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후닭 Jan 12. 2019

마침표를 찍으며

아직은 혼자가 편한 여행


  카즈베기에서 만나 같이 시간을 보내고 트빌리시로 같이 왔다. 이대로 헤어지기 아쉬워서 같이 저녁을 먹기로 했다. 자유 광장에 있는 큰 백화점으로 갔다. 사람 없는 조용한 시골길을 걷다가 번화가로 오니 적응이 안 됐다. 백화점 내부를 둘러보니 전부 현지인이다. 꾀죄죄한 얼굴, 산발 머리, 등에 큰 배낭 가방을 메고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모습이 누가 봐도 여행객이라 눈에 튀었다. 돌아가는 날인데 환전하기 애매해서 밥 안 먹고 가려고 했다. 근데 일행분들이 환전한 돈이 많이 남았다며 흔쾌히 밥을 사주셨다. 정말 감사했다. 같이 햄버거를 먹으면서 카즈베기에서 보낸 날을 다시 얘기했다. 카즈베기가 준 선물은 우리가 작은 것에도 감사함을 찾을 수 있게 해준 것이다. 매일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폭설이 내려서 도로가 폐쇄돼도 하루면 제설작업을 다 끝내는 한국. 당연하게 생각한 것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빨리빨리'를 강조하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여유를 발견했다.


  그루지야 여행 와서 예기치 않게 고생을 했다. 예상한 날짜보다 이틀을 더 머물다가 돌아갔다. 계획대로 시간을 보내진 않았지만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물가도 저렴하고 음식도 맛있다. 특히 눈 뜰 때나 밖으로 나갈 때 보이는 카즈베기 산은 비현실적이다.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여기는 한국인처럼 생긴 동양인이 한 명도 없다. 인도사람처럼 생겼거나 어딘지 모를 사람처럼 생겼다. 그래서인지 어딜 가도 사람들이 빤히 쳐다본다. 나에게 섹시하다며 다가오는 사람도 몇몇 있었지만, 대부분은 친절하다. 도움을 꽤 받은 택시 아저씨, 숙소 주인, 길거리 음악가에게 팁을 많이 줬다. 일하는데 팁이 큰 힘을 준다는 걸 안다. 내가 이걸 알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올 한해 처음으로 러시아가 아닌 유럽여행을 꽤 다녔다. 리스본, 이탈리아, 파리…. 하나같이 너무 좋았다. 그렇지만 역시 혼자 다녀온 그루지야 여행이 가장 좋았다. 쉴 만큼 쉬어버리고 나가고 싶을 때 나가고. 따라다니면서 설명을 듣는 것보다 하나하나 내가 찾아보는 게 기억에 더 오래 남는다. 사람을 만나도 잠깐씩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게 좋다. 그루지야 종교나 문화를 알고 싶었는데 그럴 기회가 없어서 아쉽다.

  

매거진의 이전글 카즈베기에 갇힌 5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