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맛집을 찾아낸 기쁨

인생 떡볶이를 만난 기념비

by 미세스쏭작가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피해야 한다는 음식, 마의 떡볶이. 한동안 떡볶이에 미쳐 살았다. 뭐 먹고 싶어? 어떤 거 먹으면 좋을까? 누가 뭐라고 묻던 떡볶이라고 답했고 맛있는 떡볶이를 먹을 때면 행복함에 어깨춤이 절로 나왔다.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떡볶이만 먹어대자 어느 날 남편이 기권표를 던졌다. "난 떡볶이 별로야. 이제 못 먹겠어." 어떤 음식에 빠지면 질릴 때까지 먹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나는 홀로 떡볶이를 즐기기 위해 온갖 떡볶이 양념과 밀키트까지 쟁여가며 집안에 떡볶이 연구소를 차렸다.


그런데 내게 딱 맞는 떡볶이를 사수하는 일이 여간 쉽지 않았다. 손수 요리하는 떡볶이는 어지간히 큰손인 나로서는 양 조절부터 쉽지 않았고 어딘가 모르게 어설픈 구석이 있었다. 남이 맛깔나게 만들어 준 떡볶이를 먹고픈데 같은 가게를 방문해도 매번 조금씩 맛이 달라서 아쉬웠다. 동네 마트 옆에 붙어 있는 작은 분식집을 자주 찾았었는데 어떤 날은 사장님의 솜씨가 제대로 발휘됐구나 싶다가도 어떤 날은 양념과 떡이 굳은 상태라 입맛만 버릴 때도 있었다. 떡볶이 맛집을 찾다가 용돈은 둘째치고 건강을 탕진할 판국이었다.

떡볶이도 김치만큼이나 선호도가 다양하게 나뉘는 음식 중 하나이다. 배추의 식감, 양념에 들어간 재료, 숙성의 정도에 따라 취향이 나뉘듯 떡볶이도 사람마다 좋아하는 맛과 스타일이 가지각색이다. 떡볶이 밀키트의 상품평만 봐도 이를 체감할 수 있다. 같은 제품을 두고 달아서 별로다, 맵지 않아서 좋다, 떡이 두꺼워서 좋다, 떡이 좀 얇았으면 좋겠다 등등. 극명히 호불호가 갈리는 것을 보고 '이걸 사 말아?' 고민했던 적이 많다. 달콤한 떡볶이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어쩌다 한 번씩은 양념을 듬뿍 먹은 전통 시장 떡볶이가 끌린다. 매운 걸 잘 못 먹지만 엽기스럽게 매운 떡볶이에 도전했다가 음료수로 배가 터질 뻔한 적도 있다. 광적인 떡볶이 애정이 식어갈 때쯤 공교롭게도 이번엔 남편이 다시 떡볶이를 찾기 시작했다. "난 안 끌려. 자기 혼자 먹어."라는 말을 속삭여 주고 손을 훌훌 털었다.


그러다가 얼마 전 촌뜨기 부부가 해외 며칠 다녀왔다고 떡볶이가 그렇게 먹고 싶은 거다. 제대로 된 떡볶이 맛집을 찾지 못한 우리는 집 근처 김밥 전문점에 연락하여 포장 요청을 했다. 삼 년이 넘도록 자주 들렀던 밥집인데도 떡볶이는 단 한 번도 사 먹어 본 적이 없었기에 기대가 매우 낮은 상태였다. 친절한 사장님이 맵기의 정도와 방문 시간까지 모두 헤아려서 만들어 주신 떡볶이를 받아 드니 마음이 든든했다. 집에 도착해서 포장지를 열어 보니 기대를 걸어좋을 것 같다는 느낌이 왔다. 아낌없이 흩뿌려진 통깨와 냄새에 반한 우리 부부는 "우와" 소리를 동시에 내뱉었다.


"맛있었으면 좋겠다." 떡볶이 하나를 후후 불어서 입에 넣은 나는 놀라움과 감동을 만끽했다. 내 사랑이 이렇게 가까운 곳에 숨 쉬고 있었건만 왜 그리 먼 길을 찾아 헤맸나. 너무 맛있는 나머지 화가 난 표정을 짓는 내게 남편이 재차 물었다. "왜? 별로야? 맛없어?" 말해 뭐 해. 잡숴 봐. 아리송한 표정으로 떡볶이를 맛본 남편 역시 한숨 섞인 감탄을 했다. "여기가 맛집이었네. 김밥보다 떡볶이가 더 맛있는데?" 우린 기쁨의 하이파이브를 나누고서 먹는 내내 사장님의 떡볶이 솜씨를 예찬했다.

야들야들한 떡이 매콤달콤한 국물에 반신욕을 하고서 양념을 흠뻑 적신 채로 입 속으로 들어왔다. 생긴 건 쌀떡인데 식감은 밀떡인 두툼한 떡이 쫀득함과 말캉함 사이를 오가며 정체를 속였다. 부드러우면서도 무르지 않은 탱탱함이 공존하는 떡이 예술이었다. 마치 좋게 달콤하고 과하지 않게 매운 국물 역시 질리지 않는 중독적인 맛이었다. 음료가 당기지 않을 만큼 완벽하게 입에 착착 붙는 떡볶이를 순식간에 싹쓸이했다.


몇 해를 단골로 다녔던 밥집이었는데 이제야 맛있는 떡볶이 메뉴를 발견했다. 덕분에 뭐 먹을까?라는 질문에 일심동체로 떡볶이를 외치고 있다. 떡볶이는 칼로리 폭탄이라 다이어트의 주적이라 불리지만 이 정도로 지나치게 맛있는 건 그냥 먹으면서 살아도 될 것 같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인생 떡볶이를 맛보여 드 생각에 살짝 기대가 된다. 그나저나 돌고 돌아 역시 내 집 앞의 꽃밭이 최고구나 싶다. 먼 곳에서 만족을 찾으려 힘쓰지 않아야지. 등잔 밑을 확인하니 바야흐로 작은 행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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