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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호 Feb 08. 2017

슈프림과 J.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뉴욕의 '거리'로 나가다

"I am Holden Caulfield, 「The catcher in the rye」 of the present generation."

"나는 「호밀밭의 파수꾼」의 현시대 홀든 콜필드다."

-마크 데이비드 챔프먼Mark David Chapman, 1980년 12월 8일 밤 10시 50분에




1980년 12월 8일 밤 10시 50분,

비틀즈의 멤버 존 레논John Lennon은 마크 챔프먼의 총을 맞고 사망한다.


뉴욕 맨해튼의 한 아파트 앞, 5발의 총성이 들린다. 채프먼은 소리치며 존 레넌을 불렀고, 총알 5발 중 4발이 그의 등에 꽂힌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존 레넌은 이미 세상을 떠나 있었다. 마크 챔프먼은 존 레넌을 살해하며 자신이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  '홀든 콜필드Holden Caulfield'라고 부르짖었다. 그는 경찰이 체포하러 올 때까지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으며 담담히 기다렸다고 한다.


당대 미국의 화제작이자 문제작이다.

1951년 발표한 J.D 샐린저의「호밀밭의 파수꾼」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비단 대중적일 뿐만 아니라, 비평가들 사이에서도 인정을 받은 이 작품은 당대 젊은이들의 손에 한 권씩 쥐어져 있었다고 한다. 책의 주인공인 '홀든 콜필드'와 자신을 동일시하며 말이다. 허위와 위선으로 가득 찬 세상에 눈떠 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 소설인 이 책의 문장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사실적이며, 조금은 과격하다.




"그래. 난 싫어. 정말 지긋지긋할 정도로 싫어해. 그뿐만이 아니야. 모든 것이 다 그래. 뉴욕에서 사는 것도 싫고, 택시니, 매디슨 가의 버스들, 뒷문으로 내리라고 고함이나 질러대는 운전기사들, 런트 부부를 천사라고 그러는 멍청이에게 소개되는 일이나, 밖에 잠깐 나가려고 해도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는 일이나, *브룩스에 가서만 바지를 맞추는 놈들, 언제나 사람들은......"

- J.D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17



읽으면서 조금은 찌질하고 비겁한 주인공의 모습은 마치 내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 뜨끔하다. 마치 홍상수 감독의 영화 속 남자 주인공처럼 말이다. 하지만 읽고 나면, 흔들렸던 감정들이 침전하면서 차분히 가라앉는 기분 좋은 뜨끔함이다.


*브룩스 : 미국 최초의 클래식 기성복 브랜드 브룩스 브라더스Brooks Brothers의 줄임말. 1818년 헨리 샌즈 브룩스에 의해 창립되어, 에이브러햄 링컨, 존 F 케네디, 버락 오바마 등 미국의 대통령도 즐겨 입었다.

뉴욕 라파예트 거리에 있는 슈프림 1호점


2016년 2월 18일 오후 2시, 소호의 라파예트 스트리트에 있는 '슈프림' 옷가게에서 21세 남성이 복면강도에게 피습을 당했다.

- NY중앙일보, 2016년 2월 19일 기사 중




슈프림Supreme을 노린 범죄다.

뉴욕 소호Soho에 있는 라파예트 스트리트 슈프림 매장 앞에서 벌어진 일이다. 마스크를 쓴 범인이 다가가 슈프림에서 산 물건을 내놓으라고 협박한다. 이를 거부하자 오른쪽 뺨을 흉기로 그은 뒤 도망친다. 명품이라면 조금은 이해가 될 법한데, 슈프림이라니... 조금은 의아스럽다. 하지만 슈프림의 스토리를 따라가 보면 이 정도로 핫한 브랜드였어?라고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스트릿 패션의 루이비통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이번 책과 브랜드의 중심 키워드는 '범죄'인가 싶다. 물론 아니다. 당대의 문제작이자 화제의 중심이라는 공통점과 더불어 '거리Street'를 키워드로 둘을 엮어보았다. 위에 내용을 유심히 본 독자라면 어떤 거리인지 감이 올 것이다.


바로, 뉴욕New york이다. 뉴욕의 '거리'를 중심으로 주인공 '홀든 콜필드'가 겪는 이야기 「호밀밭의 파수꾼」뉴욕에 최초의 매장을 오픈한 슈프림'뉴욕'이라는 지역적 연관성 또한 흥미로웠던 부분이기도 하다. 우리에게도 청소년 문학 필독서로 널리 알려진 「호밀밭의 파수꾼」과 핫한 브랜드 슈프림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자.


목차

1. J.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는 어떤 작품?

2. 슈프림은 어떤 브랜드?

3. '거리'로 뛰쳐나가다




1. J.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미국문학 #중2병


나는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어. 어린애들만 수천 명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거야. 그리고 난 아득한 절벽 옆에 서 있어.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잡아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그럴 때 어디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 주는 거지. 온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바보 같은 얘기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정말 내가 되고 싶은 건 그거야. 바보 같겠지만 말이야.

- J.D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22




미국 소설가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Jerome David Salinger(1919 ~ 2010)는 1919년 뉴욕에서 태어났다. 그는 1940년 첫 작품인 「젊은이들The young folks」을 출판하며 문단에 등장한다. 1951년 7월 16일, 10년간 준비해온 장편 「호밀밭의 파수꾼The Catcher in the Rye」을 발표한다.


하지만 발표 직후, 책에 대한 평은 썩 좋진 않다. 위대한 작품으로 평가받는 지금의 평가와는 사뭇 다르다. 이유인즉슨 당시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에 맞지 않게 거친 언어와 문체의 사용, 체제에 반향적인 내용을 담았다 라는 것이다. 가출, 퇴학, 청소년의 흡연, 매춘등 금기시하는 소재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소재를 무턱대고 남발하여 선동하는 책은 아니다!) 이후 2년여 시간이 흘러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고, 당대의 씌워진 악평은 지워지고 제대로 된 평가를 받는다.

유명해진 이후 J.D 셀린저는 은둔 생활을 하며 외부 활동을 하지 않는다.

소설을 본 독자들은 알겠지만 주요 인물 외에 엄청나게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소설의 이야기는 2박 3일이란 짧은 시간 동안 벌어지지만 스치듯 잠깐 대화를 나누는 상대뿐만 아니라 택시 기사, 옆집 아저씨, 엘리베이터 보이 등 인물들의 이름들이 쏟아져 나온다. 수많은 타인의 등장은 상대를 통해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는 프랑스 철학자 들뢰즈Gilles Deleuze의 철학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그는 '상대적 타자가 나의 유한성을 보완한다.'라며 자기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타인의 객관적 시선이 필요하다는 말을 했었다.


본론으로 돌아와, 소설은 뉴욕에 사는 16세 소년 홀든 콜필드의 48시간 방황의 스토리다.


16세인 홀든 콜필드는 뉴욕 맨해튼에 사는 부유한 집안 둘째 아들이다.
가족으로는 대기업 고문 변호사인 아버지, (별로 언급되지 않는) 어머니 사이에 시나리오 작가 형 D.B와 착한 여동생 피비, 그리고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남동생 앨리가 있다. 콜필드는 작가인 형 D.B를 할리우드에서 자신의 재능을 돈과 바꾼 변절자로 생각하고, 착한 여동생 피비를 불의의 세상에서 지켜줘야 할 순수함의 상징으로 생각한다.

이런 환경에서 콜필드는 세 번째로 전학한 펜시 고등학교에서 제적당한다. 명문 사립학교의 교육제도와 사회의 부조리한 시스템에 반항하며 공부를 하지 않아 성적이 나쁘다는 이유로 쫓겨난다. 퇴학 통지서가 뉴욕의 집에 도착하기 전까지 시간이 며칠 있다. 아버지의 불호령이 떨어지기 전 며칠이나마 쉬기 위해 호텔을 전전한다. 하지만 콜필드는 안정을 찾지 못하고 외로워하며 방황한다.

친구를 찾고, 전화를 하고 이리저리 방황하지만 그 누구도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려 하지 않다고 느낀다. 실망감을 느끼고 호텔로 돌아온 콜필드는 매춘부와 포주에게 사기를 당해 돈을 뺏기고 폭행까지 당한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옛 학교 선생님의 댁. 선생님과 대화를 하고 뭔가 깨달음을 얻는 듯 하지만, 콜필드가 자고 있을 때 선생님은 그의 머리를 만지작 거리며 야릇한 스킨십을 한다. 이에 충격을 받고 뛰쳐나온 콜필드는 모든 것이 거짓과 가식으로 차 있다고 느끼며 극도의 우울감에 빠진다.

마침내 집을 떠나 서부로 갈 결심을 하고, 마지막으로 여동생 피비를 보러 동생의 학교에 간다. 하지만 피비는 짐을 싸고 나와 막무가내로 콜필드를 따라가겠다고 떼를 쓴다. 결국 그는 피비를 이기지 못하고 센트럴파크로 향한다.

결국 집에 돌아온 콜필드는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되는데, 지금까지 그가 말한 내용은 요양소에서 콜필드가 형 D.B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현재까지 표지로 사용되고 있는 초판본이다.


짧은 요약으로는 다 담을 수 없지만, 2박 3일 동안 거리를 헤매며 수많은 사람들과 대화하고 예전의 기억을 떠올린다. 맞고 당하고 하는 과정에서도 안정적인 공간으로 회기하지 않는다. 기존의 공간과 체계에 불만을 가진 콜필드의 반항기는 마치 중 2병에 걸렸던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하다.


소설에서 콜필드의 시선으로 작가는 이야기를 전개한다. 비겁해보이고, 갈피를 못잡는 주인공이 답답하고 한심해보이지만 심리를 꿰뚫어 보는 묘사는 정말 훌륭하다. 괜히 20세기 최고의 미국 소설로 평가받는게 아니다. 「위대한 개츠비」처럼 영화화되어도 좋을 것 같지만 작가 J.D 셀린저는 "홀든 콜필드가 싫어할까봐..."라며 소설 주인공의 핑계를 댄다. 실제로 작품 속 콜필드는 영화를 좋아하지 않고, 할리우드 작가로 간 형 D.B를 싫어하는 대목이 나온다는 부분도 흥미롭다.


위선적인 기존 사회에 저항하고 본연의 가치와 순수를 찾아가는 콜필드의 이야기는 당시 전 세계 젊은이들 사이에  '콜필드 신드롬'을 불러일으키키도 했다. 시간이 지났지만 이런 신드롬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유효한 것 같다.




2. '거리'의 슈프림

#한정판 #스트릿브랜드


Supreme wasn't meant to be a brand.

I just was like, “Hey, that’s a cool name for a store!

슈프림은 브랜드로 의도하지 않았다.

나는 그냥 말했었다.  "이봐, 그거 가게 이름으로 쿨한데!"

- 제임스 제비아James Jebbia 슈프림 창업자




쿨Cool내 진동하는 브랜드다.

2017년 1월 19일, 파리 패션위크 17F/W 컬렉션에서 루이비통Louis Vuitton X 슈프림Supreme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였다. 콧대 높은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이 거리Street의 브랜드 슈프림과 손을 잡은 것이다. 쿨함을 넘어 최고의 명품 브랜드와의 손까지 잡게 한 슈프림의 힘은 어디에 있을까.


슈프림의 히스토리를 따라가 보자.

2017 루이비통 F/W컬렉션. 가방만 봐서는 루이비통 컬렉션인지 슈프림 컬렉션인지 알 수 없다.

지극히 미국적인 스트릿 브랜드인 슈프림의 수장 제임스 제비아James Jebbia는 사실 영국계 미국인이다.
태어나서 19살까지 영국의 서섹스Sussex에서 자란 그는 1983년 아버지를 따라 뉴욕을 방문하게 된다. 그 후 1년 뒤 그는 뉴욕 소호에 위치한 파라슈트Parachute 라는 빈티지 옷가게에서 일을 시작한다. 6년간 그곳에서 일하며 자금을 모은 그는 1989년 유니언 뉴욕시티Union NYC라는 편집샵을 만들고 프레드 페리Fred Perry와 같은 영국 기반 브랜드를 입점시킨다.

자신의 매장에서 스트릿 대표 브랜드인 스투시Stussy의 제품 또한 들여오는데, 이는 스투시의 창업자 션 스투시Shawn Stussy와의 파트너십을 맺게 한 첫 만남이었다. 이후 1991년 숀 스투시는 뉴욕에 스투시의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함께 운영하자는 제안을 하고, 매장을 오픈해 스투시에서 성공을 거둔다.

1994년 4월, 슈프림의 창업자 제임스 제비아는 1만 2천 달러의 자금을 가지고 뉴욕 소호 라파예트 거리에 슈프림 첫 번째 매장을 오픈한다. 스투시 고유의 스케이트보드 문화와 힙합 문화에 영향을 받아 스케이트보드, 티셔츠, 모자 등을 제작해 판매한다.
캘빈 클라인으로 부터 고소를 받았던 광고에 스티커 부착한 이미지의 상품이다. 슈프림의 성장 후 공식적인 콜레보레이션 상품으로 나오게 되었다.

오픈 후 최초의 이슈 메이킹은 바로 캘빈 클라인Calvin Clain 속옷 광고에 슈프림의 로고 스티커를 붙이는 일이었다. 이후 캘빈 클라인으로부터 고소를 당하고, 이 사건을 계기로 주류 문화에 공격적이고 냉소적인 태도를 취한 슈프림이 스트릿 문화의 중심으로 떠오르게 된다.

한정된 상품을 판매하여 마니아들로부터 열렬한 팬덤을 구축한 슈프림은 다양한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게 된다. 반스, 뉴에라, 꼼데가르송, 네이버후드, 헬리녹스, 노스페이스, 나이키, 클락스, 리바이스, 스톤 아일랜드, 언더커버 등 수많은 브랜드와 협업한다.

그중 압권은 가장 최근에 진행한 루이비통과의 컬래버레이션.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슈프림이 한때 루이비통의 로고를 패러디해 루이비통에서 소송을 진행했었다는 점이다. 캘빈클라인도 마찬가지였지만,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슈프림의 브랜드 이미지를 필요로 하는 시점이 다가오자 콧대 높은 명품인 루이비통이 태세 전환을 해 손을 내민 것이다.

현재까지 슈프림의 공식 매장은 총 10점이며 미국과 영국, 프랑스, 일본에 입점해있다. 국내에는 매장이 없으며 개별 수입업자를 통한 판매가 일부 이뤄지고 있다.


스트릿 패션에 관심이 없던 분들이라면 조금 생소할 수 있다. 힙스터들은 이미 알고 있겠지만 백화점 브랜드 위주로 구매하는 국내 소비자들은 루이비통의 콜래보레이션으로 슈프림이란 브랜드를 더욱 확실하게 인지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냥 대충 알았던 사람들도 '힙하긴 힙한데 이 정도였구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거리'의 브랜드가 주류의 위치로 격상하게 된 것이다.




3. 거리로 뛰쳐나가다

#뉴욕 #한정판


나는 브로드웨이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저 요 몇 년 간 가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요일인데도 문을 여는 레코드 가게가 있는지 둘러보고 싶었다.

- J.D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16




뉴욕의 거리를 헤매며 「호밀밭의 파수꾼」의 이야기는 전개된다.

방황하고 맞고, 싸우고, 찌질함을 받아들이며 고뇌하며 뉴욕을 떠날 것을 다짐하지만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다.


슈프림 또한 같은 뉴욕의 거리라는 공간적 배경이지만, 결말은 다르다. 「호밀밭의 파수꾼」에서의 홀든 콜필드의 일탈은 무위로 돌아간다. 하지만 슈프림은 이와 반대로 둥지를 벗어나 전 세계로 뻗어나간다. 현재 공식 오프라인 매장은 10개(2017년 기준)에 불과하지만 마니아들에게는 매장의 위치나 숫자는 중요치 않았다. 온라인에서 한정판을 구매하기 위한 클릭 전쟁은 물론이거니와 구매 대행, 한정판 발매시 매장에서 무한 줄서기 등을 통해 슈프림의 상품을 구매하려고 안달이다.


그렇다면 마니아들을 소장욕을 불러일으킨 '거리' 출신 슈프림의 매력은 무엇일까?



많은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스트릿 브랜드 다운 엉뚱한 의외성과 희귀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옷, 모자, 스케이트 보드, 가방 등 의류 브랜드에서 취급하는 왠간한 상품은 기본으로 전개한다. 하지만 슈프림에서는 벽돌, 소화기, 망치 등 의외의 상품과 콜레보레이션도 진행하곤 한다. 물론 한정판으로. 이는 완판 되고, 웃돈이 붙여 온라인에서 재판매되는 2차 마켓을 형성하는 기현상을 만들어 낸다.


소화기나 망치는 그렇다 쳐도 벽돌은 난데없다. 말 그대로 아무 데나 슈프림 로고가 박히면 팔리는 수준이다. 그만큼 브랜드 자체에 대한 맹목적인 선호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는 슈프림을 상품으로써가 아닌 일종의 '기호'로써 소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는 '기호 가치'라는 표현을 사용해 소비를 설명한다. 그는 소비란 '기호들의 소비'라고 정의하면서 우리가 브랜드를 소비하는 것은 브랜드가 지닌 가치와 기호적 효과를 구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품이 지닌 상징적 가치가 우리를 슈프림을 구매하게 된다는 것이다. 스트릿 브랜드인 슈프림은 이제 이미지 자체를 소비하는 상징적 가치로 등극해 명품의 길을 걷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스토리는 현대미술사에서도 유사하게 등장한다. 낙서를 예술의 가치로 등극시킨 거리의 피카소로 불리는 쟝 미쉘 바스키아Jean Michel Basquiat(1960 ~ 1988)다. 미국의 낙서 화가로 유명한 바스키아는 낙서를 통해 인종주의, 흑인 영웅, 만화, 자전적 이야기, 죽음 등의 주제를 다루어 충격적인 작품을 남겼는데, '거리'에서 보여준 그의 작품은 마치 「호밀밭의 파수꾼」과 슈프림의 현대미술 버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바스키아는 팝아트 계열의 천재적인 자유구상화가로 지저분한 낙서를 예술 차원으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스운 이야기이다. 누구에게든 아무 말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말을 하면 모든 인간이 그리워지기 시작하니까.

- J.D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16




중 2병 소년의 2박 3일의 뉴욕 소년의 가출기나, 뉴욕의 다운타운을 기반으로 한 스트릿 브랜드 슈프림의 상품들은 어찌 보면 우스운 이야기 일 수도 있다. 하지만 대중들은 이런 이야기에 열광했다. 사람들로 하여금 소설을 읽게 하고, 줄을 서서 상품을 사게 했다. 지금도 책은 매년 30만 부가 판매되고 슈프림의 상품은 매번 완판 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바로 문학의 힘과 브랜드가 지닌 진정성의 힘이다. 이는 대중과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이러한 진정성을 가진 브랜드가 우리나라에서도 탄생하는 날이 조만간 오지 않을까.


'거리'를 키워드로 소설과 브랜드를 엮어보았다. 

패션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들도 소설과 같이 드라마틱하다. 이런 이야기들을 통해 옷을 입으며 무심히 지나쳤던 브랜드가 조금은 다시 보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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