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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닭 Jan 12. 2019

카즈베기에 갇힌 5일

폭설로 폐쇄된 도로


  카즈베기 온 셋째 날부터 눈이 그쳤다. 그래서 돌아가는 날 당연히 카즈베기로 가는 버스가 있을 줄 알았다. 일행분들과 아침 10시에 모이자고 하고 헤어졌다. 10시에 와보니 차는 한 대도 없는 상황. 오후쯤에나 갈 수 있다고 한다. 어쩔 도리없이 건너편 카페로 가서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모스크바로 돌아가는 비행기 표 날짜를 바꿨다. 카페 아주머니는 경찰 쪽에 아는 분이 있다며 도로상황을 알려준다고 하셨다. 그러니 택시로 돈 많이 쓰지 말라고 하셨다. 우리는 알겠다고 하고 기다렸다. 1시간 후에 오늘 갈 수 있지만, 오후쯤에나 가능할 거라 하신다.


  시간 아까워서 혼자 오신 일행분과 택시투어를 다녀왔다. 사메바 교회를 가고 싶었으나 눈 때문에 못 간다고 한다. 택시 아저씨가 러시아 국경이 경치가 예쁘다고 해서 다녀왔다. 카즈베기에 있는 택시 가격은 어딜 가나 한 사람당 20라리로 정해져 있나 보다. 트빌리시에서 카즈베기 가는 것도 20, 국경 투어도 20라리, 사메바 성당 투어도 20라리. 다녀와서 좋았다. 다만 러시아 땅에 근접해지니 가방을 버리고서라도 국경을 넘어가고 싶었다. 코앞이 러시아인데 가지 못하는 게 서글펐다.



  버스는 오후 4시에 출발했다. 4시쯤 되니 버스 아저씨가 경적을 울리면서 Let’s go를 외쳤다. 겨우 출발. 1시간쯤 달렸나. 경찰차가 도로를 막고 있다. 무슨 일인가 싶지만 아무도 알려주지 않고 모른다. 길이 없다는데 제설작업이 덜 끝난 건가. 차가 너무 많은가. 꼼짝없이 길 위에서 대책 없이 시간을 보냈다. 언제 가는지 오늘 갈 수 있는지…. 알 길이 없으니 막막했다. 만약 오늘 못가면 비행기 표를 다시 사야 한다. 그것만은 안되겠어서 오늘 안으로 가길 바랄 뿐이었다.

  1시간쯤 뒤인가 도로 준비가 다 된 건지 경찰차가 길을 비켜주면서 다시 갈 수 있었다. 고속도로를 보는데 양 길가에 눈이 엄청나게 쌓였다. 차를 덮고도 남을 높이였다. 일행분 말에 의하면 한 2m는 내린 것 같다고 하신다. 이래서 제설작업을 이틀 동안 한 건가 싶었다. 거침없는 기사 아저씨 덕분에 한숨도 못 자고 트빌리시까지 왔다. 커브 길이어도 추월, 터널 입구에서조차 추월하는 아저씨를 보고 경악했다. 불안하기는 해도 운전은 기가 막히게 잘하신다. 4시간 만에 무사히 트빌리시에 도착했으니 말 다 했지. 오늘 하루가 정말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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