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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닭 Jan 11. 2019

집으로 돌아간 동생

동생에 대하여


  지난 토요일 동생이 집으로 돌아갔다. 1달이라는 시간이 일주일처럼 지나갔다. 한국에서는 상상하지 못할 친밀함이 여기선 너무나도 쉽게 이뤄졌다. 어찌 보다 보니 동생하고 둘이서 깊은 얘기를 했다. 같이 살면서 단둘이 카페 가서 얘기해본 적이 없었다. 동생 얘기를 들으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 우리 가족은 하나같이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본심은 가슴 속 어딘가에 숨겨둔 채 마음에도 없는 화, 짜증만 낸다. 그래서 마주 보고 얘기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나 보다.


  여기서 같이 지내며 마음 아픈 순간은 있었다. 슈퍼나 식당에 가서 뭘 사려고 하면 무조건 싼 것부터 찾는 것. 동생 먹으라고 맛있는 걸 사려고 하면 옆에서 비싸다며 싼 걸 가져와 나에게 화를 낸다. 동생이 돈에 눈치를 안 봤으면 하는 내 바람은 나와 동생이 자란 환경을 고려해보면 당장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헤어질 때 공항에서 러시아식 인사법으로 포옹을 하고 돌아갔다. 덩치는 큰 25살이지만 어릴 때 이후로 보지 못했던 장난스럽고 천진난만한 모습이 보였다. 스무 살 중반이 다 되도록 아기 같은 모습을 숨기고 무표정을 유지하며 사느라 얼마나 외로웠을까. 우리 관계가 무언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 따뜻한 공기가 들어온다. 동생이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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