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변하지 않는 거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봄날은 간다 영화에서 나온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는 대사가 축축한 한 여름날의 찐득거림처럼 온 사방에 붙어 사랑이 변한다는 걸 알려주던 그때도,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상대방이 모르게 사랑이라는 감정의 물길이 서서히 좁아지다가 끝내 막혀버릴 수 있다는 건, 드라마나 영화 속 이야기였다. 주인공이 짜인 역할에 맞춰 눈치를 못 챈 것 마냥 연기하는 것뿐이라 생각했다.
현실에서도 감정의 변화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어느 날 갑자기, 하지만 사실은 미리 예견되었던 이별이 올 수 도 있다.
그렇게 이별이 왔다.
지금도 종종 생각한다. 사랑의 길에 조금씩 쌓여가던 관계의 찌꺼기가 조금 더 거센 사랑의 물살로 씻겨졌더라면 우리에게 이별은 오지 않았을까. 아니면 큰 돌멩이가 굴러들어 격정적이고 처절하게 인연의 끈을 뭉개버렸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