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인분 인생 나가신다>는 십여 년에 걸친 나의 도전과 직장 수기와 관계의 배움을 에세이로 엮은 책이다. 23년 5월 11일을시작으로 23년 5월 26일까지 총 열두 편의 글을 썼다. 글자 크기 10포인트로 A4용지 19장 분량이었다. 브런치 북을 만들고 나서야 거의 이 주 만에 한낮의 외출을 했다. 이제 좀 쉬자는 마음으로 집 밖으로 나왔지만 역시나 읽을 책과 수첩과 펜을 몸에 지닌 채였다.
십인분 인생 나가신다를 발간한 당일 8주 차 신생 브런치 작가의 페이지는 너무나 잠잠했다.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쓸 수 있을까. 계속 이렇게 글을 쓴다고 달라지는 게 있을까. 너무 내 이야기에 치중했나.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이야기를 썼으면 달랐을까. 백화점에서 가족들을 만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도 마음이 헛헛하여 고민을 씹고 삼키는 기분이 들었다. 그동안 글과 씨름하느라 목과 어깨의 근육이 많이 굳어서인지 편두통이 왔다. 브런치 북을 발간한 다음 날인 토요일 오후 빌려 온 책도 읽고 글도 쓰고 블로그에 서평도 올려야 하는데 긴장이 풀린 나머지 깜박 잠이 들었다. 남편이 간식을 같이 먹자고 깨웠다는데 전혀 모르고 꿀잠을 잤다. 계획에 없는 낮잠이었지만 침까지 흘리면서 단잠을 자고 나니 몸도 마음도 개운해져서 다시 글을 쓸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글을 쓰며 한층 성장하고 솔직해지는 나를 발견하는 요즘. 이것으로 되었다, 약속을 잘 이행하고 있다며 나를 다독이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 조바심이 고개를 빳빳이 들었다. ‘되긴 뭐가 돼? 글을 쓰면서 네가 얻는 게 뭔데?’ 일희일비하는 마음과 이틀간 전투를 벌인 끝에 내가 얻은 것이 정말로 있는지 정리해 보았다.
글을 쓰면서 배고팠던 청년의 시기, 입사와 퇴사, 사람 관계, 도전과 배움 등의 과거를 상세히 돌아보았다. 힘들었던 일들이 많았지만 나는 그때그때 상처를 잘 극복하고 내 마음과 잘 화해하면서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보다 훨씬 어린 날들의 빛나는 나를 만났고 영영 그립지 않을 것 같았던 지난날들이 몇몇 소중한 사람들 덕분에 마냥 따뜻하고 찬란하게 느껴졌다. 도움을 준 사람들에 대한 감사, 모진 사람들에게 마음을 다치며 배운 것들 또한 글의 원동력이 되었으므로 모두 나의 소중한 자산이라는 기특한 생각이 들었다. 좌충우돌 열심히 산 내 청춘을 다룬 에세이를 꼭 쓰고 싶었는데 일단 단추 몇 개는 채운 셈이다.용기 내서 두 번째 브런치 북을 발행한 것 또한 놀라운 실행력이다.
애정을 가지고 쓴 브런치 북이기에 많은 독자에게 읽히고 인기도 얻으면 좋겠지만 그건 읽는 사람의 몫이고 나는 용기를 내서 주사위를 던졌다. 말이 몇 칸을 나아가는지 지켜볼 시간에 글쓰기 실력을 더욱 연마해야겠다. 글쓰기만큼은 자신 있었던 나에게 자만심을 버리고 성실함과 꾸준함을 취해야 하는 때가 왔음이다.
브런치를 시작하기 전부터 관심이 있었던 몇몇 작가님들이 계시는데 지금은 모두 활동하지 않고 계신다. 오래전에 올린 글만 남아 있거나 계정이 사라진 상태이기도 하다. 각자 개인적인 이유나 구조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꾸준히 글을 쓰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인가 보다 싶다. 아무리 많은 책을 읽어도 부지런히 쓰지 않으면 글쓰기의 벽은 점점 더 높아만 진다.
느린 속도이지만 구독자분들과 내 글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어 큰 힘이 된다. 그러니 쓸까 말까 고민될 때는 쓰고 볼 일이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쓰기는 발행 버튼을 누르는 것까지를 포함한다는 사실!씀으로써 쓰임 받는 날까지 계속 써나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