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램 타다가 불현듯 생각난 곳
너무 집에서 쉬기만 해서 오늘은 몸 상태가 어떻든 무조건 나왔다. 여기 와서 처음으로 혼자 바깥 산책하러 나왔다. 작년 올 초, 겨울에 갔던 공원이 좋아서 다시 가보고 싶었는데 오늘에서야 트램을 탔다. 그때 그 기억에 의지하며 비슷한 모양의 트램, 일인 석 의자만 있는 내부를 보며 무조건 탔다. 끝까지 가서 내렸지만 내가 아는 길이 아녔다. 트램을 잘 못 탔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제야 구글 지도를 보며 어떻게 가는지 찾아봤다. 지도를 따라 걸어가는데 막상 가니 길이 막혀 있었다. 애초에 이름도 모르는 곳을 어떻게 찾아가겠다는 건지. 결국, 내렸던 곳에서 같은 것을 타고 다시 돌아가고 있다.
기억이라는 게 무서울 만큼 오래 남는 것들이 있다. 기억력이 안 좋아 자주 잊어버리는 나에게도 존재하는 것이 있다. 뭘 타고 어느 공원으로 갔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하지만 내가 탔던 정류장, 새파랗고 작은 트램, 아기자기했던 내부, 트램 안에서 본 양 길가로 쭉 뻗은 눈 덮인 나무들, 아무도 없는 길을 따라갔던 호수…. 같은 장면들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또렷해진다. 어떻게 가는지 몰라 갈 수 없게 됐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내가 바뀌어도 그 기억만큼은 그때 느꼈던 느낌 그대로 멈춰있다.
나에게 로마는 오늘 느낀 감정과 같다. 무심코 지나쳤던 말, 생각, 추억들의 느낌이 계속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