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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쏭작가 Aug 08. 2024

스트레스 공짜로 푸는 방법

난 가끔 나무를 보며 빌런을 생각해

 스트레스 어떻게 관리하시나요?


 싫은 소리를 못 하는 성격 때문에 안 해도 되는 일까지 모두 떠맡는 사람들이 있다. 이름마저 온화하고 자비롭게 느껴지는 직장 동료 한 명이 있었다. 양심 없는 사람들이 떠맡긴 업무 때문에 홀로 바쁜 그녀를 보며 마음이 쓰였다. 정작 그녀는 한숨 한 번 쉬는 법이 없었다. 그런 그녀가 신기하고 대단하게 느껴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선생님. 많이 바쁘시죠. 괜찮으세요?" 서류를 제출하며 조심스럽게 안부를 물었다. 그녀는 조용한 목소리로 괜찮다고 답했다. '어휴. 힘들면 힘들다고 내색을 하시라고요.' 나는 다시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은 힘들거나 스트레스를 받으시면 어떻게 푸세요?" 나는 그녀가 기도를 한다거나 어지간해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답변을 할 줄 알았다.

 "저는 퇴근 후에 떡볶이를 먹어요. 떡볶이를 먹으면 스트레스가 풀리거든요." 흑. 마음이 찡했다. 그녀의 체중이 날로 불어나는 이유가 딴 데 있는 게 아니었다. 앞으로 그녀는 얼마나 더 많은 접시의 떡볶이를 비워내야 할까. 나는 그녀 뒤에서 베짱이처럼 놀고 있는 요주의 인물들을 노려보며 분노의 발걸음을 옮겼다.


 내가 왜 너 때문에 살까지 쩌야 돼?


 매운 음식, 튀김류, 혈당 높은 간식 등은 순간적으로 스트레스를 해갈하지만 건강을 망치고 살을 찌우는 주범이다. 직장에서 궁극의 또라이들을 만나곤 했다. 화장실까지 쫓아다니며 괴롭히는 변태 같은 여자 상사도 있었다. 아침 아홉 시부터 오후 여섯 시까지 그들과 숨결을 맞대고 사는 건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였다. 그런 인간들은 어째 잠잠하다 싶으면 꼭 퇴근 시간에 일을 만들었다. "회의 좀 하시죠", "지금 바빠요? 이것 좀 처리해 주실 수 있으세요?"

 나도 한땐 사람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를 음식으로 풀곤 했다. 거짓 배고픔에 속아 쉴 새 없이 간식을 섭취했고 몸이 퉁퉁 붓는 부작용을 맛보았다. 스트레스로 찐 살은 운동을 해도 쉽사리 빠지지 않았다. 그때 깨달았다.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달래는 순간 끝이다. 내 손해만 커지는 거야.' 내 몸에 절대로 이차 가해를 가하지 않기로 결심하는 계기였다. 못난 인간들 때문에 내 돈 써가면서 살까지 찌울 수 없지!


 난 가끔 나무를 보며 빌런을 생각해.


 그 후로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소식하는 습관을 들였다. '지금 억울한가. 화가 났는가. 지쳤는가. 그렇다면 소식하자.' 스스로에게 자주 되뇌는 말이다. 좋지 않은 기분으로 음식을 다량 섭취하면 소화가 되지 않고 무기력한 상태가 된다. 그러면 몸을 움직이기 힘들어지고 자꾸 누우려는 습성이 생긴다. 그렇게 찐 살은 더 큰 스트레스가 되고 자신감까지 앗아간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땐 많이 먹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면서 유지어터로 거듭날 있었다.

 밖에서 뭉개진 마음, 모난 사람 때문에 다친 마음은 햇빛과 바람으로 보송보송하게 말려야 한다. 누군가 내게 돌을 던졌을 때 빠르게 회복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공복으로 숙면을 취하거나 혹은 밖으로 나가 산책을 즐긴다. 천천히 걸으면서 우직한 자연을 보며 희망적인 생각을 쌓는다. 자연 속에 섞여 명상을 하면 구름도 나무도 들꽃도 모두 내 편, 내 친구가 된다. 매서운 바람 견디며 예쁜 꽃을 피운 나무는 내게 이렇게 말한다. "그 사람보다 내가 더 오래 네 곁에 있을 거야. 네가 이름조차 모르는 나는 계속 이 자리에 있을망정 그 사람은 스치는 인연일 뿐이야." 그러면 나는 다시 새 마음으로 그 사람을 대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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