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비식품이 된 루이보스 캐러멜 티

0칼로리이지만 충분히 달콤해

by 미세스쏭작가

츄잉 종류의 캐러멜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꿀처럼 녹아 있는 캐러멜 시럽이나 캐러멜 향을 무척 좋아한다. 초콜릿을 깨물면 흘러나오는 캐러멜이라든지 휘핑크림 위에 다채로운 곡선으로 올려진 캐러멜 시럽을 음미하면 엔도르핀이 확 도는 기분이다. 그러나 캐러멜마키아토에 들어있는 캐러멜 시럽이 치아에 몹시 좋지 않다는 뉴스를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 커피를 탕후루처럼 씹어서 먹는 것도 아니기에 별 문제가 안 되는 줄로 알았는데 캐러멜 시럽은 건치의 주적이란다. 그 뉴스를 접하고선 당이 첨가된 커피를 마시는 일이 께름칙해졌다. 대안을 찾기 위해 수소문한 끝에 루이보스 캐러멜 티와 루이보스 바닐라 티를 발견했다. 지극히 개인적 취향으로는 루이보스 캐러멜 티가 루이보스 바닐라에 비해 덜 느끼하고 향과 맛이 한데 어우러지는 느낌이 강했다.


큰손의 기질을 타고난 나는 루이보스 캐러멜 20 티백을 무려 여덟 상자나 주문했다. 워낙에 티를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이걸 다 마실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딱히 하지 않았다. 혼자서 마시기엔 꽤나 많은 양을 구입했지만 금세 몇 상자가 남지 않았을 만큼 내게 잘 맞는 티를 찾았다. 칼로리 높은 디저트를 입에 달고 사는 나를 루이보스 캐러멜 티가 단번에 구원해 주었다.

카페인이 없는 데다가 목 넘김이 부드럽고 달콤한 향기가 매우 풍부한 루이보스 캐러멜 티. 이를 한 잔 마시고 나면 캐러멜마키아토가 부럽지 않을 만큼 심적 포만감이 들어 더는 군것질이 당기지 않았다. 달달한 캐러멜 향기가 커피잔을 타고 흘러나와 주변의 공간까지 데울 때면 잔잔한 미소가 입가에 스민다. 루이보스 캐러멜 티를 최대치로 즐기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 컵을 들고 한 모금을 들이켤 때마다 크게 들숨을 쉬면서 단내를 흡입한다. 믿기지 않을 만큼 달큼한 향이 코와 가슴을 충분히 적셔 주기 때문에 이 방법을 이용해 더욱 만족스러운 티타임을 가진다.


때때로 따뜻한 아메리카노 안에 루이보스 캐러멜 티백을 하나 우려내서 감미로운 캐러멜 향이 진동하는 커피를 즐긴다. 평소에는 아이스 음료를 선호하는 편이지만 루이보스 캐러멜 티만큼은 꼭 따뜻하게 마신다. 허연 수증기가 달달한 향을 가득 안고 뿜어져 나오는 찰나의 매력을 두 배로 만끽하기 위해서다. 부드럽고 향기로운 공기가 맴도는 공간에서 독서를 하거나 글을 쓸 때면 어쩐지 혼자라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 '이것이 여유이고 참 행복이지' 내 서재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일을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티를 마실 때의 충만한 기쁨을 무엇에 비유하랴. 오 분 간 우려낸 따스한 캐러멜 루이보스티의 감흥은 오랜 시간 내 곁에 남아 작업을 돕는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국민 음료인 루이보스와 풍성한 캐러멜 향기의 화합 덕분에 오늘도 군것질 량을 대폭 줄였다. 탄수화물 중독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허우적 대던 내가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구매한 루이보스 캐러멜 티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안겨 주었다. 0칼로리의 티 한 잔이 이렇게나 훌륭한 대체제가 될 줄이야. 티백에 따뜻한 물을 붓고 가만히 기다리니 마음속에 기분 좋은 향훈이 감돈다.

음식은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몸의 안팎에 흔적을 남긴다. 그러니 안 좋은 식습관을 가졌다면 적극적으로 대안을 모색해 볼 일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달콤하고 건강한 도움책이 눈앞에 펼쳐지리라. 군것질 중독자인 내가 루이보스 캐러멜 티를 만나 건실한 사랑에 빠진 것처럼 말이다.

내겐 식품이 아니라 발명품인 루이보스 캐러멜(브랜드 무관, 이 조합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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