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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닭 Jan 12. 2019

내가 만든 관념에서 벗어나기

조금씩 정리해보는 리스본


  정리가 안 된 채 엉켜 있는 것들이 있다. 리스본 여행이 그렇다. 다녀온 지 꽤 됐지만 어떻게 써 내려가야 할지 모르겠다. 두서없는 글이 될 것 같다. 처음으로 외가 식구들과 다녀왔다. 할머니를 제외하고 종일 같이 생활해 본 적이 없다. 가끔 뵙는 정도.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가족이지만 서로를 잘 모르기 때문에.



  걱정과는 다르게 잘 지낸 날이 대부분이었다. 둘째 이모가 준비해오고 해주신 음식들은 다 맛있었다. 사촌 언니가 짠 계획은 너무 힘들지 않고 가는 곳마다 예뻤다. 셋째 이모하고는 내 진로 얘기를 했다. 할머니는 한국에서 지내던 모습 그대로셨다.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답답한 시간도 있었다. 돈도, 시간도, 음식도 부족한 게 없었는데 이상하다. 할머니를 제외하면 다들 해외에서 지내신다. 외국의 시선은 한국보다 자유롭다고 생각을 했다. 내가 크루즈에서 일할 때 다들 그랬으니까. 그곳에서 오랜 시간 굳혀진 내 관념이 두껍다는 걸 깨달아서 다른 곳도 비슷하겠거니 생각했다. 같이 여행 다닌 가족의 모습은 내 생각과 조금 달랐다.

  보수적인 걸 떠나서 사람이 가진 사고방식, 신념, 인생에 대한 견해 따위가 사람마다 다르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 맞다고 생각을 굳힌 것들이 지금은 틀리다고 받아들이는 게 많다. 아니면 그 반대이거나. 그렇기에 나보다 나이가 어리든 많든 상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듣고 필요한 건 나에게 적용한다. 이곳에서 많은 얘기를 들었다. 어떤 게 맞다는 느낌을 받거나 정해진 대답을 할 수밖에 없는 질문이 많았다.

  나는 할머니 밑에서 자랐다. 보수적이시지만 나를 포함한 모든 가족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해보려고 하셔서 수용의 폭이 넓으시다. 엄마는 내가 하는 모든 것들을 다 받아들이고 어떤 게 맞다고 말하진 않는다. 할머니와 엄마 모습을 보면서 자라서인지 쉽게 적응이 안 됐다. 나는 그 안에서 튀었다. 전부 맞는 말이고 어른이니 하고 싶은 말이 많으셨겠지만 듣는 동안 괴로웠다. 내가 먼저 변해야 한다고 또 다짐했다. 나도 누군가에겐 답답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어딘가에 생각이 멈춰있지 않으려고 온 생을 걸고 있다. 나를 가두고 있는 이미지, 형식 이런 것들로 인해 한계를 정해놓고 지내지 않으려고 한다. 처음 해보니 혼란스럽다. 나를 몇 마디 단어로 규정해버리는 게 참 편한 일이었는가 싶다. 내가 나에 갇혀버리는 게 대단히 쉬운 일이었다. 변화에만 목을 맸는데 내가 가진 좋은 것들을 보라는 주변의 말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 받기만 하는 게 아니라 나도 가끔은 주기도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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