


일주일 2번이야 하고 싶은 것 참고 다닐 수 있었지만 매일이 되니 버티기 쉽지 않았나 보다. 결국 아이의 고집스러운 모습이 다시 보였고, 선생님의 전화도 점점 잦아지기 시작했다.


어느 주말 아침, 아이가 갑자기 엄마에게 자기 전화기를 건넨다.

"엄마, 엄마 바꿔보라는데?"

"누군데? 여보세요?"

친구 엄마다.


아이가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나 보다. 그 문자를 보고 화가 난 친구 엄마가 아이에게 전화를 해서 나를 바꾸라고 한 거다. 상황을 제대로 듣지도 않고 사과부터 했다.


이 말을 들어보니 아이도 속상한 상황이다.


하지만 아이 마음이 보이지 않았다. 이미 죄송하다 말해야 하는 이 상황에 화가 나기 시작했다. 잘못했다 말하는 엄마와 자신의 속상한 마음을 충분히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말하는 아들과 한바탕 충돌한다.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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