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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닭 Jan 12. 2019

로마에 대하여

잔상


  가족들과 일주일 정도 리스본 여행을 한 후 사촌 언니와 로마로 떠났다. 기억이 자세하게 나진 않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딜 가도 마음이 아팠다.

  젤라또가 맛있어서 하루에 하나씩 꼭 먹었다. 에스프레소도 하루에 세 잔씩 마셨다. 음식점에서 직접 만든 티라미수는 다시 먹어보고 싶다. 마지막 날 먹은 쌀국수가 말이 안 나오게 맛있었다. 콜로세움, 유적지, 박물관 다 좋았다. 길거리에서 연주하는 밴드 음악이 좋아서 언니와 잠깐 멈춰서 듣기도 했다.

  모든 것이 완벽한 날이었다. 가는 곳마다 언니가 지도로 찾아보고 식당이나 입장표까지 다 샀다. 내가 기념품 산다고 여기저기 다닐 때 언니는 싫은 소리 일절 안 하고 전부 같이 가줬다. 참고로 언니는 기념품을 사는 대신 하나라도 더 구경하는 사람이다. 소위 인생샷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진도 많이 찍었다. 나는 그저 언니를 따라 다니면서 같이 구경하고 얘기를 나누고 사진 찍고 기념품을 산 게 전부다. 방으로 돌아와서 도란도란 와인을 마신 날이 그립다.

  지난여름까지 만났던 사람과 같이 로마에 가기로 했다. 일주일을 다녀도 부족할 만큼 볼 게 많은 곳이라며 입이 닳도록 얘기했다. 여행을 좋아하고 아는 게 많은 사람인지라 설명해준다고 말할 때 행복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는 나도 덩달아 행복했다. 가진 것이 하나도 없고 모아둔 돈이 없어서 가는 게 맞나 싶었지만, 너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안 좋은 생각은 접었다. 얘기를 들을수록 나도 로마가 좋아졌고 같이 가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다.

  그 사람 대신 언니와 함께 한 자리는 매우 달랐다. 언니가 못하다는 게 아니라 그 사람과 같이 다니는 상상을 끊임없이 했었다. 콜로세움, 로마 유적지, 바티칸, 박물관, 트레비 분수 등 어딜 갈 때마다 그 사람이면 나에게 어떤 얘기를 해줬을까 하는 생각이 멈추질 않았다. 눈물이 자주 났다. 나에게 아픈 곳이다. 혼자였으면 안 갔을 곳.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이 또렷해진다. 로마도 그 사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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