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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쏭작가 Sep 14. 2023

더는 선생님을 잃고 싶지 않습니다

Smooth Criminal을 들으며

 2년 차 앳된 선생님을 떠나보낸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이번엔 20년 차 경력의 교사를 잃었다. 참담한 소식에 이른 아침부터 눈물이 났다. 이제 막 꿈을 이루고 교단에 섰던 스물셋 청년 교사는 그간의 악성 민원이 얼마나 두렵고 혼란스러웠을까. 이십 년 경력을 무력하게 만드는 민원 두 아이의 엄마이자 교사였던 선생님은 또 얼마나 괴로을까. 사명을 가진 직업인으로서 하루에도 몇 번씩 무너졌다 마음을 다잡기를 반복하며 극심한 자괴감 느꼈을 것이다. 생을 마감하기까지 무거운 책임감에 짓눌려 있었을 그들을 생각하면 그저 눈물만 난다.


 교직에 몸 담고 있는 가족, 친구, 지인들은 사적인 자리에서도 좀처럼 자신의 스트레스를 털어놓지 않았다. ‘내 주변의 선생님들은 학교 생활이 수월해 보여 다행이다’ 하고 생각했다. ‘역시 일반 회사원보다는 교사가 낫지’라는 착각도 했었다. 묵묵하게 교사 생활을 해 오던 그들이 동료와도 같은 선생님들의 죽음을 보며 꾹꾹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사실은 본인도 진지하게 교단을 떠날 생각을 했노라고. 교권이 무너져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너무나 버겁다고. 교내에서 문제가 생겨도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한숨 쉬듯 힘듦을 털어놓는 소중한 선생님들. 이들에겐 남다른 사명감과 더불어 말 못 할 고초가 존재했다. 지친 교사들의 마음을 귀 기울여 들었다.


선생님, 우리 애가 모기에 물렸더라고요.

아이 몸무게가 자꾸 느는데 학교 식단 문제 아닌가요?

아이가 친구랑 다퉜다는데 대체 선생님은 뭘 하셨죠?

애 옷이 젖어서 집에 왔는데 신경 좀 써주세요.

제 아이에게 특별히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 주세요.

교사라면 아이를 낳고 길러 본 경험이 있어야 하는데 쯧.


 이런 얼토당토않은 이기적인 민원은 인터넷 기사에서나 존재하는 줄 알았. 정작 내 주변에도 강도 높은 민원과 상식 밖의 요구에 발버둥을 치고 있는 선생님들이 많았다. 주먹으로 때리고 쌍욕을 해야만 악성 민원인가. 필요 이상의 요구를 하는 것 역시 교사를 괴롭히는 행위다. 일 대 다수를 돌봐야 하는 이들이 도대체 뭘 더! 어떻게 해야 할까.

 참담한 실정에 네가 그렇게 고생하는 줄 몰랐다고, 네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아프다는 말조차 쉽사리 할 수가 없었다.  

 형제 같은 이들의 신음소리를 듣고 밤이 깊도록 잠이 오지 않았다. 그들의 밝은 웃음 뒤에 얼마나 많은 번뇌와 고통과 책임과 슬픔과 아픔과 미움과 사랑이 있었을지 차마 헤아릴 수 없다. 참았던 눈물로 베개를 적시며 아침을 열었다.


 오늘따라 마이클 잭슨의 ‘Smooth Criminal’이라는 곡이 악성 민원으로 고통받는 선생님들의 목소리처럼 들린다. 내 귀엔 가사가 이런 식으로 와닿는다.


그가 교실 창문으로 들어왔을 때

비명 같은 소리가 났지

그래서 그녀는 교무실로 도망쳤지만

그녀는 맞아 쓰러졌고, 그것이 그녀의 최후였지

선생님, 괜찮나요?

무사한가요. 선생님?

무사하다고 말해 주요.

그녀는 공격당했. 능숙한 범죄자에게.


  교사를 무자비한 수레바퀴 밑으로 밀어 넣는 능숙한 범죄자들이 많다. 교사들의 절박한 호소를 외면하는 국가 시스템, 영혼을 좀먹는 악성 민원인, 사회의 무관심이 이 땅의 교사들의 숨통을 조인다. 이제라도 교권이 바로 서길 바란다. 20년 동안 교직에서 고군분투하셨던 선생님의 피부가 화상 환자에게 기증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선생님을 가슴에 묻은 채 애도하고 기도한다. 잔혹하게 슬픈 월의 하늘에 서글픈 비가 내린다.


-모든 참 스승님들께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담아 이 글을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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