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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쏭작가 Oct 23. 2023

오후 일곱 시, 아끼는 하루의 시작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시간

 오후 일곱 시. 안락한 감정이 다. 노을이 화려하게 타는 여름철의  시간 특히나 연모한다. 바 일과와 하루 동안 쌓인 감정을 정리하는 7pm. 김이 모락모락 나는 저녁 식사에 긴장을 풀며 "오늘도 다 지나가는구나."고 말하지만 이때부터 가장 아끼는 하루가 시작된다.

 평일 오후 7시 30분 정도면 나의 오랜 단짝친구가 우리 집 대문을 활짝 다. 에어팟을 낀 채로 신발을 벗으며 내 이름을 부르는 친구에게 나는 달려간다. "왔네!" 아침에도 본 그 친구와 나는 오래 못 만난 사람 마냥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단짝친구이자 평생 반려자인 나의 남편을 기다리는 오후 막바지 시간은 언제나 이 가득하다. 긴 시간 집에 홀로 있는 날에도 전혀 외롭지 않음은 오후 일곱 시가 되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귀가하는 남편의 근무조건은 내게 돈보다 가치 있는 행복과 안정감을 안겨준다. 혼자에서 둘이 되는 오후 일곱 시를 위해 주방에서 어설픈 솜씨를 발휘하며 저녁상을 차린다. 소박 식탁에 앉아 "뭘 이렇게 많이 준비했어." 하고 다독여 주는 남편의 덕담이 여러모로 고맙다. 오후 일곱 시가 되면 그 어느 때보다도 집에 온기가 된다.


 여전히 세상물정 모르는 주부인지라 만일 남편이 지금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번다해도 늦은 시간에 귀가한다면 나는 반기를  것이다. 좋아하는 이를 만는 오후 일곱 시의 행복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그 행복을 돈으로 환산할 수 없기에.

 오후 일곱 시면 좋아하는 노래를 듣는 것은 물론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도 잊지 않는다. 별 탈 없이 무사히 지나가는 나날들에 감사하며 짧은 묵상을 한다.

 그 시각 바깥에 있는 상황이라면 바삐 귀가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구경한다. 허기를 달랠 음식을 들고 집으로 향하는 이들을 보면 마음이 뜨듯해진다. 바쁜 직장인에게 아침 일곱 시가 월요일 같은 존재라면 오후 일곱 시는 토요일처럼 달가운 존재가 아닐까.


 우연히 세븐틴 부석순 멤버들이 부른 '7시에 들어줘'라는 노래를 듣게 되었다. 잔잔하고 감미로운 목소리에 연애 세포가 깨어나는 노래 가사가 특징인 곡이었다.


7시에 만나 약속 장소 한강

달이 오기 전에 너랑 나 꼭 만나

우리 공식 답이 여기 우리 눈앞에 있잖아

긴긴 하루 지나 우리 둘이 만나

농담거리에 지친 하루를 한잔

밤이 너무 빨리 온다

시간아 멈춰라


 7시가 되면 누구라도 만나고 싶은 마음이 피어오른다. 대화하기 좋은 시간을 곁에 붙잡아 두고픈 마음이 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거나, 그도 아니면 나 자신을 만나 오늘 하루 수고했다 다독이며 고이 남은 하루 한 조각을 음미한다.

  입구 오후 일곱 시. 여름도 가을도 아닌 계절의 분홍빛 구름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가장 좋아하는 풍경을 만나 얼른 핸드폰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사진을 찍고 보니 내가 담은 건 분홍색 뭉게구름만이 아니었다. 사진에는 그토록 애정하는 오후 일곱 시가 행운처럼 담겨 있었다.

 특별히 아끼는 시간이 있어서, 그 시간에 어울리는 노래를 들을 수 있어서, 사랑하는 사람이 내게 오는 시간이 오후 일곱 시라서 행복다. 하루를 열심히 보내고 맞는 오후 일곱 시는 나를 더욱 충만하고 건강하게 만든다.

 이 글을 읽는 이들이 일곱 시가 되면 진정한 자신으로 로그인할 수 있으면 좋겠다. 미처 끝내지 못한 업무, 내일의 걱정, 오전에 있었던 머리 아픈 일들에서 빠져나와 스스로를 위로하고 다독일 수 있는 시간을 단 몇 분이라도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 저녁으로 향하는 건널목에 당신의 손길을 기다리는 섬섬한 내면이 있음을 기억하자. 나의 이 글이 누군가의 오후 일곱 시에 다다르기를, 지친 당신의 안부를 묻는 다사로운  한 장이 되 바란다.


-오후 일곱 시에 미세스쏭작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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