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세스쏭작가 Feb 15. 2024

드디어 글로 돈을 벌었다

내겐 충만한 의미

 드디어 글이 내게 돈을 벌어다 주었다. 대학생 때 대기업 광고 공모전에 카피 한 줄을 써내고 상품권을 받은 적이 있다. 그 후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고작 십만 원이지만 순전히 내 이야기를 써서 번 돈은 이런 메시지를 주는 것 같았다. "글, 계속 써도 좋다."

 될 듯 말 듯 풀리지 않는 실오라기를 들고 방향을 틀어 볼까 고민이 될 때면 더더욱 글을 썼다. 글을 쓰면 쓸수록 이것이 나의 숙명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러나 세상으로 나아가면 나를 괴롭히는 물음들이 있었다. 나는 무엇인가. 뭐 하는 사람이지? 글 쓰는 주부..? 업적은커녕 나란 존재를 설명하기조차 힘에 부치곤 한다.

 남들에게는 네가 뭘 이뤄야 가치 있는 사람이 아니라 너는 존재 자체로 소중하고 대단한 사람이라며 진심 어린 위로를 잘도 하면서. 나의 가치를 꼭 결과물이나 연봉으로 설명하려 들고 스스로 작아지고야 마는 것이다.


 헬렌 켈러는 행복은 자기만족에 의해서가 아니라 가치 있는 목적에 충실함으로써 이루어진다고 했다. 그렇다. 글은 내게 수단이 아니라 가치 있는 목적이다. 그러나 나 혼자만 내 글의 가치를 깨닫는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렇기에 매일 글쓰기 루틴을 지키며 엉덩이 싸움을 반복한다.


 어느 날 남편이 물었다. "브런치에서 수익이나 제안 들어온 거 있어?" 나는 심드렁하게 답했다. "없는 것 같은데." 매일 열심히 글을 쓰는 아내를 지켜봤던 남편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혹시 이메일이 왔는데 몰랐던 게 아닐까?" 민망한 아내는 "한 번 확인해 볼게."라는 거짓부렁을 연기를 펼쳤다. 땀 삐질.


 글을 쓰는 내게 남편은 언제나 이렇게 말한다. "천천히 해. 천~ 천~ 히. 서두를 거 없잖아. 하고 싶은 일 하면 그걸로 된 거야." 여보 더 이상 어떻게 천천히요? 나름 도약을 이루고자 에세이 공모전에 글을 보냈더니 상금 대신 커피 쿠폰 하나가 돌아왔다. 그리고 밀리로드에도 글을 몇 편 올렸다. 브런치스토리에 썼던 글을 수정하여 다섯 편 정도 게재했다. 이전에 썼던 글을 정독하니 이미 여러 번 퇴고했던 꼭지임에도 불구하고 부끄러운 구석이 보였다. 어떤 글은 수정할 부분이 거의 없기도 했지만, 어떤 글은 "발로 썼니?"라는 혹평이 나오기도 했다. 밀리로드에 글을 올리고 몇 주 동안 이를 잊고 지냈다. 그런데 축하 문자 한 통이 왔다.


 "조회수 TOP 12에 선정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당첨 경품에 대한 제세공과금은 밀리의 서재 측에서 부담할 예정입니다."


 보이스피싱인가 싶어 고객센터에 확인 전화까지 했다. 미세스쏭작가의 TOP 12 선정 소식은 참이었다. 얼마나 기뻤는지 통화를 종료하고 혼자 "우하하. 깔깔깔." 소리 내서 웃었다. 누가 봤다면 코웃음을 치고도 남았을 행색이었다. 로또 당첨 된 줄? 어쨌거나 고마운 밀리의 서재이다. 또 한 번 내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글을 읽어 주시는 독자님들. 나의 조강지처 브런치스토리. 밀리로드는 꾸준히 글을 쓰게 만드는 최강의 조력자들이다.


 처음에 본격적으로 글을 쓰고자 다짐했을 때만 해도 내 목표는 '조회수 삼십'이었다. 매일 삼십 명의 독자가 내 글을 읽어 주시기만 해도 좋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 그랬던 내가 10개월 만에 81만이 넘는 조회수를 얻게 되었다. 나의 소박한 바람은 대차게 이루어졌다. 내가 글 하나당 삼십 명의 조회수를 꿈꿨던 이유는 계속 쓰기 위함이었다. 가게를 열었는데 손님이 한 명도 없다면 어떻게 지속적으로 힘을 낼 수 있겠는가. 구독자 분들이 계시기에 여전히 글을 쓰는 시간이 설렌다. 서서히 늘어가는 구독자와 쌓여가는 조회수는 무명작가의 숨 쉴 구멍이다. '내 글이 읽히고 있구나.' 확인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글이라는 목적에 충실할 수 있다. 게다가 글쓰기 루틴을 지켰더니 글이 돈이 되었다. 이는 작은 시작에 불과하다 믿는다. 고로 나는 계속 쓸 것이다.

♥︎글쓰기 플러팅! 대환영♥︎
매거진의 이전글 글이 알려 주는 진짜 내 모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