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 창문을 열고 새벽 풍경 사진을 찍는다. 여름이라 그런가 덥고 습한 바람이 훅 들어온다. 모두 잠든 고요한 새벽 시간, 불 켜진 곳이 없다. 물을 끓이는 동안 시원한 물 한잔 들이켠다. 찬물이 들어가니 서서히 잠이 깬다.
끓인 물로 커피를 내린다. 커피가 내려지는 동안 자고 있는 아이들을 살펴본다. 어쩌면 저 자세로 자나 싶다. 누나 다리가 동생 배에 올려져 있다. 누나가 옆에 있어야만 잠을 자는 아들이다. 저러면 불편해서라도 깰 거 같은데 쌔근쌔근 잘도 잔다. 얼굴 한번 쓰다듬고, 다리를 내려준다. 건강하게 잘 자라주어 고맙다.
커피를내리다 보면 남편이 거실로 나온다. 아침 인사를 하고 화장실에 가서 세수를 한다. 그 사이 커피와 간식 준비가 마무리된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각자 방으로 들어간다. 새벽 시간의 시작이다.
남편은 방에서 자격증 공부를 한다. 출근 시간 전까지 2시간 남았다.
나는 나대로 새벽 루틴에 집중한다. 우선 커피 한 모금 마시며 남은 세포를 잠에서 깨운다. 잔잔한 피아노 곡 틀어놓고 다이어리를 펼친다. 오늘 하루 일정을 계획하고 간단히 일기를 쓴다. 핸드폰으로 카드와 토스 입출금 내역을 보며 가계부를 쓴다. 경제 지표도 기록한다.밤사이 미국 주식도 확인한다.
30분 타이머를 설정하고 어제 읽던 책을 마저 읽는다. 기억하고 싶은 문장 하나를 정한다. 다이어리에 기록한다.
오늘따라 눈꺼풀이 무겁다. 컨디션에 따라 새벽 기상의 몰입도가 달라진다. 어느 날은 날아갈 듯이 집중이 잘 되고, 어떤 날은 물 먹은 스펀지처럼 온몸이 무겁다.
오늘이 딱 그런 날이다. 몸이 점점 아래로 흘러내리는 듯하다. 그래, 오늘이 금요일이지. 일주일 피로가 쌓여 피곤할만하다. 화장대로 달려가 미스트를 얼굴에 뿌리고 두 손으로 볼을 때린다. 잠도 깨고 피부도 탱탱해지길 바라면서.
나는 언제부터 새벽 4시에 일어났던가. 작년 4월 새벽기상챌린지에 도전했다. 새벽기상이 좋아 점점 기상 시간을 당겼다. 혼자 하기 힘들어 챌린지에 도전하며 습관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 뒤로 나의 일상을 블로그에 기록하고 있다. 그래, 오늘이 381일 차이다.
이렇게 졸려서 어쩔 줄 몰라하면서도 꾸역꾸역 새벽에 일어나는 이유는 뭘까? 나에게 새벽 4시는 어떤 의미일까?
아침잠 많은 올빼미형 인간이었다. 고등학교 때 지각 많이 했다. 지각 한번 할 때마다 가차 없는 형벌이 주어졌다. 운동장도 몇 바퀴 뛰었고, 맞기도 했고, 교무실 앞에서 손을 들고 서 있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만 되면 일어나기 힘들었다. 학교 정문으로 뛰어가면서 다가올 형벌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른 등교를 다짐하지만 다음 날 나는 또 두려움에 떨며 뛰고 있었다.
나는 아침형 인간이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직장을 가서도 마찬가지였다. 늦어서 아침 시간마다 택시를 탔다. 조마조마하면서 출근 시간에 겨우 맞춰 출근했다. 당연하다 생각했다. 나는 아침잠이 많으니깐, 나는 원래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는 사람이니깐,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니깐.
새벽 기상으로 인생을 바꿨다는 산 증인의 이야기를 들어도 부러워만 했다. 새벽 기상이라니, 게다가 새벽 4시라니! 그건 그 사람이니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랬던 내가 1년이 넘은 시간 동안 새벽 4시에 일어나고 있다. 물론 중간에 흔들리기도 하고, 빼먹기도 하고, 늦잠을 자기도 했지만 여전히 나는 새벽 4시로 알람을 설정해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