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후닭 Sep 19. 2018

빛날 수 없는 빛

여행- 프롤로그


  여행은 항상 예기치 않은 상황과 맞닥뜨린다. 계획을 세워도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나의 체력, 상대의 체력, 시간의 한계, 변덕, 낯선 사람, 날씨 등 여러 조건으로 인해 바뀐다. 살아가는 인생처럼.

  할머니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을 하다 우연히 낯선 사람을 만났다. 그 사람이 주는 공기만으로 할머니와 나 사이에 흐르는 익숙함이 신선한 무언가로 채워졌다. 대수롭지 않은 대화마저 신기하기만 하다.

  때로는 처음 본 사람에게 갑자기 속마음을 이야기해버릴 때도 있다. 다시 만나지 못하기 때문에 이상한 용기가 생긴다. 평소 보지 못했던 경치에 취해 더 흥미롭게 다가온다. 말이 통하지 않는 곳, 새로운 풍경이 주는 낯섦은 서로를 전혀 모르는데도 끈끈하게 이어준다.

  이런 기묘함에 취해 나도 할머니도 즐거웠다. 다만 여행이라는 특수성이 사라지면 아무것도 남지 않고 전부 사라질까 봐 두렵기도 하다. 현실이 들어오면 다시 모든 것이 바뀔 것이다. 현실이 개입하지 않는 한 새로움 하나만으로 추억이 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