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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닭 Jan 12. 2019

마침표를 찍으며

아직은 혼자가 편한 여행


  카즈베기에서 만나 같이 시간을 보내고 트빌리시로 같이 왔다. 이대로 헤어지기 아쉬워서 같이 저녁을 먹기로 했다. 자유 광장에 있는 큰 백화점으로 갔다. 사람 없는 조용한 시골길을 걷다가 번화가로 오니 적응이 안 됐다. 백화점 내부를 둘러보니 전부 현지인이다. 꾀죄죄한 얼굴, 산발 머리, 등에 큰 배낭 가방을 메고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모습이 누가 봐도 여행객이라 눈에 튀었다. 돌아가는 날인데 환전하기 애매해서 밥 안 먹고 가려고 했다. 근데 일행분들이 환전한 돈이 많이 남았다며 흔쾌히 밥을 사주셨다. 정말 감사했다. 같이 햄버거를 먹으면서 카즈베기에서 보낸 날을 다시 얘기했다. 카즈베기가 준 선물은 우리가 작은 것에도 감사함을 찾을 수 있게 해준 것이다. 매일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폭설이 내려서 도로가 폐쇄돼도 하루면 제설작업을 다 끝내는 한국. 당연하게 생각한 것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빨리빨리'를 강조하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여유를 발견했다.


  그루지야 여행 와서 예기치 않게 고생을 했다. 예상한 날짜보다 이틀을 더 머물다가 돌아갔다. 계획대로 시간을 보내진 않았지만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물가도 저렴하고 음식도 맛있다. 특히 눈 뜰 때나 밖으로 나갈 때 보이는 카즈베기 산은 비현실적이다.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여기는 한국인처럼 생긴 동양인이 한 명도 없다. 인도사람처럼 생겼거나 어딘지 모를 사람처럼 생겼다. 그래서인지 어딜 가도 사람들이 빤히 쳐다본다. 나에게 섹시하다며 다가오는 사람도 몇몇 있었지만, 대부분은 친절하다. 도움을 꽤 받은 택시 아저씨, 숙소 주인, 길거리 음악가에게 팁을 많이 줬다. 일하는데 팁이 큰 힘을 준다는 걸 안다. 내가 이걸 알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올 한해 처음으로 러시아가 아닌 유럽여행을 꽤 다녔다. 리스본, 이탈리아, 파리…. 하나같이 너무 좋았다. 그렇지만 역시 혼자 다녀온 그루지야 여행이 가장 좋았다. 쉴 만큼 쉬어버리고 나가고 싶을 때 나가고. 따라다니면서 설명을 듣는 것보다 하나하나 내가 찾아보는 게 기억에 더 오래 남는다. 사람을 만나도 잠깐씩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게 좋다. 그루지야 종교나 문화를 알고 싶었는데 그럴 기회가 없어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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