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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hum Jul 16. 2021

퇴근 후 바다로

아내와 사근진 바다를 바라보며

 강릉에 살아서 좋은 점은 역시 바다에 십분 안팎으로 갈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여름의 긴 해 덕분에 퇴근 후 부지런히만 움직이면 바다의 저녁 하늘을 즐길 수 있다. 여름을 좋아하는 아내 따라 나도 조금씩 여름이 좋아지고 있다. 오늘은 아내가 퇴근 후 바닷가에서 피자를 먹자고 했다. 평일이라 바다는 한산했고 우리는 모래사장에 의자 두 개를 펴놓고 피자를 먹었다.


 눈앞의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했다. 날은 흐렸지만 구름이 얇아서 저녁에 가까울수록 은은한 햇빛이 바닷가 전체를 뒤덮었다. 신비로운 느낌이 들어 우리는 이곳이 강릉이 아닌 다른 장소 같다고 이야길 했다. 슬리퍼를 벗고 모래 위를 걸으며 감촉을 느꼈다. 그리고 바닷물에 다가가 발목만 담근 채로 바다를 가까운 쪽에서부터 먼 곳까지 바라보았다. 순간 발에 닿은 이 바다가 동해를 지나 태평양, 대서양… 그렇게 지구 전체로 연결되어있다는 당연한 사실이 무척 신기하게 여겨졌다. 모두가 거대한 인연으로 엮여있다는 느낌이랄까. 코로나로 어느나라에도 쉽게 나갈 수 없는 요즘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답답한 마음보단 어딘지 범지구적인 동지애가 싹텄다.


 우리 왼편으로는 이십대 학생들로 보이는 남자  명이 다에 들어가 웃고 떠들며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어스름한 시간이라 그들의 모습은 실루엣으로 보였고 하늘과 바다엔 자주색 물결이 일렁였다.  순간 어린 시절이 문득 떠올랐다. 고등학교를 속초에서 다녔기 때문에 친구들과 하굣길에 곧장 바다로 내달렸던 날의 기억이 있다. 게임 벌칙에 걸린 나는 얼굴을 제외한  몸이 모래에 묻혔고 친구들은   위로 이것저것 마구 쌓아올려댔다. 그때도   처럼 해가 서서히 저물던 시각이었다. 모래 속은 무척 시원했다. 친구들은 지금 눈앞의 친구들과 똑같이 “ 이대로 여기 두고가자!”라면서 농을 치며 웃었다. (   ,    남자애들도 분명히 이런 모래장난을 치며 이런 대사를 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저 땐 또 저렇게 살던 시절이 있었지-" 웃으며 아내에게 말했다. 마치 수십 년을 흘려보낸 노인처럼 말하는 같잖은 스스로가 우스워져 또 웃음이 났다. 아주 찰나였지만 잠시나마 시간여행을 다녀온 기분. 역시 추억은 만들 수 있을 때 실컷 만들어 놓는 편이 좋구나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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