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인 변화의 길
속초에서 이연님과 태웅님이 오픈한 라이픈커피(@reifencoffee).
휴무일이 우리 휴무일과 겹쳐서 오픈한지 한참이 지나도 놀러 가보지 못해 아쉬워하다가 이번에 큰맘 먹고 일요일 오후 일찍 공간을 마무리하고 속초로 향했다.
연락없이 깜짝 방문을 한 터라 두 사람은 무척 놀랬다. 특히 이연님의 밝은 미소와 큰 웃음에 우리까지 행복해졌다. (이런 섬세하고 밝은 리액션을 가진 사람을 가까이 두면 주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춤추는 고래가 될 것 같다.) 오후 5시가 넘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카페는 따뜻한 오후 햇살이 창밖으로 들어와 눈이 부셨다. 나는 시원한 두유라떼를 먹었는데 한 입 먹는 순간 시원함과 고소함이 입안에 퍼졌다. 케익도 촉촉하고 부드러워 음료와 잘 어울렸다.
1년 전 일상 속에서 예술을 반영하고 삶의 본질에 대해 고민, 실행할 줄 아는 이연님이 강원도의 이웃이 되었다는 사실이 얼마나 반갑던지…
난 사춘기 시절을 속초에서 보냈기 때문에 속초 대부분의 길들이 익숙하다. 심지어 몇 발자국만 걸어가면 어린 시절 자주 놀러 갔던 옛날 우리 할머니 집도 나온다. 하지만 새로운 에너지의 사람들이 터를 잡으니 익숙했던 동네가 또 다르게 보인다는 사실이 참 신기했다. 이미 이연님은 이쁜 텃밭과 화원을 가꾸는 이웃 할머니와 허물없이 소통하고 있었다.
강릉에서 속초로 가는 차 안에서 갑자기 의문이 생겨 중얼거리듯 아내에게 물었다. “동창 친구들도 꾸준히 살고 있고 나도 적지 않은 세월을 보낸 속초인데 왜 그들의 삶에서 더욱 빛이 나는 듯할까?“ 몇 가지 의견을 주고받다가 이내 우리는 ‘자발적으로 선택한 변화의 길은 몇 배의 행복감을 주는 것 같다’는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지금의 삶이 무척 만족스럽고 행복해서, 돈이 좀 덜 벌려도 휴무일을 하루더 늘리고 싶기까지 하다는 두 사람. (코로나 시국에 이런 상상이라도 해볼 수 있는 건 비교적 저렴한 임대료 덕분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산 좋고 물 맑은 강원도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미래엔 더 늘어날 것이라는 이야기에서부터 이웃 가게인 루루흐 부부와 함께 나중에 ‘자연을 사랑하는 모임’을 결성해 등산도 하고 커피도 마시며 자연 안에서 즐겁게 놀자는 이야기까지… 끄덕끄덕 거리고 공감하며 짧지만 농밀한 대화를 나눈 뒤 다시 강릉으로 돌아왔다. 카페 루루흐도(@cafe_ruruq)도 근처라 오랜만에 방문을 했는데 영업이 종료된 시간이라 아쉽게도 뵙지 못하고 돌아왔다. 이 분들과도 나눠보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2년 전, 무작정 혼자 강릉으로 넘어왔던 시기와 비교해보면 아내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강원도로 넘어오고 있다. 아니 이미 이 곳의 아름다움과 가능성을 알아보고 나보다 먼저 넘어와 살아가고 있는 멋쟁이들이 정말 많다. 모두 가깝게는 자신의 만족 때문이겠지만 내 눈에는 그 삶의 궤적 하나하나가 삶의 다양성과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듯 보여서 더욱 아름답다. 다음 만남은 어디가 될까? 설악산? 월정사? 어디가 되었든 생각의 결이 닮은 사람들과의 시간은 즐거울 것 같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오랜만에 글을 쓰니 기분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