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 자리에 있었다
내가 마주쳐야 했던 이별은 그의 단순한 변심으로 벌어진 사건, 그 이상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며칠만 버티면, 그가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집에 돌아올 거야, 조금만 더 참으면 돼.’라고 되새기며 나를 위로했다.
하지만 하루하루 날이 지나도 현관문은 굳게 닫힌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아침에 눈을 뜨니 찬란한 햇살에 눈이 부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눈을 감을 채로 몇 초가 지났을까, 천천히 실눈을 뜨며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이번엔 푸른 하늘이 눈을 찔렀다. 어둠 속에서 며칠을 버텼더니 눈이 빛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더 이상 현관문과 핸드폰만 쳐다보며 집 안에 갇혀 있을 수 없었다. 그만 나를 혹사시키자는 마음에 산책이나 할 겸, 밖으로 나왔다. 이번에 눈에 들어온 건 집 바로 앞에서 우뚝 솟은, 지난 3년 반 동안 보지 못했던 나무였다. 나무의 기둥은 내가 두 팔을 힘껏 벌려 끌어 안아도 품에 다 들어오지 않을 만큼 두툼했다.
‘아니, 이런 나무가 여기 있었나?’ 머릿속을 헤집으며 기존 풍경을 다시 끄집어봤지만 나무를 심는 걸 본 적은 없었다. 힘껏 얽혀있는 나무뿌리가 길 위로 드러난 걸 보아하니 나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 동안 그 장소에서 살아왔을 터였다.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작은 나무가 아니었음에도 왜 나는 보지 못했을까.
나무가 너무 커서 끝을 보려면 몇 미터 나무에서 떨어진 후 발꿈치를 들고 목이 아프도록 치켜들어야 간신히 끝을 볼 수 있는 나무였다.
이별은 어느 날부터 그 자리에 존재해 왔는데 눈치 채지 못했던 걸까. 아니면 사랑이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일상의 한 부분으로 치부해버리고 당연한 존재로 받아들인 걸까. 그때 나는 조금 떨어져서 우리를 바라봐야 했나. 아니면 목이 아프도록 고개를 더 높이 치켜들고 목이 쉬도록 사랑을 노래해야 했던 걸까.
내가 못 보고 지나쳤던 건 사랑일까, 아니면 이별일까.
이미 이별이 다가온 지금, 무엇을 놓쳤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