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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닭 Jan 12. 2019

진정한 여행은 뭘까?

석양이 지는 부라노 섬


  사촌 언니가 베네치아는 하루면 충분하다는 얘기를 듣고 집 가는 날을 포함해서 이틀만 계획을 잡았다고 했다. 부라노 섬을 떠나는 배 안에서 도대체 왜 그런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다며 너무 아쉬워했다. 사촌 언니는 베네치아와 사랑에 빠졌다고 한껏 설레고 있었다. 나보다 언니지만 그렇게 말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언니도 나도 이곳을 다시 찾겠다는 마음을 남겨두고 배를 타고 돌아왔다.

  20대 초중반 때처럼 새벽부터 밖으로 나와 밥도 안 먹고 밤까지 돌아다니는 여행은 더 못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새벽부터 나가서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바빴다. 밤에는 다음 날 계획을 세우고 쓰러져서 잤다. 지금은 아침 일찍 나와서 걷다 보면 피곤하고 금방 다리가 아프다.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속 쓰리다. 사촌 언니는 나랑 반대다. 꼭두새벽부터 나가서 종일 밖에 있다가 방으로 돌아오는 걸 선호한다. 처음에는 언니 속도를 맞춰서 다녔다. 스트레스받아 몸이 아팠고 다음 날 종일 밖으로 못 나갔다. 그 후로 언니는 언니대로 나는 나대로 서로 존중하면서 다녔다.

  여행하면서 가장 미련이 남는 건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다 못 보고 떠날 때이다. 그럴 때마다 진정한 여행은 뭘까, 내 마음이 여행할 때와 일상을 지낼 때 같은 삶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종일 돌아다니면서 보고 싶은 것을 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쉬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오히려 기억에 오래 남는다. 걸었던 거리, 인사를 나눈 현지 사람, 따뜻한 공기…. 욕심을 여행지에서 놓는다면 일상으로 돌아와서도 욕심을 내지 않을 것이다. 하나씩 쌓인다면 추억을 잊지 못해 힘들어하는 걸 줄여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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