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묻어져 있는 아름다움
올해는 여행 가기 힘들겠다고 생각했는데 은근히 여기저기 다녔다. 내가 유럽여행을 하다니. 여행이 아니라 그림 속에 들어갔다 나왔다. 그런데 정리는 아직 다 못했다. 언제쯤 다 할 수 있을까. 이러다가는 시간만 지나갈 것 같아 생각나는 대로 쓰고 있다.
길을 걷다 보면 마주치는 사람들이 많다. 여유롭게 식당 테라스에 앉아 있는 사람도 매일 봤다. 전부 하나같이 옷을 잘 입고 날씬하고 멋있거나 예쁘다. 걸어 다니면서 바게트 먹는 모습을 보면 혹독한 관리를 하고 있다고 보여주는 것만 같다.
파리는 역시 에펠탑이라는 말답게 아름다웠다. 낮보다는 밤이 더 예뻤다. 비도 안 와서 언니와 맥주와 과일을 사 들고 에펠탑 앞에서 피크닉을 했다. 그런데 앉자마자 집요하게 다가오는 사람들 때문에 분위기를 다 망쳤다. 술 안 산다는데 왜 그렇게 파려고 하는지…. 몇 번 대답하고 계속 무시로 일관하니까 내 눈에 레이저 빛 쏘던 사람 때문에 안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생각보다 냄새나고 지저분하고 이상한 사람들도 꽤 마주친다. 지하철 타려는데 성희롱하면서 돈 안 내고 나랑 같이 들어오려는 사람도 있었다. 맛있다는 마카롱이나 빵도 커피도 별로였다. 베트남 음식을 넣은 바게트 음식 빼고.
가장 좋았던 것은 미술작품과 조각들이다. 나는 미술을 잘 몰라서 미술관을 잘 안 간다. 그런데도 느끼는 바가 있고 감동이 생긴다는 것은 예술을 정말 잘한다는 뜻이 아닐까. 내가 유럽을 처음 가서 본 미술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만약 파리를 또 가게 된다면 미술관 위주로 다니고 싶다.
내가 본 파리는 ‘미’를 중요시하는 마음이 곳곳에 보인다. 베르사유 궁전도 그렇다. 정원 하나를 만들 때 양쪽 균형을 잡아서 나무를 예쁘게 심어놓았다. 왕비 궁전은 분홍색 기둥과 벽면, 정원에 심어놓은 보라색, 분홍색 꽃들과 잘 어우러진다. 아름다움을 제대로 표현하려면 프랑스 사람들만큼 마음이 여유로워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