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때문에 종종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곤 한다. 얼마 전에 일본 여행 중에 아리가또(감사합니다)와 스미마셍(미안합니다)을 반대로 사용하는 남편 때문에 남몰래 많이 웃었다. 기다렸던 음식이 나올 때마다, 계산을 마칠 때마다 큰 소리로 "스미마셍!"을 외치는그의 순박함에 차마 꼬리표를 달 수 없었다.
그러다가 여행 삼일 차가 돼서야 애써 참고 있던 웃음을 터뜨렸다. "여보. 왜 계속 스미마셍이야. 뭐가 그렇게 죄송해.큭큭." 남편은 멋쩍은 웃음을 지었고 그제야 죄송 머신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한 번은터지는 웃음을 진지하게 꾹 참아냈던 일도 있었다. 지인이 "야. 너희 교회에서 무슨 행사하냐? '제수스'인지 뭔지 그런 포스터 붙었더라?" 하고 물은 적이 있다.
'제수스? 제수스(제주 삼다수의 복수형)...?' 나는 몇 초의 정적 후에 "아! 지저스(Jesus)?" 하고 되물었다.
그랬더니 나의 애정하는 지인께서 가만히 알파벳 한 글자로답을 갈음했다. "씨..."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넘겼지만 '제수스크라이스트' 사건은 아무리 다시 생각해도 귀엽고 웃기다. 여운이 짙은 재미를 선물한 그녀에게 고맙다.
회사에서 필요한 물품을 주문하기 위해 카탈로그를 뒤지던 동료가 신박한 제품을 발견했다며 '월세 테이프'에 대해 설명했다. 듣자마자 뭔가 이상하단 생각이 들었다. '월세 테이프라니.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지만 그런 식으로 제품명을 짓는단 말이야?'
배려가 기막힌 제품에 대해 토론하던 중에 스스로 깨달았다. '월세가 아니라, 월세이프(wall safe)겠군.'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동료에게 "월 세이프 말하는 거야? 전세 테이프는 안 판대?" 하며 익살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월세 테이프에 꽂혀 있던 그녀는 "짜증 나." 하고 답하며 카탈로그를다음 장으로 넘겼다. 크크.
이건 카탈로그가 잘못한 게야. 도대체 왜 '벽 보호 테이프'라고 기재하면 될 걸 '월세이프 테이프'라고 복잡하게 기재를 하느뇨?다시 생각해도 헷갈리는 거 인정.
번역기를 사용할 때면 종종 함께 일했던 외국인 박사님이 생각난다. 그는 사려 깊고 똑똑하고 매너가 좋은동료였다. 나와 소통할 때면 한국어를 사용하고자 노력했던 그는 종종번역기의한계를 체감케 해 주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너는 지금 발사를 시작하세요. 맛있는발사를 즐겨." 매번 점심식사(lunch)가 발사(launch)로 번역되어 어찌나 유쾌하던지. 내가 외국어를 구사할 때 상대방에게 전달되는수준이 딱 이 정도겠구나 하고 짐작했다.
좀처럼 늘지 않는 외국어를 어찌하리요. 언어 실력은부족해도 마음만은 잘 통하길 바랄 수밖에. 그래서 나는외국어를 구사할 때면 의사소통 도구로 필히사회적 미소를 장착한다. 동방예의지국의 일원으로서 공손한 심중이 잘 전달되길 바라면서 말이다. 그나저나 짧은 외국어 실력을 가진 자일수록 재밌는 추억을 많이 잉태하는 듯하다. 외국어에 얽힌 웃픈 사연이 참 많은데 오늘은 여기까지만 풀겠다. 그럼 이만 모두 맛있는 '발사'를 드시길 바라며 씨 유 어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