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도전 카이막 라테

사르르 첫 입에 반한 카이막

by 미세스쏭작가

튀르키예의 전통식품인 카이막은 소, 염소, 양 등의 젖을 이용해 만든 치즈다. 카이막 열풍이 분 지 오래됐지만 파는 곳이 흔치 않아 좀처럼 맛볼 기회가 없었다. 화창한 날씨를 느끼며 발길이 닿는 대로 걷던 초여름 날이었다. 좁은 골목 어귀에서 남편이 격양된 목소리로 외쳤다. "여기 카이막 판다." 드디어 카이막을 먹게 됐다 들뜬 나를 보는 남편의 표정이 매우 의기양양했다. 어떻게 이런 곳을 다 발견하셨소. 오구오구.


방금 막 식사를 마친 우리였지만 커피 두 잔에 카이막 세트까지 주문했다. 큰 접시에 카이막과 꿀과 바삭한 바게트가 담겨 나왔고 바닐라라테와 아메리카노까지 도착하니 테이블이 가득 찼다. 고대했던 카이막은 예상대로 내 취향에 잘 맞았다. 크림치즈보다 가벼운 질감의 카이막이 쫀쫀한 꿀과 어우러져 꽈배기처럼 입안에서 한데 섞였다. 무엇보다도 신선한 풍미가 예술인 카이막은 마지막 한입까지도 만족스러웠다. 튀르키예 현지에서 직접 맛보는 카이막은 얼마나 더 맛있고 담백할까 하는 생각이 으레 들었다. 언젠가 형제의 나라를 여행하게 된다면 삼시세끼 카이막을 섭렵하겠다 다짐했다.


엄마의 환갑 선물로 반지를 맞춰 드리기 위해 종로에 갔던 날이었다. 이번엔 그곳에서 카이막 라테를 발견했다. 우리 모두 한 끼도 먹지 못한 상태라 밥집을 찾기 급급했는데 나는 오로지 카이막 전문점인 카페에 꽂혔다. "우리 밥 먹고 여기로 다시 오자. 카이막 라테를 파는 곳이래." 카이막을 먹어본 적도 없거나와 커피가 끌리지 않았던 가족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나는 밥을 못 먹어도 좋으니 카이막 라테는 꼭 먹어야겠노라고 장했다. 엄마께서는 네가 그렇게 원한다면 꼭 먹고 가자 하시며 다정한 목소리로 수긍해 주셨다. 길치인 나는 그곳을 벗어나는 즉시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걸 알았기에 마음이 초조했다. 나와 달리 길눈이 밝으신 엄마는 식후에 내가 찜해 둔 카페로 척척 인도하셨다. "이건 내가 살게." 키오스크에 카드를 꽂는 내게 엄마와 남동생은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아이스라테를 요청했다. 아니. 아니야. 오늘만큼은 아메리카노를 용납할 수 없어. 나는 카이막이 들어간 시그니처 음료를 반강제로 주문했다.


어코 이막 음료 세 잔에 디저트 세트까지 시키는 내게 가족들이 두 번째 식사냐고 물었다. 카페에서의 비용이 밥값만큼이나 두둑이 나왔지만 천상의 맛 카이막을 꼭 먹이고 싶었다. 가족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와우. 이게 뭐라고? 카이막 별미네. 별미야." 엄마의 칭찬에 뒤이어 남동생은 여태 먹어 본 라테 중 최고라며 뜻밖의 극찬까지 했다. 흔한 아메리카노와 라테 대신 이색 메뉴를 추천하길 잘했다며 내심 뿌듯한 순간이었다.


카이막 맛은 여느 카페와 비슷했으나 카이막 라테는 처음인지라 더욱 추억에 남는 디저트 타임을 즐겼다. 묵직하고 신선한 카이막 크림이 먼저 입안을 차지하고 나면 쌉싸름하고 고소한 라테가 딸려 들어와서 우리 제법 잘 어울리죠? 하고 풍미를 뽐냈다. 연유와는 다른 달콤함인데 담백함에 가까운 달달함이 승화하는 수증기처럼 코끝과 입속을 채우는 느낌이 들었다. 엄마께서는 카이막 딸기 요거트 음료를 드셨는데 과일 음료를 맛있게 드시는 모습 오래간만이었다. 모두 배가 부른 상태였지만 빵 한 조각, 음료 한 모금 남기지 않은 깨끗한 접시가 취향저격을 증명했다.


조용한 루프탑 카페에 앉아 한적하게 떠다니는 뭉게구름을 구경하며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행복과 여유 그 이상이었다. "우리 이러고 있으니까 꼭 여행 온 것 같다." 엄마의 미소에 낯선 곳에서 맞는 오후의 기쁨이 팝콘처럼 부풀었다. 남동생은 여전히 어떤 음료를 마시더라도 "그때 그 카이막 라테 맛있더라" 하며 특별한 추억을 회상했다. 종로에서 맞춘 반지는 다소 문제가 생겨 속을 썩였지만 카이막 라테를 경험했기에 그나마 다행이었달까. 처음 맛본 이색적인 디저트가 아니었다면 우리의 서울 데이트는 아쉬운 기억으로 남았을 것이다.


풍족한 오후를 재현하기 위해 시중에서 파는 카이막 크림치즈를 세 통이나 샀다. 왠지 나도 카페 못지않게 고급스러운 카이막 라테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직감을 따라 우유 한 컵을 유리 믹서기에 넣고 나무 숟갈로 카이막 크림치즈를 푹 떠서 우유 속에 퐁당 빠뜨렸다. 꿀도 쭈욱 짜서 한데 섞었다. 위잉. 믹서기를 돌리자 순식간에 풍성한 구름 같은 카이막 크림이 만들어졌다. 유리잔에 각얼음을 몇 개 넣은 후에 우유를 절반 붓고 캡슐 커피를 숏으로 진하게 내렸다. 그 위에 조심스럽게 점도 있는 카이막 크림을 부었다. 과연 떤 맛일까. 조심스럽게 한 모금을 입에 머금었다. 오잉!? 한 잔에 육천오백 원을 주고 사 먹었던 환상의 카이막 라테가 내 손안에 있었다. 랐던 대로 특유의 신선한 향내음이 가득한 데다가 상상 이상으로 맛있는 탓에 거실 테이블로 옮기기도 전에 카이막라테를 원샷해 버렸다.


접 만들어 먹은 카이막 라테가 긍정의 달달한 여운을 남겼다. 낯선 음식도, 생소한 일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시도했는데 결과물이 기대 이상일 때가 있다. 새로운 도전은 내 삶을 신선한 카이막처럼 묵직하고 맛깔스럽게 만다. 이 맛에 도전을 즐기는 어른이 됐대도 과언이 아니다. 시들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거듭해 봐야지. 마음이 움직인다면 음식이든 나의 일이든 뭐든지 다양하게 소화하련다.


<홈메이드 아이스 카이막 라테 만들기 도전>

1. 믹서기나 거품기에 우유 한 컵을 붓는다(종이컵으로 한 잔)

2. 우유 속에 카이막 크림치즈 한 큰 술, 꿀 한 큰 술

(내돈내산 GAZI 카이막 크림치즈 사용)

3. 세 가지를 믹서기로 돌려 풍성한 거품 만들기

4. 미리 준비한 아이스 라테 위에 카이막 크림을 사뿐히 올린다

5. 휘젓지 않은 상태로 맛있는 카이막 라테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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