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심리검사를 받다.
학교 생활을 어려워하는 아들, 아침마다 일어나는 전쟁에 점점 지쳐가던 엄마.
우리 두 사람을 지켜보던 친구가 조심스레 종합심리검사(풀배터리 검사)를 권해준다. 아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검사를 받을 정도로 우리 아이가 힘들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회피였을지도 모른다. 친구에게 몇 번 더 이야기를 들었지만 애써 외면했다.
그렇게 2학년 2학기가 되었다.
근무 중에 핸드폰이 울린다.
아이 학교다. 갑자기 손에 땀이 차오른다. 오른손으로 핸드폰을 잡아 귀에 대고, 왼손으로 핸드폰 아래를 붙든다. 나도 모르게 두 손으로 전화를 받고 있다. 아마 몸도 알았을 거다. 이 시간에 전화 온 걸 보면 긴장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공손해야 한다는 것을.
"어머니, 오늘 학교에서요..."
전화를 받기 전 마음을 다 잡았지만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저 죄송하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었다.
전화를 끊고 멍하니 모니터 화면을 바라본다. 아이에 대한 원망으로 마음이 들끓다가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이르자 서서히 뜨거워진 얼굴이 식는다. 분명 아무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는데 두 손이 키보드로 올라간다.
풀. 배. 터. 리. 검. 사.
검색창에 종합심리검사를 할 수 있는 곳을 찾아 클릭한다.
태어나서 처음 받는 심리 검사다. 아이에게는 간단한 놀이이니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하면 된다고 말하고 그 사이 우리 부부도 자녀양육태도검사와 기질 검사(TCI)를 받았다. 기질 검사(TCI)는 태어날 때 가지고 태어나는 기질과 환경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는 성격을 구분하여 측정하는 검사다.
검사 결과를 받으러 가는 날, 의외의 결과에 두 눈이 동그래졌다.
자기 고집대로 한다고 생각했던 아이, 누구보다 강하다고 생각했던 아이의 불안 수치가 높았다. 그동안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했던 이유가 불안하기 때문이라는 상담사.
불안이라는 감정을 누구에게도 배운 적이 없으니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몰랐고, 상황이 예상되지 않으면 불안이 치솟으니 자기 통제하에 두려고 했던 것이다.
엄마는 그것도 모르고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한다며 아이의 뜻을 들어주지 않았다.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마음을 들여다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불안'하면 나다. 나도 한 불안한다. 역시나 기질검사에서 아들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나를 닮은 아들,
하필 닮아도 '불안'을 닮았다.
나를 닮은 아들을 보며 미안했다. 요 작은 녀석이 그동안 혼자 불안한 마음을 껴안고 있었으니.
아무도 자기 마음을 알아주지 않았으니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얼마나 외로웠을까.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기만 했던 엄마. 그러니 매일 "엄마 나빠"라고 말하고, 짜증을 내면서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죄송하다"는 편지를 써 왔겠지.
자기 마음을 몰라주는 엄마가 미워서 나빴다고 했다가, 그런 자기 행동이 미안해서 죄송하다고 편지를 썼던 아들. 엄마는 아이 마음에 죄책감이 쌓여가는 줄도 모르고 아이에 대한 원망만 쌓아갔으니.
내가 문제 상황 안에 있으니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기 힘들었다. 이참에 내가 보지 못하는 나의 문제를 찾아봐야겠다.
친구가 소개해준 미술치료 심리센터에 문을 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