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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쏭작가 Nov 05. 2023

급여가 잘못 들어왔는데요

여기서 더 떼일 돈이 있긴 한가요?

 열심 그 이상으로 일하고서 급여를 떼여 본 적이 세 번 있다. 두 번은 기관의 힘을 빌려 받아냈고 한 번은 로 해결했으나 정당한 돈을 지불받기까지 두 달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기다림 끝에 받은 임금은 기쁨보단 허망함을 선사했다. 그 외에도 공제금 과잉 납부나 담당자의 실수 등으로 몇 차례 더 찌그러진 급여를 받았다. 직장인으로서 그나마 가장 즐거워야 하는 월급날이 한숨과 짜증으로 뭉그러질 때의 처량함이란. 본래도 많지 않은 급여의 당사자였기에 푼돈에 불과한 돈의 행방을 묻고 받아내는 일은 너무나도 유쾌하지 않은 일이었다.

 "얼마라고요? 이틀 분의 급여가 입금되지 않았단 말씀이시죠?", "이십만 원가량을 덜 받으셨다는 거죠?"라는 질문을 들을 때면 부끄러고개가 움츠려 들었다. 국가기관은 뭐가 좀 다를 거라 생각했는데 도긴개긴이었다. 일반 회사 역시 담당자 전화를 돌리고 돌리며 내 신상을 되물다. 이건 뭐 취조당하는 빚쟁이도 아니고 참나.


 불과 얼마 전 또 한 번 이런 구질구질한 상황에 봉착했다. 홀라당 증발한 급여의 사유를 묻는 메일을 쓰면서 무거운 한숨이 나왔다. 이런 경우 대부분의 담당자는 이메일 답변보다는 유선 전화를 통한 답변을 선호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다가 오히려 답답하다는 투로 "정확히 얼마를 못 받았다는 거죠? 급여명세서 확인 안 하셨어요?"라고 묻는 담당자 때문에 살짝궁 자존심에 금이 갔다. 사과가 먼저 아니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기어올랐지만 덩달아 무례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아 알약 넘기듯 꼴깍 쓴소리를 삼켰다. 같은 월급쟁이인 주제에 구걸하는 사람에게 적선이라도 베푸는 마냥 꼬짱꼬장 하게 구는 꼴이 혼자 보기 아까워 녹음이라도 해두고 싶었다.


 "그거 저희가 실수한 건이라서요. 이번 달에는 이미 회계가 마감돼서 못 드리고요. 다음 달 십일에 입금될 거예요." 여보세요. 그대는 지금 실수라는 단어 제대로 알고 나요? 돈도 돈이지만 기분 참 거시기하네.

 행여 급여가 안 들어오거나 쥐꼬리가 댕강 잘려서 입금되면 그땐 또 어떻게 따져야 할까 생각하니 스트레스가 빠박. '못 받은 돈 잊어 드립니다.' 잊고 지내기로 노력한 에 드디어 미뤄진 임금을 받을 수 있었다. 금액이 맞게 들어왔냐는 남편의 말에 "몰라. 더러워서 그냥 준 대로 받으려고." 하고 답했다. 남편은 그래그래 하며 나를 다독였다.    


 돈줄을 쥐고 있는 사람의 입지는 쓸데없이 막강하다. 나 역시 급여를 주는 사람의 위치에서 일을 해 본 적이 있다. 급여 지급일은 그저 소정의 돈이 지급되는 날이 아니다. 한 달 동안 고생한 근로자의 노고에 감사하며 약속을 이행하고 확인받는 날이 바로 월급날이다.

 재무 담당자일 때 돈 주머니나 마찬가지인 프로젝트가 대거 종료되거나 개시가 늦어지는 위기를 몇 차례 겪었다. 월급으로 근근이 한 달 생계를 꾸려나가는 직원도 있었고 급여에 연연하지 않는 이도 있었다. 감사하게도 나는 후자에 속했다. 그래서 회사가 재정난을 겪을 때면 내 급여 자발적 후순위로 밀다. "여보. 나 이번 달 급여 안 나와."라고 통보하면 남편 또한 "응. 그래. 혹시라도 돈 필요하면 알려 줘." 하고 가벼이 넘겼다. 내가 급여를 못 받았다는 사을 총책임자나 다른 직원들에게는 구태여 설명하지 않았다. 그저 일에 집중하고 들은 동일한 불편을 않게 하려 노력다.

 급여를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돼 본 입장으로서 모든 이의 임금은 귀중한 권약이다. 급여를 적게 받는 사람 역시 고임금자만큼이나 존중받고 귀히 대접받아야 한다. 급여의 많고 적음을 떠나 약속된 액수는 생계와 인정의 욕구를 충족하는 중요한 삶의 수단이다. 수급자가 의의를 제기하거든 그 사람의 입장을 헤아리려 힘쓰고 '나는 네 편이다'라는 자세를 보였으면 한. "제 급여가 잘못 들어온 것 같습니다." 확인을 구하는 이의 마음이야말로 누구보다도 복잡하고 편치 않을 터다.


 고용자와 피고용자의 입장과 생각은 두 말하면 입 아플 정도로 다르다. 덜 주려는 자와 더 많이 받으려는 자들의 팽팽한 줄다리기를 지켜보며 갖은 마음고생을 했다. 요즘 사람들은 고마운 것도 모른다고, 우리 회사는 한 번도 월급 밀린 적도 없노라 자랑하던 대표님과의 대화가 생각난다. "저는 두 번 정도 못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하고 말씀드리자 상사분 똥그란 눈이 되어 펄쩍 뛰셨다. 그게 정말이냐고 앞으로 그런 일이 있거든 알려 달라고, 월급도 못 받고 어찌 지냈느냐 뒤늦게 미안해하시길래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급한 사람들이 우선적으로 받는 게 제 마음도 편하고요. 따로 보고드릴 사안이 생기면 그때 말씀 드리겠습니다." 내 답변을 들은 상사는 앞으로 필요한 게 있거든 뭐든 이야기해 달라 웃으며 말씀하셨다. 그 후로 나를 더욱 신뢰하며 힘도 실어주셨다. 직접 재정을 운영하고 급여를 지급해 보니 더욱 타인의 돈을 귀하게 여기게 되었다.


 근래에 모 기관에서 단기 계약직으로 일하면서 직원의 실수로 급여명세서조차 받지 못했다. 어렵사리 서류를 받아서 확인해 보니 최종 금액은 맞지만 세부 급여 항목이 뒤죽박죽 엉망이었다. 여기 국가 기관 맞아? 담당자가 내 급여명세서를 졸면서 작성을 했는지 그까짓 거 대충 끄적인 탓인지 놀랄 노 자였다. 얼렁뚱땅 금액만 겨우 맞춰 놓은 급여명세서를 받고서 뭘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했다.

 임금 체불을 문의하는 내게 "아. 하루치 급여는 왜 자꾸 끄집어내시는 거예요?" 하고 까랑까랑하게 되받아치 담당자 놈이었다. 돈이고 뭐고 그의 머리채 끄집어당기고 심정이었다. 온갖 있는 척 똑똑한 척을 해대는 척척박사의 태도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재무 교육보다는 인성 교육이 시급한 인사 담당자였다. 실수로 급여를 잘못 지급하고서 귀찮고 하찮다는 듯 응대하는 그에게 이렇게 질문하고 싶었다. 당신 급여 처리할 때도 그 식으로 일하냐. 약한 사람에게 강하게 대하는 전형적인 약강강약인 그 또한 월급을 좀 떼여 봐야 타인을 마음을 헤아릴 텐데.


 우리의 통화이렇게 마무리되었다.

 "그러니까 제가 팔 월에 일한 돈을 그쪽에서 실수하신 탓에 시월 십일이 돼야 받을 수 있다는 거죠?"

 "네네. 맞습니다. 들어가세여~." 인사담당자의 마지막 인사 또한 어찌나 깜찍하던지. 내 돈 못 받았는데 들어가긴 어딜 들어가! 타인의 권리를 우습게 여기지 말고 함부로 콧대 높게 굴지 말지어다. 그대의 급여를 듯 남의 급여 또한 신중하게 다룰 지어다. 실수했으면 피해를 입힌 상대에게 곧장 사과하고 태만한 자세를 바로잡.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에는 자리에 맞는 사람이 되라는 속뜻이 숨어있 않.


 부당한 급여를 받게 됐거든 전전긍긍 속 태우지 말고 급여명세서를 검토한 후에 신속하게 경위를 묻자. 내 밥그릇은 내가 챙겨야그 누구도 챙겨 주지 않는다.

 내가 떼인 급여의 일부자그마치 221,360원이었다. 사실 이 금액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몹시 초라한 소액인지라 더 화가 나고 무안한 것만은 확실하다. 계속 글을 쓰기 위해 전혀 가슴이 뛰지 않는 직장을 구했건만 이토록 기가 막힌 글감을 던져주다니. 쥐꼬리 급여의 주인공은 그저 감격스러울 뿐이었다.

"Next time에도 그런 식으로 일하면 I am 신뢰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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